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등을 밝히자
아름다운 등을 밝히자
  • 강진신문
  • 승인 200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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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종스님<강진사암연합회장. 용문사 주지>

부처님의 자비광명으로 일체중생이 이고득락(離苦得樂)하기를 기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중생의 무명과 미혹을 없애고 명정(明淨)하고 무애자재(無碍自在)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중생의 미혹은 사물이 실재하고 구원하다고 믿는 전도된 생각입니다. 인간은 이러한 전도된 생각을 통해서 망집이 생기고 번뇌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인행을 닦지 않고 과덕을 얻으려는 것은 심지 않은 나무에 열매가 달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자신의 안일과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고통과 처지를 간과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 삶의 태도는 일체만물이 상의상존적 연기의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는 까닭입니다.


인간의 고통을 여의고 인류의 숙제인 평화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지나친 욕망과 집착을 조복하여 물질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입니다. 누구나 청정무구한 본래의 참생명을 되찾고 나(自)와 너(他) 자연과 우주가 하나되는 범아일여의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소중하고 가치있는 삶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은 인류의 경사이며, 중생의 축복입니다. 이러한 날을 기념하고 경축하기 위하여 각 나라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립니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 오신 뜻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불우한 이웃을 돕고, 사찰마다 꽃과 연등으로 도량을 장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장엄한 것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신라시대의 국가적인 축제로는 연등회(燃燈會)와 팔관회(八關會)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신라에 불교가 들온 이후 진흥왕 때부터 시작되었으니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축제입니다.


부처님께 등 공양을 올리는 것은 육법공양(六法供養) 중 하나로서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사세왕수결경’에 의하면 어떤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께 올린 등 공양이 밤새 꺼지지 않고 불을 밝혔다고 하는 빈녀일등(貧女一燈)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설법이다. 연등은 바로 지혜와 광명과 자비의 상징입니다.


등불을 밝히므로 모든 지혜가 증장하고, 어두움을 물리치고 광명의 밝음으로 인도하며, 자비를 베푸는 공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무량수경』이나 『법화경』 등에도 연등공양의 공덕이 무량함을 수 없이 설하고 있다. 부처님 전에 등을 밝히기 위해 촛대를 만들며, 석등(石燈)을 세우고, 인등(引燈)을 켭니다.


사월 초파일에 올리는 등 행사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손수 등을 만들어 부처님 전에 밝히는 것을 연등(燃燈)이라 하고, 다른 사람이 올려둔 등을 보고 기뻐하는 것을 관등(觀燈)이라고 합니다.

연잎 한 잎 한 잎 붙여가면서 정성을 다하는 경지야말로 그대로 수도자의 자세이며,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이 정성껏 만들어서 장엄해 둔 것을 보고, 마음이 밝아지며, 환희심을 낸다고 한다면 이도 또한 공덕이 클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거리마다 오색등이 달리고 법당에도 등으로 가득합니다.

참다운 등불을 밝히기 위해 그늘진 곳을 찾아 다녀야 하며,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웃음의 꽃이 피어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아름답고 장엄한 등불과 같이 시기와 갈등과 반목의 어두움을 물리치고, 지혜롭고, 자비스러운 불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통일 될 조국을 위해, 인류의 행복을 위해 등불을 밝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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