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계절이기를
사랑의 계절이기를
  • 강진신문
  • 승인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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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박사 김영배(전 강진문화원장)

정녕 겨울인가! 서서히 치워져가는 낙엽과 청청하던 나무가 나목이 되는 겨울을 나는 기다린다.

모든 나무는 겨울이면 한점의 허식과 위선도 없는 자기 자신 그대로의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조금의 과장 없이 드러내 놓는다. 겨울이면 또한 하얀 눈을 기다린다.

그것은 눈은 내림으로서 용서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향기 그윽했던 봄날의 흔적에서부터 청청하고 무더웠던 여름의 모습과 풍요로운 가을의 결실까지 모두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꽃망울과 찬란했던 열매뿐 아니라 서로 엉퀴었던 가시 넝쿨들 그리고 꽃과 열매가 남겨놓은 크고 작은 보잘것없는 나목을 모두 덮어버린다.

그럼으로써 봄꽃의 어리석음과 여름나무의 오만과 가을 열매의 탐욕을 감싸주며 서로의 반목을 감싸준다. 뿐만아니라 눈은 또한 녹음으로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이얀 눈의 위력에 덮여 숨 죽여 지낸 후에야 봄풀은 자신의 연약함에 고개 숙이고 여름, 가을 들풀은 자신의 존재가 미미함을 배운다. 봄이 되면 찬란했던 하이얀 눈은 말라가며 천리만상은 굳센 희망을 품고 되살아난다.

이제 눈 이불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일어난 봄풀은 연약한 풀이 아니며 여름 나무는 자기 모습에 가슴 저려하는 나무가 아니요 가을 잎새는 열매 떨어짐에 안타까와하지만 않는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만과 갈등 그리고 잘못된 생각이 눈 아래서 바르게 가려지면서 스스로 용서할 수 있는 준비와 눈 녹음과 함께 드러나는 참모습 앞에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이 겨울에 한 그루의 나목처럼 우리의 자신을 벗겨보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하여 눈 이불에서 헤어난 여러 꽃과 여름 나무처럼 엄숙하고 더욱 희망찬 삶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삶의 맛과 정이 없어진 것이다.

여유가 없어지고 웃음이 없어지고 사랑이 말라가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함께 겪어야 하는 시련과 이 계절에 우리는 잃어버린 맛과 정을 웃음과 사랑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이 겨울에 자연의 엄숙한 진리를 배워야 한다. 새봄을 준비하기 위하여 나목이 인고의 겨울을 지켜보듯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이기심에서 벗어나 이웃을 위하여 사랑을 나누며 봉사하는 정신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추운 날씨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적셔주는 것은 춘풍(봄바람)일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춘풍이 아니라, 우리들의 길은 “사랑”과 “봉사”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이 꽃이라면 꽃 아님이 어디 있으며 이 세상에서 따스한 것이 사랑과 정이라면 정과 사랑 아님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의 눈이 머물고 우리의 마음 닿는 모든 곳이 꽃이요, 사랑이요, 정이다.

그 누구나 얼마나 사물을 사랑의 눈빛으로 정답게 바라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한 자기의 내면을 보고 자기를 성찰하고 반성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자연의 진리와 눈과 나목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새봄을 위해 덮어주고 용서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섭리와 나신으로 돌아가는 겸손한 모습을 배워야 한다. 참된 우리의 겨울과 눈을 기다린다. 오지 않으면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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