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교통 신호등
[독자투고]교통 신호등
  • 강진신문
  • 승인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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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택(현대택배 강진영업소)

나는 직업 운전자이다. 하루 종일 운전도 지겨운데 집과 사업장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출퇴근도 화물자동차로 중학교 1학년 아들 녀석과 함께한다.

칠량면소재지 근처 2차선 우회도로에는 500여m 간격으로 신호등이 있는데 이 두 곳의 신호등을 지키는 차량은 외지 차량이 고작이며 이곳 도로사정에 익숙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신호등을 아예 무시하고 냅다 달리는 편이다.

사고 나면 보험처리(?)하면 되니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차들도 그러는데 나만 지키면 뭐하냐? 다른 차가 정지하고 있거나 경찰만 없으면 눈치껏 위반하기가 일쑤였다.

처음에는 아들 녀석이 “아빠, 빨간불인데 신호위반 아닌가?” 고 물으면 시간도 없고 다른 차들도 그러니까 괜찮다고 얼버무리면 고개를 갸웃뚱 하더니만 얼마 후에는 면역이 되어 버렸는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동안도 그냥 통과하려다가 경찰차를 늦게 발견하고야 급정거 하거나 좌회전 차량과의 아슬아슬한 순간들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얼마전 아침 출근 시간에도 첫 번째 신호등의 빨간불에도 습관대로 아무꺼리낌없이 통과하였는데 두 번째 신호등에 다가가자 1차로에 승용차 한대가 대기하고 있어서 하는 수없이 나도 2차로에 멈췄다.

그런데 아들녀석이 하는 말 “경찰관 아저씨도 없는데 그냥 가지 않고 왜 멈춰?”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아차, 그순간 나는 정말로 하늘이 노랬다.

바쁘다는 핑계로, 괜찮다는 무의식으로 몇 분 빨리 갈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아들에게 범법행위를 가르치고 다녔던 것이다.

나는 신호등을 위반하면서도 아들에게는 나쁜짓하면 안되고 착하게만 살아야 된다고 귀가 아프도록 말했을 때 녀석의 생각은 어땠을까.

아들 녀석도 아빠 있을 때만 착한척하고 아빠가 안보일 때는 나쁜짓 해도 들키지만 않는다면 된다는 것을 이미 배워 버렸을 텐데 이일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 후 나는 신호등을 한번도 위반하지 않고 있다. 아니 감히 위반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빵빵거리면서 험한 인상을 쓰고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발견하였다.

 이글을 읽으신 분들도 한번 실험해 보시라.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도 한사람이 그대로 통과하면 뒤따르는 차들도 신호등을 무시하고, 한사람이 정지하면 다른 차들도 어쩔 수없이 정지하는 정말 재미있는 실험이다.

한사람의 사소한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5분 빨리 가려다 50년 빨리 간다.” 는 끔찍한 말도 있고 “빨라도 5분 늦어도 5분”이라는 표어도 있다. 우리 모두 교통질서를 지켜서 “아름다운 청자골 살기 좋은 우리 강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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