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등불을 밝힙시다"
"내일을 위해 등불을 밝힙시다"
  • 강진신문
  • 승인 2006.05.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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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종스님<군사암연합회장. 용문사 주지>

석가세존은 모든 중생을 본래부처요, 미래의 부처님으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기는 벌레와 나는 새, 흘러가는 구름들도 모두 우리의 생일이라 자축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의지함으로서 더욱 빛나는, 중생이라는 은혜의 그물에 얽힌 유일한 구슬들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미물도 단일한 물성(物性)으로는 출생할 수 없으며, 크나 큰 은하수도 어울림으로서만이 오래토록 반짝일 수 있습니다.

중생이 없는 곳을 찾아 티끌 그 속을 살펴보아도 중생이 아닌 그 속은 없으며, 무한으로 밖을 떠나 헤매어 보아도 중생 없는 그 밖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법계중생의 본지풍광(本地風光)중에 생명과 생명 아닌 것의 경계는 이미 없는 것입니다.

하나뿐인 무정(無情)의 지구와 인류평화를 파괴하는 일도 탐욕과 분노, 무지함으로 얼룩진 무명중생(無明衆生)들의 활동이며, 전쟁과 불행을 막아 내는 일도 참회와 용서, 용기 있는 지혜로 무장한 생명들의 떳떳한 실상입니다.

너의 탐욕과 나의 지혜는 본래 없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너와 나, 우리들, 그 사이에서 삼독의 불길은 타오르며, 우정어린 너와 나, 우리들 그 틈새로 용서와 지혜의 꽃불이 타오르게 됩니다.

인행을 닦지 않고 과덕을 얻으려는 것은 심지 않은 나무에 열매가 달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자신의 안일과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고통과 처지를 간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 삶의 태도는 일체만물이 상의상존적 연기의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까닭입니다.

인간의 고통을 여의고 인류의 숙제인 평화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지나친 욕망과 집착을 조복하여 물질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입니다. 누구나 청정무구한 본래의 참생명을 되찾고 나(自)와 너(他) 자연과 우주가 하나되는 범아일여의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소중하고 가치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인류의 경사이며, 중생의 축복입니다. 이러한 날을 기념하고 경축하기 위하여 각 나라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립니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 오신 뜻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불우한 이웃을 돕고, 사찰마다 꽃과 연등으로 도량을 장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장엄한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라시대의 국가적인 축제로는 연등회(燃燈會)와 팔관회(八關會)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신라에 불교가 들어 온 이후 진흥왕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축제입니다.

부처님께 등 공양을 올리는 것은 육법공양(六法供養) 중 하나로서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사세왕수결경’에 의하면 어떤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께 올린 등 공양이 밤새 꺼지지 않고 불을 밝혔다고 하는 빈녀일등(貧女一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설법이다. 연등은 바로 지혜와 광명과 자비의 상징입니다.

등불을 밝히므로 모든 지혜가 증장하고, 어두움을 물리치고 광명의 밝음으로 인도하며, 자비를 베푸는 공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무량수경』이나 『법화경』 등에도 연등공양의 공덕이 무량함을 수 없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 전에 등을 밝히기 위해 촛대를 만들며, 석등(石燈)을 세우고, 인등(引燈)을 켭니다.

사월 초파일에 올리는 등 행사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손수 등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밝히는 것을 연등(燃燈)이라 하고, 다른 사람이 올려둔 등을 보고 기뻐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고 합니다.

연잎 한 잎 한 잎 붙여가면서 정성을 다하는 경지야말로 그대로 수도자의 자세이며,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정성껏 만들어서 장엄해 둔 것을 보고, 마음이 밝아지며, 환희심을 낸다고 한다면 이도 또한 공덕이 클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거리마다 오색등이 달리고 법당에도 등으로 가득합니다.

참다운 등불을 밝히기 위해 그늘진 곳을 찾아 다녀야 하며,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웃음의 꽃이 피어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아름답고 장엄한 등불과 같이 시기와 갈등과 반목의 어두움을 물리치고, 지혜롭고, 자비스러운 불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통일 될 조국을 위해, 인류의 행복을 위해 등불을 밝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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