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들이 결심하면 합병은 해결될 것
조합장들이 결심하면 합병은 해결될 것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5.06.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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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량농협 김영석 조합장 인터뷰..."2~3년내 직원 월급도 못줄 상황온다"

칠량조합 이사회가 합병을 선언했다. 누구든 들어오라고 문열 활짝 열어 젖친 셈이다. 그동안 합병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속내는 철저히 빗장을 걸어두던 지역 회원조합 풍토에서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합병선언을 주도한 김영석 조합장(69)을 지난 1일 오후 조합장실에서 만났다. 김 조합장은 칠량 영풍마을 출신으로 지난 2001년 11월 취임한 초선 조합장이다.       


▲ 김영석 조합장.
▷합병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조합원들 사이에 찬반여론이 있을 법 하다. 조합원들은 합병선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아직까지는 합병에 대해서는 다방가를 비롯한 면소재지에 자주 출입 한 분들 정도가 얘기하고 있다. 그분들은 대부분 통합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저변의 조합원들은 합병이 무엇인지도 모른분들이 많다. 자기 시간에 바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잘했다고 말했다. 칠량은 합병쪽으로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합병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농촌경제가 어렵다. 대출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안쓰고, 쓰지 말아야 할 분들이 쓴다. 쪼달린 사람들이다. 농촌에서 착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는다. 한때 신용업무의 농협이자가 14%까지 받을때가 있었다. 작년부터는 8.5%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더 떨어진다.
빌려준 돈을 받아야 다시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줄 수 있을 텐데 그런 장치를 철저히 하다보면 대출이 안된다. 앞으로는 절대 신용업무로 해서는 조합이 살아남기 어렵다.


경제사업도 그렇다. 농촌은 경제사업이 어렵다. 왠만한 농협치고 자기힘으로 경제사업을 벌일 여력이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앞으로는 너나 할 것 없이 농협을 규모화 시켜야 한다. 합병의 첫째 목적은 규모화에 있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환원사업도 하고 되돌려 줘야 조합원들이 농협을  믿고 따른다고 본다.


▷요즘에 조합원들이 회원조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오늘날까지 환원사업을 한다고 하지만 조합이 환원사업을 하는지도 모르는 농민들도 있다. 지금 조합원중에 농협을 우리조합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극소수이다. 70% 정도는 조합을 믿지 않는다. 조합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려면 환원사업도 많이하고 혜택도 많이 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경영이 뒷따라야 한다. 그렇게 되기위해서는 통합을 해서 규모화 하는 수 밖에 없다.


어떠한 일이 었더라도 합병을 하는 일이 조합을 위하는 것이다. 나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11월 임기안에 합병을 해놓고 가는게 임무라고 본다. 


▷지금 칠량조합을 비롯한 조합들의 형편이 어떤가.


▶지난해 칠량농협은 농협중앙회 경영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그런데도 시설하우스가 많아 연체가 많이 나가고 있고, 결산을 어떻게 하느냐 걱정까지 하고 있다. 경영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우리조합도 어려운데 과연 다른 조합은 어떨지 궁금하다. 우리조합도 마찬가지지만 인건비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에게 계속 보너스를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사실 작년결산으로 보면 강진군의 조합들은 비교적 건전하다. 자기자본을 잠식해서 인건비를 줄 정도는 안된다. 검소하게 절약해서 조금씩 흑자를 내고 있다.

그러나 잘된다는 곳의 흑자규모가 5천~6천만원, 1억원 정도이다. 이정도의 흑자를 가지고 앞으로 얼마나 지탱을 할 것이냐 하는게 문제이다. 순식간에 무너진다. 2~3년 후에는 모든 조합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병이 필요하다.

 

▷합병을 선언하기까지 이사들은 어떻게 설득했나.


▶그동안 공사석에서 합병을 하자는 농담은 많이 했다. 여러 이사님들에게 사전에 물어 보았다. 대부분 이사님들이 합병에 찬성하고 있었다.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었다. 지금 구체적으로 어디농협과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은 논의한 것은 없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준비가 있을 것이다. 합병이 무르익어가면 구체안이 나올 것이다.


