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대통령과 치매
[다산로] 대통령과 치매
  • 하종면 _ 향우, 변호사
  • 승인 2024.02.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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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면 _ 향우, 변호사

"저는 최근에 알츠하이머병으로 고통받게 되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미국인 중의 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중략. 불행하게도, 알츠하이머 증세가 진행되면 가족들은 무거운 짐을 지게 됩니다. 저는 (부인)낸시가 이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의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지면, 낸시가 당신의 도움을 받아 신념과 용기를 가지고 그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중략. 저는 이제 제 인생의 황혼(sunset)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를 지냈고, 미국 40대 대통령(1981∼1989)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작고하기 약 10년 전인 1994년에 자신이 영화배우 조합장을 지내던 시절에 장래가 촉망되는 동료 여배우이었던 도리스 메디나 여사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는 형식상으로는 메디나 여사에 보낸 것이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보내는 편지이었다. 도리스 메디나 여사는 미국의 유명한 뇌과학자 존 메디나 교수의 어머니이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의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균적으로 4년에서 8년이 걸린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는 다루는 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 방법이나 약이 나타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금방 생을 마감하는 것도 아니니, 알츠하이머 환자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본인이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생을 마감하기까지를 '긴 작별인사(Long Goodbye)'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에 대하여 뇌의 신경회로에 나쁜 단백질이 축적된 결과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간단히 말해서 뇌의 노화현상에 의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성년이 된 후 하루에 죽어가는 뇌세포 수가 10만 개 정도라고 하니, 오래 살수록 알츠하이머는 물론이고 뇌의 노화현상이 가져오는 파킨스병, (일반)치매(dementia)에 걸릴 확률은 높아갈 것이다.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스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이었던 대통령도, 평생 공부와 연구를 하였던 교수도, 보통 사람도 앓을 수 있는 병이 치매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루에 뇌세포가 아무리 많이 죽는다고 하여도 생을 마감하기까지 뇌세포는 4분의 3 정도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주신 뇌세포를 다 쓰고 생을 마감한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죽은 뇌세포 대신에 다른 뇌세포가 그 기능을 대신할 수도 있고, 뇌세포 분열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소위 '깜빡깜박'하는 경도의 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있는 법이고, 이러한 경도의 인지장애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치매, 알츠하이며, 파킨스병으로 발전하지 아니한다.

많은 노년들(seniors)은 경도의 인지장애가 있다고 하더라도 행복하게 생을 마감한다. 치매 등으로 발전은 본인의 운, 유전적 소질, 그리고 얼마나 뇌 운동을 열심히 하였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요즘 언론매체 탓인지 나이에 따른 근 손실을 메꾸기 위하여 근육운동을 강조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뇌 운동이다.

흔히들 뇌 운동 하면 단어 암기 등 무슨 외우기에 치우친 경향이 있으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검색하면 순식간에 알고 싶은 것이 튀어나오는 세상에 이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 땀 등 노폐물을 여과, 배출할 수 없는 다른 수단이 없는 뇌의 구조적 특질을 이해한 가운데에 좋은 수면 습관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려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려면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내려놓고(Drop the Ego),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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