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랑과 김현구의 아름다운 문학적 가교
<기고>김영랑과 김현구의 아름다운 문학적 가교
  • 강진신문
  • 승인 2006.04.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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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긴 눈물 호려 낼 듯/잠긴 설움 불러 낼 듯/실바람 호리호리/뒷산에 뻐꾹 울음//임의 버림 못내 설워/걸음걸음 맺힌 한숨/복사꽃 피던 봄날/눈물 씻고 가시더니//구곡간장 녹은 설움/아주 잊고 가셨는가/혀를 끊어 참는 마음/모질기도 하오신가//그대 생각 슬픈 언덕/복사꽃은 피었건만/눈물 어린 그 얼굴이/미칠 듯 그립건만.
                           - 김현구, M夫人의 추억-이 노래를 영랑에게 드림 전문.

김영랑(1902~1950)과 김현구(1903~1950) 두 분 시인은 광주.전남 현대시문학의 출발점이자 강진이 낳은 문학적 자랑이다.

두 분은 비슷한 시기에 강진읍의 같은 집안(김해 김씨)에서 태어나, 1930년대 우리 시문학을 풍미했던 ‘시문학파’의 중요한 일원으로 활약했으며, 줄곧 고향을 지키며 시를 쓰다가, 같은 시기에 6.25의 참화로 세상을 뜬 운명적인 문학의 동반자였다.

그러나 김영랑이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문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긴 반면, 김현구는 무욕적인 성격 등으로 인해 이름이 지워진 불운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살아생전 두 분의 도타웠던 문학적 교류와 우정을 보여주는 시가 있어 주목된다. 김현구가 사별한 첫 부인으로 인해 슬픔에 빠진 김영랑을 위로하기 위해 써서 바친 조시 'M夫人의 追憶'이 그것이다.

김영랑의 첫 부인 타계 직후 씌어진 것으로 보이는 총 4연 16행으로 구성된 이 시는 ‘눈물’, ‘설움’, ‘울음’, ‘한숨’, ‘슬픔’, ‘그리움’ 등 비극적인 시어들이 총동원되어 비애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김영랑보다 두 살 위였던 첫 부인 김은하(金銀河)는 매우 아름다웠으나, 1918년 동남아 일원에 창궐한 호열자에 전염되어 결혼한 지 1년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김영랑은 15세의 아직 어린 소년이었으며, 결혼과 동시에 휘문의숙에 다니기 위해 생이별을 하고 상경했었기 때문에 아내와의 애정도 미처 싹트기 이전이었다.

따라서 당시 아내를 잃은 그의 슬픔은 대단히 컸으며, 그 슬픔은 시 속에서 비애의식의 근원이 된다.

그런데 필자는 이 시와 관련하여 지난 2002년 강진문화원에서 펴낸 '김현구 시 전집'에서 각주를 통해 본의 아니게 오류를 범한 적이 있다.

첫 부인을 애도한 시라면 제목에 붙은 이니셜이 왜 ‘K’가 아니고 ‘M’일까 하는 학문을 하는 자로서의 기본적으로 갖게 되는 의문 때문이었다.

그래서 박사학위논문을 쓰던 당시 김현구의 차남인 김문배씨를 찾아가 물어봤더니 확실하진 않지만 “첫 부인이 아니라 영랑이 서울에서 만나 아들 하나까지를 두었던 어느 여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였으나 확실하게 검증된 것이 아니어서 이를 본문에 넣지 않고 참고삼아 각주로 처리한 적이 있다(단, 본문 안에서는 첫 부인으로 일관되게 해석했음).

최근에야 유족 측으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함께 “M부인은 첫 부인의 애칭”이라는 사실이 확실히 밝혀졌다.

그러나 비록 본문이 아니라 각주이기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증언으로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이 지면을 빌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영랑 탄생 104주년을 맞아 오는 4월 29일(토)부터 5월 1일까지 ‘제1회 영랑문학제’가 영랑생가에서 열린다.

영랑의 시업을 기리기 위해 강진군이 지원하고 영랑기념사업회와 계간 '시와시학'이 공동 주관하는 영랑문학제는 영랑문학상 시상식을 비롯한 영랑문학 심포지움, 시 낭송의 밤, 전국 백일장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영랑생가의 모란이 활짝 벙그는 시기에 맞춰 열리는 이 행사는 앞으로 강진은 물론 경향 각지의 시인들이 다수 참여하여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제로 발돋움할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을 앞두고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을 찾아가 영랑문학제도 관람하면서 김영랑과 김현구 두 분의 살아생전 도타웠던 우정과 문학의 향기에 흠뻑 취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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