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프랑스, 그 선진국다움의 의미
[기고]프랑스, 그 선진국다움의 의미
  • 강진신문
  • 승인 2006.07.21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진군청 교류협력담당 윤영갑

프랑스 리모쥬시와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지난 6월 30일부터 오는 8월말까지 2개월간 리모쥬도자기전시회에 우리군 청자가 세계명품도자기와 함께 특별전시 되고 있다.

지난 4월의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한「강진전」행사가 세계의 교육문화지도자들에게 강진과 청자를 비롯한 강진의 문화를 알리는 기회였다면 이번 전시회 참여는 유럽지역 도자기 장인과 애호가들에게 청자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뜻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리모쥬시는 인구 15만여명으로 프랑스 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프랑스내 3만6천여개의 꼬뮌(기초자치단체로 우리나라의 군과 면단위 중간격임)중 24번째 크기인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 도자기생산자들은 대개 3~4대에 걸쳐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장인들로 리모쥬도자기가 세계특급호텔 및 정상들의 식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는데 리모쥬시 관계자로부터 우리 일행에게 강진에 청자산업이 발달했다면 대규모 공장은 몇 개소나 되며 첨단산업분야에 이를 응용한 사례를 물어왔을 때는 선뜻 답하지 못한 채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박물관은 완품으로 1만 3천여점이고 공장규모는 1회에 수백점을 일시에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 강진에는 중소규모의 작은 업체만 10여개 있을 뿐 대규모 관련 산업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청자산업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물음인 것 같았다.

6월 30일 전시회 오픈이 있는 날 우리는 시내를 도보로 답사한 뒤 예정시간보다 빨리 리모쥬시청 2층 도자기전시회장에 도착했다. 강진의 청자는 전시장 입구에 특별 전시되어 있었는데 강진군 대표의 청자소개 후 행사를 주관한 리모쥬도자기생산자협회장이 전시동선을 따라 전시물을 설명한 후 전시장과 연결된 별도의 회의장에서 개막축하행사가 시작되었다.

개막행사는 먼저 행사장부터 이색적이었다. 초청인원 100여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임에도 의자도 깔지 않았고 앞쪽에는 개막리셉션 후 사용할 다과용 책상이 가로놓여 있고 그 앞쪽에는 입식 마이크가 덜렁 서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큰 행사임에도 국민의례 없이 부시장의 개막인사와 함께 도자기협회장, 강진군대표, 리모쥬도지사가 짤막한 인사를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음료와 다과를 나눔으로서 공식적인 오픈행사는 끝이 났다. 정말 자연스러웠다.

충분히 의자를 깔 수 있는 공간임에도 자연스럽게 마주보고 서서 마치 친구와 얘기하듯 짤막하게 축하인사말을 하고 초청받은 인사이면서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서서 경청하는 모습은 아무리 문화의 차이라지만 고개 숙여지는 대목이었다.우리는 어떠한가?

매년 청자문화제를 치르는 현장에서 행사관계자들이 느끼는 고충이지만 단상과 단하의 구별, 귀빈석이라는 명분의 자리싸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고 관광하러온 것이지 연설 들으러 온 것 아니다는 관광객의 쑥덕거림과 푸념에도 아랑곳 않고 지루하게 계속되는 인사말 등...

우리 청자문화제 개막행사에서도 저렇게 자연스럽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뭔가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 보았다.리모쥬시 전시회 오픈행사에 참석한 다음날 귀국길에 오르면서 리모쥬와 130여키로 떨어진 브리브시의 라스크동굴 벽화 복원보존현장을 방문하였다.

이 동굴은 인류가 그린 가장 오래된 벽화로 유명할 뿐 아니라 천재화가 피카소가 이 동굴벽화를 보고나서“인간의 회화기술은 1만전과 전혀 변한 게 없다”고 자탄했다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1만 1천년전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그린 최초의 회화로 유명한 라스코동굴벽화는 1940년 이 마을의 소년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동굴의 벽면에 말, 소, 사슴과 돼지와 상상의 동물, 인물상 등이 크게는 5m에서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100점 이상의 그림이 채화 및 각화 형태로 그려져 있는데 사실은 실제가 아닌 인근에 있는 실제 동굴과 같이 10여년에 걸쳐 1cm단위로 완벽하게 복원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 시작해 놓은 사람이 있으면 이를 마무리 짓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생각으로 건물이나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얘길 듣고 우리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나 재임기간 내에 시작과 마무리를 하겠다는 성과주의형 조급함이 우리후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줄 졸속의 문화유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