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연지의 전설
[다산로에서]연지의 전설
  • 강진신문
  • 승인 200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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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의 전설
와우형국(臥牛形局)의 읍터와 연못
이형희<전 문화원장>

강집읍의 지형은 풍수지리학상으로 “황소”가 누워있는 형국이라 전해왔다.

금사봉에서 읍의 형세를 보면 우두봉이 한눈에 보이고 여기에 탐진강의 광활하고 기름진 평야를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아홉고을 물이 한데모아 흐르므로 구강포라 하여 죽도인 대섬과 가우도와 마량 까막섬을 지나 다도해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러한 읍의 형국을 유심히 보면 흡사 황소가 그 턱을 목에 걸고 코김을 내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두봉은 황소의 머리를 뜻함이요 읍성은 소의 얼굴을 말함인데 양쪽 귀를 넌지시 펼치고 엎드린 모양은 천만년의 풍우에도 끄덕없는 의연함을 말없이 묵묵히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황소의 얼굴을 이루고 있는 읍터는 이목구비까지 갖추고 있으니 군청앞에 있던 우물은 원래는 쌍샘으로 황소의 콧구멍이요 군 청사터는 코등이다. 그리고 읍의 동서편에 각각 공동 우물이 있는데 이는 소의 양쪽 눈을 상징한다.

이외에도 황소와 관련된 지명들이 많다. 지금 다산동상이 서 있는 곳을 지나면 “싯낢이라고 부르는데 “혀낢의 변음이요 여기서 홍암마을 뒷산의 능선을 타고 북으로 올라가면 “귀밑재” 하이변 이라 하여 소의 귀의 변두리라는 뜻이다.

읍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우두봉 중턱에는 고성암이라는 암자가 있어 금릉팔경의 하나인 고암모종이라하여 저녁에 울리는 범종소리를 일컫는다. 다시 밑으로 내려와 탐진강에 인접해 있는 들가운데 목리마을이 옛날에 는 초지라 하였다.

또 만덕산 가까운 곳에 초당마을 이 두 곳은 소가 풀을 뜯는 초장이다. 이외에도 강진만 중간에 우뚝 서있는 가우도가 있는가 하면 해남방면으로 가는 길을 따라 2km에 논치는 노우사의 변음이며 여기서 다시 4km쯤에 “시웃재”라하는데 “휴우재”를 말하는 것으로 소가 쉬어간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동서남북 가는 곳마다 황소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 중 읍중심지에 연못을 파게 된 전설이 있다.

그 연못자리가 지금의 군립도서관이 들어선 곳으로 1967년 이전까지만 해도 읍의 중심지인 이곳에 연지가 있었고 주위로는 수양버들과 벚꽃나무가 운치를 더해주었다. 옛 읍지에 보면 둘레가 400m가량인데 지금의 우체국과 강진읍교회 까지도 연못이었으므로 그 일대를 연지변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다만 300년 가까이 된 팽나무만 그 당시의 전설을 간직한 채 노거수로 남아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이곳에 부임한 현감들은 지방 이속들의 텃세가 심하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름아닌 지방 이속들이 억세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651년(효종2년)에 신유라는 현감이 비장한 각오로 자원하여 이곳 현감으로 부임하였다. 그는 풍수지리에 능통하여 우선 이 고장 지세와 산세를 샅샅이 살펴보고는 그 원인이 다름아닌 읍의 터가 와우형국(臥牛形局)이어서 지방 이속들이 황소처럼 억세다고 판단하였다.

그로부터 신유현감은 황소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소의 급소에 상처를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장소를 찾은 곳이 바로 연못자리였는데 이곳으로 말하면 황소의 안면인데 그 중에서도 “코”부분에 해당되므로 아무리 힘센 황소라도 코뚜레를 하면 누구에게나 끌려 다니므로 코 부분에 해당하는 이곳을 파헤쳐 상처를 입히려고 많은 주민을 동원하여 연못을 파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비둘기바위 바로 위를 3자3치를 깎아내렸는데 여기가 황소의 코밑에 급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읍의 안산인 금사봉의 봉우리를 똑같이 깎아내렸는데 이 역시 소가 힘을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한낱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불과하지만 그 후부터는 이상하리만큼 지방 이속 때문에 현감이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로 인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고장 강진사람들은 황소처럼 힘은 있어도 온순한 성품을 닮아 늠름하고 선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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