▷이사들도 물론이지만 직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지 않겠는가. 간부들은 더욱 불안할 것으로 보는데.


▶직원들도 합병에 찬성하고 있다. 직원들도 찬성한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앞으로 농협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합병을 해서 규모화를 해야 직원들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될것이고 높은 봉급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영이 안되면 지출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도 합병에 찬성하고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합병을 한다고해서 무조건 직원수를 줄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합병이 노동법을 무시하고 진행될 수는 없다.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대신 상무들의 승진을 동결하고 단계적으로 상무들이 정년퇴임을 해나가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도 막연한 불안감이 없지 않을 것이다


▶노파심에 그런 이야기를 하겠지만 조합장과 거리가 멀어진다거나 이사들과도 거리가 멀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면단위에서 기관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합병을 하더라도 면단위 지점이 생기고 전무들이 조합장 역할을 할 것이다. 평상시에도 모든 실무는 전무들이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합병전과 후가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합병한다고 해서 규정이 바뀐것도 아니다. 대출이 어렵게 되는 것도 아니다. 확신한다. 

 

▷합병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조합장들이 사명감을 가지면 장애물은 없다. 단 조합마다 자산과 조합원수등의 차이가 있지만 그런 차이가 합병을 가로막는 큰 이슈는 될 수 없다고 본다. 조합장들만 한다고 하면 빨리 될 것이다. 조합장들이 잠정적으로 합의를 하면 실무협의회를 구성해서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고, 가부 투표를 부치게 될 것이다.

조합장들만 마음을 정하면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이것은 이사, 대의원도 아닌 전 조합원의 가부 투표를 가져야 한다. 거기에서 가결만 되면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어려운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 조합장들이 합의를 하면 난관에 봉착할일이 없을 것이다. 올해말과 내년초에 상당수 조합장들이 임기를 마친다. 지금부터 합병을 추진하기가 최고 적기다.


▷조합원들중에는 농협중앙회가 과연 합병을 추진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농협중앙회무용론도 있는데..

▶합병을 할 경우 중앙회가 60억원을 지원한다. 현재 관내에는 3개 조합이 합병권고를 받았다.그곳은 경영진단을 해서 합병을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주었다. 해당 조합장들과 이야기는 해보지 않았지만 중앙회의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무관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합병을 하려면 중앙회의 역할도 클 것이다. 농협중앙회 군지부에서 최근 각 회원조합장을 만나고 다닌다는 말은 들었다. 군지부도 적극 나설 것으로 믿는다. 농협중앙회가 나름대로 제값은 하고 있다. 농협의 역사를 볼때 하루아침에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시대가 필요없는 조직으로 분류하면 그 존재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본다.


▷강진에서 가장 적절한 농협숫자는 몇 개라고 보는가.


▶가장 좋은 것은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그만큼 규모화를 이룰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강진 정서로 봐서 하나로 단일화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집착하다보면 합병자체가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동부권, 서부권으로 해서 도의원 선거구처럼 2개 정도로 합병을 하면 괜찮을 것이다.


▷2개로 바로 가는게 효율적인가, 아니면 우선 주변 조합들과 합병을 한 다음 확대해가는게 적절하다고 보는가.


▶어떤 측면에서는 2구의 경우 북산면쪽은 작천, 병영이 하고 남쪽은 군동, 칠량, 대구가 하는게 지역적으로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합병을 하는데 지리적인 조건도 중요하다. 이를테면 칠량 주변조합이 합병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작천이나 병영과 우선 합병을 추진할 수는 없다. 두지역 조합원들 모두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합병이 성사되려면 농협은 물론 지역사회내에서 역할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지역사회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말해달라.


▶군에서 조직한 농업발전협의회에서 농업경인인회등 각 분야에서 나온 사람들이 농협합병에 대한 것을 이야기 했다. 전조합장들은 합병을 하지 않으면 서명운동이라도 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합병의 당위성, 합병의 타당성등은 적극 부르짖고 조합원들이 조합장에게 왜 합병을 하지 않으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합병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도 농협합병이 농협만의 일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보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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