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벼가 창고에서 썩고 있다는 것
[사설2]벼가 창고에서 썩고 있다는 것
  • 강진신문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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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농협과 도암농협에 보관중이던 벼가 변질돼 대북지원용 쌀 가공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당초 1~2년 정도 보관하고 창고에서 나가야할 2001년산 쌀이 지금까지 보관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같은 현상이 강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같은 증상을 보인 쌀은 상당량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단 이 벼들은 소유주가 농협중앙회이고 지역농협들은 보관을 대행하는 입장에 불과했기 때문에 책임소재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농협측의 설명이다. 군 또한 벼의 변질 상태를 인수인계 과정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이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벼가 어디선가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고, 사회적으로 그 만큼 벼의 소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종합적인 양곡수급 계획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자세히 모르겠으나 이번 일은 앞으로 창고에서 썩어야 하는 벼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또 정부나 농협중앙회나 벼의 수급조절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이는 앞으로 벼 시장의 대혼란을 우려케하는 대목이다. 올해야 수매폐지 원년이였지만 공공비축미등을 통해 어느정도 충격을 흡수하고 농협자체 수매를 통해 넘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공공비축미 또한 어떤 방향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게 벼 시장의 솔직한 분위기이다.

농협자체 수매 또한 마찬가지다. 농협수매라는게 벼를 사들여서 저장해 두었다가 이를 가공해 판매한다는 목적이지만 극도로 좁아지고 있는 쌀 시장에서 언제까지 그 기능을 담당하게 될지 불확실하다.

쌀 시장은 이렇게 어둡고 캄캄하다. 쌀시장의 미래를 농민들이 뚫어야 할지, 정부가 뚫어야 할지, 아니면 농협이 해야할지 아무도 장담을 못하고 있다. 벼는 창고에서 자꾸만 변질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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