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문화유산 비교 답사기
[다산로에서]문화유산 비교 답사기
  • 강진신문
  • 승인 2006.07.1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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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 문화관광해설가 양 치 중

 지난 6월 27일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새벽 4시경이었다. “27일 아침5시50분까지 강진군청 앞에 집결 6시 정각에 출발”한다고 전날 핸드폰 메시지가 왔었다.

 지난달 초부터 7월27일(화)과 28일(수)의 1박2일간 강진군 문화관광해설가 회에서 문화유산 비교답사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창덕궁. 비원. 복원된 청계천. 용인 호암미술관을 둘러보기로 일정을 잡았었다.

살다보면 우연의 일치가 있고 예감이 적중될 때도 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과 같이 나는 한 가지 일에만 전념을 못하므로 어떤 일이나 성공해보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패한 일도 없다.
 이번 답사만 해도 그렇다.

 “한 몸에 두 지게를 못 진다”고 했는데 나는 60이 넘은 나이에 능력도 없으면서 어떤 일이나 하고 싶어 매일 비어있는 일정이 거의 없고 때로는 원근을 막론하고 하루 두 세가지일이 겹쳐 힘들 때도 많다.

 이번 1박2일간은 일정이 비어있었고 집행부의 행운인지모르나, 이달 중순 이후부터 장마기간인데 답사일 동안 비가 갠 날씨라는 일기예보로 기분이 퍽 괜찮았다.

군청앞에서 6시30분에 서른두분이  문화유산 비교답사의 길을 떠났다.

 차창밖에는 자욱한 아침안개가 시야를 흐리게 가리었지만 유월하순의 가로수들은 짙푸른 녹음으로 스쳐 지나고, 넓은 들녘의 논바닥에는 어린 벼가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전개되어 가까이 스쳐지나간다.

광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초빙강사님 한 분께서 강진의 문화유산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를 수집발췌 한 유인물을 회원들에게 배부하고 약1시간30분 이상 장시간의 훌륭한 강의를 해주셨다.

 내용은 백련사. 다산초당. 다산유물관. 동문 매반가. 다산사상. 청자도요지.무위사. 영랑생가. 병영성과 수인산성. 마류성과 고금도 충무사에 관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셨고, 다산과 영랑의 연보까지 제시해주었다.

 두 번째 강사님은 강진지역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관계되는 인물과 사건에 대해 수집된 자료를 책자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하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활동했던 인물과 사건에 관한 말씀을 소상히 들려주었다.

 평소에 서울까지 단체여행 때 장시간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술 마시고 노래하며 휴게소 몇 곳 머물다보면 도착시간이 지연될 뿐 아니라 피로가 겹쳐 즐거운 여행이 못되는 때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이번 여행은 강진의 문화관광산업을 이끌고 나갈 의무와 책임이 부여된 해설가들의 이동하는 강의실이 고속도를 달리는 답사버스라고 느껴졌다. 용산에 옮겨진 국립중앙박물관 도착은 예정보다 빨라 12시도 못됐다.

 해설사의 품위 있는 자세와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는, 평소 쌓은 지식을 활용하여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국보60호 청자사자유개향로. 61호 청자어룡형주자. 94호 청자소문과형병. 95호 청자투각칠보문향로. 115호 청자상감당초문주발을 보면서 이웃집 사람을 먼 타향에서 만나면 눈물나도록 반갑듯이 1000년 전 내 고장 강진에 살던 도공을 용산의 박물관에서 만난 것처럼 나는 가슴이 울렁이고 눈물이 핑돌아 고개를 숙여버렸다.마침 열리고있는 북한유물 특별전은 말 그대로 특별한 감회를 주었다.

 청계천은 물가로 내려가 보도를 걷다가 징검다리를 건너 정처 없이 걷는데 아주 깨끗한 시냇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냇가에 억새풀이 무성하였다. 28일 아침식사후 답사 2일째의 첫 코스인 창덕궁 후문에 도착하였다.

창덕궁을 안내하는 해설사는 산뜻하고 품위 있는 한복의 옥색 하복차림으로 전통부채를 든 채 차분하고 유창한 말씨로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창덕궁과 비원 전체를 모두 답사하고 관람하자면 궁내에서 몇 달 동안 생활해야할 것 같았다.

 우리는 오전11시경 창덕궁 후문에서 답사버스를 타고 이번 답사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용인 호암 미술관으로 가기위해 서울 중심지를 빠져나왔다. 호암 미술관 부근 외각의 한적하고 아담한 식당에서 점심식사 후 곧바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우리는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 2층 강의실에서 해설사가 설명하는 강의를 듣고 난 다음 전시실의 각종 모란꽃미술품과 도자기들을 관람하는데 도자기 전시장에서는 초빙 강사님 중 한분께서 도자기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셔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평소에는 서울 강진간의 지루하던 여행시간은 이번 답사일정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이번 답사는 해설가로서 자질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계기로 회장님과 집행부의 발상이나 계획이 너무 좋았고, 군 당국의 각별한 배려와 후원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좀 아쉬운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창덕궁은 각각 하루씩의 일정으로는 부족하고 청계천의 경우도 낮 시간에 전체적인 구조물을 파악하고 밤 시간에는 야경을 관람해야 했었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해설가의 소양을 갖추기 위한 좋은 기회로 여기며 내고장의 문화관광산업을 개발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년1.2회의 비교답사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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