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무슨 떡을 먹을 것인가? 떡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산로] 무슨 떡을 먹을 것인가? 떡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4.01.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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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시골에 와서 즐거운 일 중의 하나는 방앗간에 떡을 주문해서 먹는 일이다. 주로 무슨 떡을 시켜 먹는가? 계절에 따라 다르다.

이른 봄에는 그야말로 쑥 타령으로 쑥 버무리떡이나 쑥 떡을 먹는다. 갓 태어난 새싹의 쑥과 쌀가루를 적당하게 버무려 잘 쪄놓은 쑥버물과 여린 쑥을 적당하게 삶아서 으깨고 찹쌀과 함께 쪄서 만든 쑥 떡은 봄철의 별미다. 그윽한 쑥 향기와 구수한 노란 콩가루, 그리고 쫀득한 찹쌀 맛은 봄철의 별미다.

보통 2~3대 떡을 주문해서 일부 지인에게 나눠주면 무척 좋아한다. 먹다가 남은 쑥 떡은 냉동실에 보관하고, 출출할 때 꺼내어 데워 먹으면 한 끼니 식사는 걱정 없다.

여름에는 가끔 백설기 떡을 시켜 먹는다. 백설기 떡은 콩가루가 섞이지 않은 하얀색의 담백한 떡이다. 찹쌀과 멥쌀이 적당히 섞여있고, 큰 강낭콩이 듬성듬성 떡 표면 위에 점박이 강아지처럼 드러난 떡이다. 이 떡의 맛은 달콤함과 어쩌면 무색투명함이 특징일지도 모른다. 긴 여름 날, 하릴없이 노닐다 무심코 백설기 떡 쪼가리를 손으로 뜯어먹다 보면 긴 하루해가 금방 지나간다.

가을에는 떡 풍년이다. 추석에는 송편을 시켜 먹는다. 송편도 송편 속 내용물, 팥, 참깨, 강낭콩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가을 하면 역시 호박떡이다. 우리 집에서 직접 재배한 노란 호박을 자르고 씨앗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겨서 방앗간에 가져다주면 호박 떡을 만들어 준다.

떡 방앗간 주인은 유일하게 떡 중에서는 호박 떡 재료인 호박을 소비자가 직접 가져와야 한다고 한다. 물론 호박을 재배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특별 처리해 준다. 호박 떡의 장점은 달콤함과 구수함, 그리고 진한 팥소의 어울림이다. 호박 떡은 찬바람이 불어올 때 제맛이 난다.

겨울이야말로 떡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춥고 긴 밤에 무슨 떡이 좋을 것인가? 시루떡과 찹쌀 인절미가 최고다. 시루떡은 찹쌀과 멥쌀의 함유량에 따라 맛이 약간 다르다.

필자는 찹쌀 시루떡을 좋아한다. 진한 팥소를 듬뿍 얹은 시루떡은 혼자서 점심 한 끼 때우는데 최고의 음식이다. 냉동실에 보관한 시루떡은 따뜻하게 데워먹어도 좋지만, 상온에서 자연스럽게 해동된 시루떡도 쫀득쫀득 할 때 먹으면 더욱 맛있다. 인절미는 어떤가? 예부터 떡 하면 인절미가 최고였다. 왜냐하면 다른 떡이야 멥쌀을 적당히 섞어서 만들 수 있지만, 인절미, 이른바 찰떡은 오로지 찹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가에서 찹쌀 재배는 많지않다. 가격은 일반 미에 비해 비싸지만 소출이 적고, 일반 주식으로 써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찹쌀은 귀했으며, 찰떡, 찰밥, 인절미 등 일 년에 중요한 집안 행사 있을 때만 사용했던 귀한 쌀이었다.

인절미 맛은 고소함이다. 쫀득쫀득 한 맛에 구수한 노란 콩가루 향이며, 여기에 집에서 만든 조청 엿에 인절미를 살짝 찍어서 먹으면, 최고의 맛을 누릴 수 있다.

오늘은 우리 면, 유일한 방앗간 떡 집에 시루떡을 주문했다. 작년 이 맘 때에는 호박 떡을 주문했는데, 보관 상의 불편함 때문에 호박 떡은 시장에서 몇 조각 사 먹기로 하고, 시루떡을 주문했다. 먹음직스러운 굵은 팥소에 쫀득쫀득만 찹쌀 시루떡이 아직 따뜻한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우선 맛있는 시루떡 한 사발 입가심하고 잘 정리해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 든든하고 이제 한 달 간식 걱정은 없다. 시루떡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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