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오우무아무아(oumuamua)
[다산로] 오우무아무아(oumuamua)
  • 유헌 _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 승인 2024.02.06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헌 _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 우리는 승천하는 용의 기를 주고받으며 한해를 열었다. 하늘을 퍼렇게 물들이며 날아가는 청룡을 바라보며 건강을 기원하고 행복을 소망했다. 카톡 카톡 카톡 연하장이 세상을 깨웠다. 그리고 금세 여러 날이 지났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뿔이 있고 날개가 있다. 수염도 있다. 때로는 구름을 몰고 다닌다. 생각만 해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힘이 솟는다. 상상의 동물이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우리들 소원도 다 들어줄 것 같다.

이렇듯 용이 상상의 동물이라면 사람은 상상력을 지닌 존재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달나라에 사는 토끼가 방아를 찧고 인간은 은하에 돛배를 띄운다. 반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우주의 소용돌이를 화폭에 담았고, 철이는 은하철도 999로 미지의 우주를 여행했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종횡무진 우주 끝까지 날아가 외계인을 만나기도 한다. 

은하를 은하수라고 상상하니 하늘에 돛단배가 떠갔다. 그런 은하에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있고 우주에는 또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우주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니 상상 이상의 상상으로도 가늠하기 힘든 세계가 우주인 것이다.

빛으로 달나라까지 1.3초, 태양까지 8분 20초가 걸리는데 빛으로 100억 년 거리에 떠 있는 저 별은 또 누구인가. 수억 년 전에 이미 사라지고 없는 별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진다.

저 별은 지금 저 별은 별이 아니다, 별빛 먼저 보내고 생을 홀로 마감한 별, 한 송이 순간의 별꽃 초신성 눈빛이다. 아득한 어느 별의 전생을 뒤로하고, 겁劫의 산맥 물들이며 나에게 달려온 너. 천 년을 글썽거리다 눈물 뚝, 떨군다
-유헌 「글썽,」 전문

별의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급격한 폭발 후 엄청난 빛을 내며 생을 마감하는 별이 초신성이다. 이런 초신성은 폭발로 생성된 원소들을 우주에 퍼뜨리며 다른 천체와 별들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니 별들의 윤회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놀라운 일은 또 있다. 2017년 10월의 일이다. 태양계 밖에서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인류 관측 이래 최초로 태양계 너머의 외계에서 태양계로 유입돼 온 천체가 바로 그것이다. 발견 당시 길쭉한 바게트 빵 모양의 극단적인 비율에 지구 근처에서 초속 44km라는 무지막지한 속력으로 태양계 밖으로 사라지는 것이 포착된 이후 지금껏 정체가 오리무중이다.
 
문득, 그날 안겼다 슬쩍 품기도 전에, 한줄기 섬광처럼 내 가슴치고 떠난, 그대는 누구신가요 뒤돌아선 그대는. 세상 너머 허공 끝 암흑 속 헤치고 와, 급히 쓴 연서처럼 흘려놓고 간 한 마디, 그래요 '꿈'이었어요 내게 전한 그 말은
-유헌 「오우무아무아」 전문

그 성간 천체에 하와이어로 먼 곳에서 찾아온 메신저 '오우무아무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우무아무아가 불쑥 나타나 우리 인류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급하게 태양계 밖으로 사라져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외계 문명이 보낸 탐사선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천문학자도 있지만 정체가 계속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포착 당시 오우무아무아는 지구에서 3천만km 떨어진 곳에서 빠른 속도로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탐사선을 보낼 틈도, 보낼 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약속, 멀리서 찾아온 메신저 오우무아무아가 그날 급히 떠나면서 우리 인류에게 전한 메시지는 꿈, 어쩌면 '꿈'이라는 짧은 한마디였는지도 모르겠다.

가만 가만 되뇌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오우무아무아, 상상은 자유다. 꿈이다. 즐거운 상상, 꿈은 이루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