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으로 농촌 갈 곳 없다
[사설]쌀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으로 농촌 갈 곳 없다
  • 강진신문
  • 승인 2005.1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가 지난 23일 본회의를 열고 세계무역기구(WTO)와의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 쌀시장 보호를 위한 쌀 관세화 유예는 오는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되게 됐지만 수입물량은 단계적으로 높아져 내년 3~5월부터는 수입쌀이 국내에 시판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국회 표결을 기점으로 한국농업은 하나의 분수령을 맞았다. 가장 선명한 전망은 지금부터 우리나라 농업이 대농화의 길로 급속히 접어든다는 것이다.

정부관료들과 학자들은 10년 후에 있을 쌀시장 완전개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그런 논리의 이상향은 대단한 땅부자들만이 농촌마을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그런 이상향이 이번 국회표결로 현실화가 가능해 졌다.

앞으로 농촌에서 작은 땅이라도 일구면서 삶을 영위하고 싶은 힘없는 농민들의 소망은 어떻게 될런지 한숨만 나온다.

일반쌀은 겨우 자급할 식량 정도가 적당할 것이며, 논농사의 대안으로 제시될 갖가지 미사여구의 대체산업들은 얼마 가지 않아 수입농산물의 홍수에 다시 잠기게 될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농민의 수가 얼마나 될 것인가.

70년대의 이농은 탈농이었다. 농촌을 탈출해 돈벌이가 더 좋은 도시지역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도시란 공간에 촌사람들이 안착할 작은 공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구조가 없다. 농민들이 농사를 그만두면 다른 곳으로 뛰어갈 곳이 지금은 없다. 이런 가운데 농촌은 급격히 어려워고 있다.

쥐도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빈다고 했는데, 대농화? 규모화의 벽을 넘지 못하는 대다수의 농민들이 사방이 막힌 이 구석에서 어떻게 생존의 방법을 찾아야 할지 암담한 오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