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이주걱아 반갑다
끈끈이주걱아 반갑다
  • 강진신문
  • 승인 200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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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희<숲해설가. 강진읍 서성리>
▲ 차경희씨.

금보다 귀한시간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날마다 시간과의 전쟁이다. 시간 시간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월요일부터 일요일 까지 이루어 놓은 것은 없는데 할일만 꽉 찬 한주이다. 다음 날  모임이 있기에 참석 여부 확인을 위해 전화를 돌리고 있을 때였다.

월출산국립공원에서 자원 활동가로 함께 봉사 하는 강영석 회장님으로부터 갑작스런 전화가 왔다. 강진에도 끈끈이주걱이 있으니 당장 카메라를 들고 나오라는 것이었다.
바쁜 마음저편으로 미루어놓고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월출산국립공원에 끈끈이귀이개란 야생풀이 조금 있는데 워낙 희귀하고 귀한 풀이라 함부로 공개되지 않는 식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인을 통해 좋은 기회로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월출산의 습지에서 몸을 구부리고 바지를 젖으며 보았던 적이 있어  좋아하는 희귀식물을 볼 기대에 부푼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도암 석문으로 갔다.


흔하지 않는 식충식물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니, 고맙고 감사한 생각까지 들었다.


끈끈이귀이개나, 끈끈이주걱, 통발, 파리지옥 풀, 같은 식충식물은 대부분 습지의 척박한 땅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그런지 모양새가 작고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관심이 있는 사람만 보라는 의미에서인지 확대경을 대고 보던지 허리를 굽혀 봐야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마침내 끈끈이주걱이 있는 습지에 도착해 어렵게 찾아낸 풀을 확대경을 통해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새로운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관계를 만드는 것처럼 한참동안 어린 풀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너무나 반갑게도 끈끈이주걱이 서식하는 그 곳에 꼬마 잠자리도 살고 있었다. 꼬마 잠자리는 색깔에 따라 암 컷과 수컷이 구별되는데 몸의 길이가 3센티 밖에 안 되는 빨간색 잠자리가 수컷이고 색깔이 예쁘지 않고 못생긴 것은 암컷이다.

이 잠자리는 평범한 그냥 잠자리가 아니라 상상도 못 할 만큼 까탈스럽고 유명한 놈이다.. 환경부 보호 곤충1호이고 전국에서 4곳에서만 발견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잠자리이기도 하다고 한다.


습지를 돌아보다 문득 든 생각은 습지는 식물들이 살 수 없는 척박한 땅 또는 불모지로 생각하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이 그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 중의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곳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슬기나 올챙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수서생물들이 금방 발견 된다.


아마도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좋은 주변 환경들에 대한 전문적인 보전의
방법들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 현재는 보고 즐기면서 보호하고 다음세대에 물려줄 마음을 먹기 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너무나 당연한데 상상외로 말이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가 이런 환경들을 지켜 나가지 못한다면 가장 기본적인 우리 인간들의 생활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 주변의 환경들은 비단 우리 인간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명히 이점이 숙지 된 상태에서 행동을 동반해야 함에도 불구, 언제나 그 사실을 망각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잊어서는 안 되는 마음가짐, 오늘 나는 습지를 돌아보고 습지의 생물을 관찰하며 다시 한번 새로이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인간이 지켜야 할 자연에 대한 예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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