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노조 홈페이지 '노조탄압' 논란
군청, 노조 홈페이지 '노조탄압' 논란
  • 주희춘
  • 승인 2002.10.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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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공무원들 문자시위. 으름장에 협박까지.주민들 우려의 목소리 "개인적인 감정이 확대된것 아니냐"
‘꼭두각시는 처단해라‘, ’아직도 덜떨어진 00 박살내자‘, ’이 씨방세 죽여 불랑께 그냥‘, ’맞고 되질레 병신이 육갑하고 있구먼‘....

요즘 히트치고 있는 ‘야인시대’의 대사가 아니다. 조폭영화에 나오는 뒷골목 양아치들의 농담섞인 대화도 아니다.

최근 강진군 홈페이지와 공무원노조강진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휘젖고 있는 어휘들이다. 여수에서 올린글, 충북에서 올린글등 전국의 지명을 출처로한 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올라오고 있다.

이에대한 대응도 볼만하다. ‘완전히 협박이구먼’, ‘정말로 협박이네요’, ‘강진직협은 배알도없냐’, ‘그만합시다’등....
내용을 읽어보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생각도 들지만 일반인들이 볼때는 섬찢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게재되어야 할 표현들이 못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확대되어 강진이 전국 공직사회의 관심을 받아야할 사안이라고 하기에는 논쟁의 요건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강진군청 김광국 공무원노조 지부장이 지난 17일 연가를 내고 직협간부들과 상경투쟁을 벌였고 ‘동지’들이 연행되자 함께 내려오기 위해 (18일 아침 군수와 부군수, 공보과장에게 전화를 걸고) 근무를 하지 못했는데 송기훈 문화공보과장이 이날 무단결근 처리를 해 버렸다는 것.

21일 출근해 이를 확인한 김지부장이 “이것은 공무원노조 출범을 탄압 하려는 문화공보과장의 작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뛰웠고 이는 공무원 노조탄압의 대표적 사례로 취급되며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의 입장
송기훈 과장은 22일 “노조를 탄압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결재과정에서 무단결근으로 서류가 작성된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광국 지부장은 “결재서류에 무단결근이란 글씨가 크게 씌여져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상태에서 서명을 했을리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문제의 핵심은 송기훈 과장이 노조를 탄압할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싸인을 했는지 아닌지로 모아진다.

한 부서내에서 과장과 계장사이인 송과장과 김지부장의 말에 따르면 김지부장은 18일 오전 9시 20분께 송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의 상황을 설명하며 불가피하게 내려가지 못한 정황을 설명했다. 이에앞서 김지부장은 군수와 부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내용을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두사람의 말이 일치한다.

통화를 마친 송과장은 김지부장의 부서 직원들에게 결재서류 작성을 지시하며 김지부장의 출장처리 상태를 물어 보았다. 직원이 18일 순천 남도음식축제 출장계획이 잡혀있다고 하며 김지부장의 결근 처리방법을 과장에게 묻자 송과장은 “현 상태로 조치해라”는 답변을 했다.

일단 이 부분에서 문제가 꼬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직원은 ‘현상태로 조치하라’는 지시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지시를 받았던 직원은 “예전에 결근처리가 잘못되어 문제된 적도 있고 과장님과 계장님이 통화한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원칙대로 무단결근처리 하라는 것으로 받아드렸다”고 말했다. 곧바로 이 직원은 여직원에게 무단결근으로 결재장부를 작성케 했다.

결국 송과장의 해명은 “무단결근 처리를 지시한 적이 전혀 없었고 결재서류에는 9시 40분께 순천 음식축제에 바삐 나가느라 무단결근이란 글자를 보지 못하고 무심코 사인을 했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김지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나서 결재가 이뤄지기 까지 단 20여분안에 모든일이 진행됐기 때문에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김지부장은 “결재서류에 무단결근이란 큰 글씨가 두 번이 적혀있었는데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할때까지투쟁하겠다"고 주장했다.

군청내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침통한 분이기지만 두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송과장이 의도적으로 무단결근처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두사람의 사이가 그동안 대단히 좋지 않은 사이였기 때문에 송과장이 굳이 김지부장을 무단결근처리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의도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조탄압과는 별개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두사람의 불화?
두사람은 직협이 구성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깊은 감정 대립을 유지해 온 것으로 주변에 알려져 있다. 송과장은 “부하직원에게 원칙적으로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부장도 “여러가지 관계때문에 한때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며 두사람의 불화설을 일단 시인했다.

그러나 두사람은 최근 일종의 화해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부장은 “깊은 대화를 통해 잘 지내기로 화해를 했었다”며 “그 후로 출장도 함께 다니고 좋은 말도 나누었다”고 최근의 관계를 소개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두사람의 골이 워낙 깊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일의 경우 송과장이 “연가처리를 해라”하고 분명히 지시했더라면 됐을 문제인데 ‘현상태에서 조치하라’는 상당히 애매모호한 태도가 무단 결근 결재서류 작성과 사인으로 이어졌고, 김지부장의 경우 과거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한번 혼나봐라'는 식으로 인터넷에 고발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김지부장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전 노조내부의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 반응
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사무실내에서 충분히 협의를 통해 풀 수 있는일이 이렇게까지 확대된데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주민은 “지역문제는 지역에서 풀어가자는게 농촌지역의 정서아니냐”며 “공무원노조가 탄압을 받으면 당연히 전국적인 투쟁을 해야겠지만 이정도의 일로 강진이 유명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타지역 공무원들의 문자시위가 강진지부를 진정으로 돕고 있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 내부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않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한 주민은 "공무원 노조의 전국적인 연대도 중요하지만 명분을 분명히 한 다음 지역민들의 공감대를 어느정도 확보한 가운데 추진되면 좋겠다"며 "이번일은 지역이미지야 어찌됐든 전국적인 연대만 중요시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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