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 후손들 화났다
영랑 후손들 화났다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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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화가 "나는 영랑의 손녀딸" 책발간
직계후손들 "이럴수가...새빨간 거짓말"

영랑 김윤식 선생의 후손들이 요즘에 단단히 화가났다.

미국에 사는 영랑선생의 친 아들 김현철씨를 비롯해 영랑선생의 막내 동생인 서울의 김판식씨를 비롯한 직계 가족은 물론 강진의 먼 친척들까지 심기가 대단히 불편해 있다.


이유는 한 권의 책 때문. 강진 출신이면서 모대학 겸임교수로 있는 김모(여.43)씨가 지난 99년 시집겸 수필집인 ‘내안의 야생공원(신구문화사 발행)’이란 책을 내면서 자신이 영랑선생의 손녀딸이며 태어난 곳도 영랑생가라고 소개하는데서 발단이 됐다.


▲ 영랑 선생의 부친 김종호(金鍾湖)씨(하얀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중간 사람)의 회갑잔치때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바로 왼쪽 뒤 역시 힌두루마기를 입고 있는 사람이 영랑선생이다. 영랑의 가족은 대가족이였다.<강진신문 자료사진>
김씨는 이같은 사실을 서울대 미대 학장인 김병종 교수로부터 추천사까지 받아 책에 게재했고 영랑의 직계 후손의 출현은 문단에서 대단한 화제가 됐다.


당시 한 서평에서는 ‘김씨를 다른 눈길로 보게 하는 건 그가 시인 김영랑의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이다. 김영랑은 그의 작은할아버지다. 그래서일까. 영랑의 문재를 이어받아 말을 깎고 다듬어 모아놓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라고 까지 적었다.


영랑선생의 직계후손들은 이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다 책이 발간된 후 6년만인 지난 9월에야 알아차렸다.


영랑 가족들의 입장에서 책의 저자인 김씨의 경력과 추천사를 쓴 김병종 교수의 사회적 위상, 출판사의 무게등을 감안할 때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인 김씨는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해 화단에서 막 뜨기 시작한 인물이였고, 김병종 학장은 우리나라 미술계 거목이었다. 책을 낸 신구문화사 역시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알아주는 곳이여서 그냥 넘어가면 영랑의 가족사가 크게 왜곡될 일이었다.


미국의 김현철씨는 국내 친천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족보를 확인해 보았다. 영랑선생의 본명이 ‘윤식’으로 ‘식’자 돌림인데 족보의 ‘식’자 돌림이 50명이 넘었다. 김현철씨는 족보를 한참 찾은 끝에 저자 김씨가 20촌이 넘은 관계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영랑생가 태생 운운은 터무니 없는 일이었다.


영랑의 가족들은 서울대 김병종 교수에게 사실을 확인해 보았다. 김교수는 가족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도교수 추천사도 있고 해서 추호도 영랑선생의 손녀딸이 아니라는 것을 의심해보지 못했다. 본인이 미성숙해 일어난 일이나 반성과 사죄를 문중어른들께 구한다’고 정중한 답변을 해 왔다.


신구문화사 김광근 편집장도 최근 강진신문과의 통화에서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우리의 불찰이 없지 않다. 평생이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고 한숨지었다.


저자 김씨는 최근까지 출판사와 연락을 끊었으며, 강진신문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영랑선생의 가족들은 “지금이라도 책을 수거하고 어른들에게 사과를 하면 용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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