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그 녀석이 보고 싶다.-6.15 평양 민족통일축전 참가기
[독자투고]그 녀석이 보고 싶다.-6.15 평양 민족통일축전 참가기
  • 강진신문
  • 승인 200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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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강진사랑시민회의 사무국장
▲ 윤영선 사무국장.

평양에서 열리는 6.15민족통일축전에 참가하기 위하여 남쪽의 민간대표단 301명은 6월 14일 오전 9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50여분이 지나자 평양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본 평양은 헐벗은 모습이었다.

산에는 큰나무가 없고 마을은 온통 회색빛 이었다. 논에는 모가 심어져 있었으나 가뭄의 기색이 영력했다. 조금은 초조하고 긴장된 기분으로 비행기를 내렸다.

평양 공항은 한가했고 입국수속은 대체로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공항 아무 곳에서나 누구하고나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평양역 근처 고려호텔에 여장을 푼 남쪽 일행은 이날 오후 만경대소년학생궁전을 방문하였다. 조선화, 서양화, 전통음악, 피아노, 관현악, 바둑, 수놓기 등 많은 프로그램을 청소년 5천여명이 학교 방과 후에 무료로 자발적으로 배우고 익힌다고 자랑이 대단했다.

그만한 애들을 기르고 있는 아빠 입장에서 이유야 어찌되었든 ‘작게라도 우리 지역에도 이런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는 장대비 속에서 민족대행진과 축전 개막식에 참가했다. 천리마동상에서 개선문을 지나 김일성경기장까지 2키로미터를 남과 북, 해외의  대표단 500여명이 민족 대행진을 하고 길가에는 평양시민들 10만 명이 꽃과 통일기를 들고 나와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은 그자체가 통일이고 감동이고 환희였다.

한달 간 1만명이 준비했다는 집단체조, 그들과 어우러져 남과 해외의 대표단이 강강술래를 하고 기차놀이를 하며 평양의 첫날 밤이 깊어갔다.

 

15일에는 4.25문화회관에서 정동영장관 등 정부 측 인사도 참석한 민족통일대회와 사진전시회, 부문별 상봉모임이 있고 민족가극 춘향전 공연을 관람했다.
 

16일 오전에 개선문과 만경대 김일성주석 생가를 참관하고 오후에는 류경정주영 경기장에서 부산과 대구에 와서 남쪽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던 500여명의 여대생 응원단의 함성속에서  배구와 오락경기가 있었으며, 나는 배구선수로 뛰었다. 밤에는 봉화예술극장에서 남쪽에서 준비한 민족가극 금강을 관람하였다.
 

17일 오전에 주체탑과 동명왕능을 참관하는 것으로 남쪽 대표단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의미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군동 화방출신의 북쪽 최고의 시인, 오영재 시인의 아들인 오설악의 김일성대학 문학부 동창생을 만나 시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전향장기수로 북쪽으로 갔던 이인모 노인의 딸, 지난 5월 비료를 싣고 가기 위해 울산에 왔다는 민족경제성의 간부. 남쪽 민간 대표단중 지역부문 대표를 태운 버스의 안내와 진행을 도와준 북쪽 민화협의 조선생, 김선생,  최선생.
 

경제는 어렵다고 했다. 특히 에너지문제가 심각하여 트랙터나 이앙기를 놀리고 있는 지경이었다. 비료, 비닐등 남쪽의 도움으로 모내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미국의 스텔스기 배치에 긴장하고 있었다. 이라크 폭격이 스텔스기로 시작됐다는 것이다.
 무슨일이 있어도 철저한 민족공조로 평화와 자주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17일 오후 5시, 예상보다 면담이 길어진다는 정동영장관 일행이 타고 올 비행기 한대만 남겨놓고 민간 대표단을 태운 대한항공이 아쉽다는 듯 평양 하늘을 날아 오른다.
들에서 일을 하는 북쪽 동포들이 손을 흔든다. 또 오라고. 다시 만나자고-
 

평양에서 보았던 사람 중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한번은 호텔 옆 한식집을 갔는데 제 어미로 보이는 여자가 무슨 심부름을 시키자 투덜거리며 스포츠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쓰고 신발을 찍찍  끌며, 문을 탕 열고 나갔던 여드름이 범벅이던 한 중학생정도로 보이던 녀석의 모습.

지금도 강진시내에서 그만한 또래의 중학생들을 보면 웃음이 피식 나온다. 그리고 이름도 성도 모르는 그 녀석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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