[다산로에서] ‘경주의 최부자’같은 사람이 절실하다!
[다산로에서] ‘경주의 최부자’같은 사람이 절실하다!
  • 김해등
  • 승인 2006.09.01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해등<시인.프리랜서>

작년 이맘 때였을 거다. 내가 관여한 문학단체의 모임에서 우연찮게 강진군의 ‘인재육성기금’ 얘기가 나왔다. 너나 할 것 없이 강진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는 기치 아래 인재육성기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제안 아래 호주머니를 털었고, 그 돈은 일백만 원쯤 됐다.

그리 크지 않는 낯부끄러운 금액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회원 들 중에 상당수는 이런저런 뜻에 따라 이미 기부에 동참한 뒤였던지라 이중의 모금이 돼버렸다. 그렇지만 누구하나 살천스레 낯붉히지 않고 선뜻 호주머니 돈을 내놓았다.

이렇게 우리와 같은 풀뿌리 모금액이 그 해 21억원이나 됐다. 놀라운 것은 2008년까지 80억 원을 목표로 한다니 절로 박수가 나왔다.
 무릇 전환의 한해가 지났다.

그러나 올해는 그 흥이 깨진 것 같아 못내 안타깝다. 올해의 모금액이 영판 시원찮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선거다 수해다 해서 이리저리 부산스러웠지만 7억 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조바심마저 인다.

궁금증이 도져 군청 홈페이지를 열고 기부자 명단을 보니 대략난감하다. 기부액은 적게는 몇 만 원부터 많게는 몇 억 원 대에 이른다. 하지만 그 기부액의 면면을 살펴보니 강진군청과 알게 모르게 관계되는 분들의 기부액이 제법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넓게는 강진군과 연계된 사업 파트너일 수도 있고, 좁게는 군청직원이나 여타의 관계 기관일 수도 있겠다(그 외의 아주 뜻있는 기부자도 있는데 확인은 강진군 홈페이지 ‘강진군민장학재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부에 있어 참 뜻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풀뿌리식의 모금이 잉걸불이 되어 지금의 재단이 서게 됐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한시가 급한 지역 살리기 차원이라면 굵직한 뭉칫돈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이고, 구멍 뚫린 제방을 막는 거나 다름없기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 두드러질 지도 모른다. 또, 강진군수가 현 장학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점에서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로라하는 강진 부자들의 참여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살펴보니 고작 마지못한 성의표시가 전부였다. 이를 두고 그 분들의 고향무정을 탓하지는 말자. 출향 부자들은 이미 사적으로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강진 현존의 부자들은 기부에 대한 참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가 무너져가는 고향을 바로 세우자는 책무에 방관케 하는 구실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진 출신의 부자들도 탯줄을 묻은 자리가 강진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 모든 일의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장학재단은 막중한 임무를 가졌다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없음’에서 ‘있음’을 만들어낸 장학재단의 노고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움직이지 않는 분들을 일깨워서 육성기금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장학재단의 몫이었을 텐데 혹시, 지속적인 접촉과 설득에 부족함이 없었는지는 스스로 진단해봐야 하겠다.

아울러 부자와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위화감이 아름다운 기부를 가로막지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 만일 간세터럭만큼이라도 그런 위화감이 내재돼 있었더라면 강진의 미래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위해서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제대로 성사된다면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군정 부담으로 작용될 기금마련은 없어질 것이고, 답보상태이던 기금의 숨통은 터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군민 화합에 걸림돌이었던 부자들에 대한 반목도 사라질 것이다. 또 올 한 해 18억 원이었던 육성기금 지원이 배가돼 우리 후학들의 교육의 질은 뚜렷하게 나아질 것이다.

막 명문고로 발돋움하고 있는 ‘강진고’를 비롯한 제 2의 ‘명문중’ ‘명문초’가 연이어 나오리라 짐작된다. 나아가서 이는 강진군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인구감소에 제동을 거는 일일 것이고, 오히려 꿈의 인구증가에 큰 몫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글이 게재되고 있는 즈음에 혹시 ‘경주의 최부자’가 강진에서도 나오려고 움틀 수도 있겠다. 경주의 최부자는 곳간을 털어 사방 백리에서 굶어죽는 자가 없게 하였기에 수많은 민란과 전쟁에도 불구하고 300년 동안 부를 지키고 신망을 받아왔다.

그러던 그들이 마지막 사회에 한 일은 전 재산을 털어 학교(경남대학교)를 세우는 일이었다. 결국 부는 교육으로 승화돼야만 더욱 큰 부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세상에 알린 셈이다.

우리 강진에도 최부자 같은 부자가 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직 최부자 정도는 아니어도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닫혀있던 곳간 문을 여는 현명한 부자는 나오리라 믿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