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사초해신제' 행사, 볼만하고 풍성했다.
[다산로] '사초해신제' 행사, 볼만하고 풍성했다.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4.03.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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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2024년 2월 23일,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음력 1월 14일, 고향의 민속 축제에 다녀왔다.
 
세상 일이란 묘하다. 사전 지식으로 물어물어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면 의외로 실망한 경우가 많고, 우연히 지나치다가 문득 그곳에 들렀더니 의외로 볼거리 풍성하고 의미 깊은 행사의 맛을 맛볼 수 있다. 이른바 "의도하는 자 멀어지고, 무심히 응한 자 얻는다"라고 하는 옛말은 틀림이 없다.
 
연일 내리는 봄비 속에서 아내와 함께 승용차로 강진만 해안 도로를 따라 이른 봄 고향의 정취를 즐기러 떠났다. 우리 고향 강진은 행복한 곳이다. 무료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산이나 강, 바다로 떠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매화와 동백꽃이 피어있는 강진만 구강포 해안 도로를 따라 느긋하게 주변을 살펴보며 드라이브하는 것, 멋진 초봄의 풍경을 맛볼 수 있다. 
 
마침 바다는 바닷물이 가득 차서 출렁거리고 있다.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밀물 때가 좋은가, 썰물 때가 좋은가? " 아내는 "바다의 맨바닥이 드러나고 짱둥이가 펄떡거리는 모습이 생생한 간조 때가 좋다" 라고 한다. 사실 필자도 그렇다. 하지만, 바다에 물이 꽉 차서 불어오는 해풍에 약간의 파도가 치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며, 갈매기떼 훨훨나는 만조 때도 괜찮았다. 뭔가 꽉 차서 충만되고 배부른 느낌, 바다가 주는 자연의 혜택이다.
 
오랜만에 백련사 동백꽃 축제 현장을 훑어보고, 해안 도로를 따라 사초리 해안으로 향했다. 엇, 새로운 모습이 있다. 무언가 가설 천막이 있고, 모닥불이 타오르고, 풍악소리가 요란하며, 어릴 적 상여 나갈 때 이후 오랜만에 들어보는 구슬픈 살풀이 창이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가? 가봐야겠다. 구경거리 하나 제대로 발견한 것이다.
 
<사초해신제>, 일종의 풍어제(豊漁祭) 행사였다. 사초리는 강진군 신전면의 어촌 마을이지만 필자가 중학교 다닐 적에는 도암면 소속으로 도암중학교 동창들이 참 많았다. 사초리는 주민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어촌이지만, 예부터 낙지, 석화, 짱뚱어 등 해산물이 풍부한 마을이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바다의 신 용왕에게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조그만 어촌 마을이 <사초해신제> 행사로 시끌벅적했다. 모닥불을 피우고 신나는 풍물놀이패의 풍악소리가 요란하고, 강진의 내로라하는 유지들이 모두 참석해서 얼굴 내밀기에 바빴다. 행사용으로 준비한 음식물, 낙지 회 무침, 굴 회 무침 등 사초리 앞 바다에서 수확한 해산물 요리는 일품이었으며, 제대로 잔치 분위기 났다.
 
필자는 행사 참석하기를 싫어한다. 행사 시작 단계의 과도한 축사와 참석 인사 중복 소개 때문이다. 군 유지들이 동네 행사에 참석해 준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웬 축사자가 그리 많으며, 축사자 마다 참석 주요 인사를 매번 호명하며 길게 하는 것, 듣기 괴롭다. 축사자는 최소로 하고, 내용은 1분 이내, 참석 인사 소개는 초기 <참석자 소개>로 만족하면 안 되는가? 
 
<사초해신제>는 이번이 14번째 행사로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각종 민속경연 대회에 참석하여 수상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위상을 높였다고 한다. 대단하고 장한 일이다.
 
요즘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농어촌 소멸 위기가 화두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국가적인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일이지만, 지자체에서도 자기 지역에 걸맞은 정책을 개발하여, 외부 인력을 유입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군의 인구 유입 정책의 일환, 먼저 강진을 알리기 위한 각종 문화 관광 정책, 각종 행사 개최 등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가끔씩 서울에서 옛 회사 동료나 동창들 모임 시 만나게 되면 강진군 이야기를 꽤 듣게 되고 꼭 한번 가봐야 하겠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바야흐로 우리 군, 강진군에 축제의 계절이 다가왔다. 강진청자축제, 백련사 동백 축제를 시작으로 한 해 동안 다양한 축제가 펼쳐질 예정으로 알고 있다. 각종 행사는 동전의 양면이다. 부디 실속 있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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