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다산로]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4.01.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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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한가롭고 길었던 어린 시절의 긴 여름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어린 시절 우리는 시간을 집어삼키고 앞서나가고 싶었지만, 시간은 천천히 흐를 뿐이었다. 그런데 삶의 끝이 점점 다가오면 우리는 매년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한 해가 또 갔구나! 지난 1년 동안 뭘 했지? 뭘 느끼고, 뭘 보고, 뭘 이루었지? 이렇게 365일이 겨우 두어 달처럼 느껴지는 것은 뭐지? 나이 꽤나 먹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 관심사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드라이스마 교수는 이 매혹적이고 감상적인 테마를 해박한 지식과 시적인 감수성, 예리한 관찰력으로 우리 정신과 기억에 관한 다양한 물음에 답하고 있다. 한번 내용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관심 가는 의문 중심으로 풀어 가볼까 한다.

1. 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생각나지 않은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초의 기억을 이야기할 때 2살에서 4살 사이의 어느 시점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럼, 왜 그 이전의 기억은 없는 것일까? 여러 심리학자가 연구했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은 '공포나 충격'의 무서운 경험들이 많은데, 이것들이 불편해서 무의식 영역으로 밀어내는 방어기제 때문이라는 설과 기억을 저장하려면 <언어능력>이 필요하며, 경험과 한 사람의 기억을 결합시켜주는 <나>가 존재해야만 자전적 기억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2. 왜, 사람들은 수치스러운 경험을 끔찍이도 정확하게 기억하는 걸까? 우리 기억은 자기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수치스러움, 분노, 혼란 등을 저장하는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방어기제로서, 자기 행동이 현실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3. 왜, 노인이 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더 뚜렷해질까? 사람들은 50살부터 시작해서 60살이 되면, 어릴 때의 기억이 훨씬 많아지고 선명해진다고 한다. 이것을 <회상 효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강렬한 것으로서 극단적인 질병에 걸린 환자라도 이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4. '전에도 이런 상황을 경험한 것 같다' 라는 데자뷔는 왜 일어나는 걸까? <데자뷔> 현상은 '선재(先在)의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데, 꿈속에서 겪은 유사한 경험을 현실에서 느낄 때, 과거에 어렴풋이 행한 경험과 현재의 상황이 유사할 때, 혹은 감각기관이 받아들인 정보 처리가 늦어지면서 데자뷔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5.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흘러가는가? 한 시간과 하루의 길이가 옛날과 똑같은 것처럼 보이는데도 1년이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어렸을 때는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경험은 불안하고 기억은 강렬하다.

아울러 그때의 기억은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길고 자세하게 기록된다. 그래서 짧은 기억이 긴 영화처럼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의 경험은 이미 겪어본 자동적인 일상의 재생이며, 이것은 특별한 감흥 없이 기억 속으로 섞여 들어가며, 결국 한 해의 기억의 특징이 없어지면서 단순해져 세월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젊은이들은 욕망을 참지 못하고, 시간을 잡아먹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고 느낀다. 그러나 노인들은 연극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단순 배역과 같다. 이번 주도 다음 주도, 이번 달도 다음 달도 모두 비슷해 보인다. 모든 이미지가 단순화되고, 시간이 축약된다. 이것이 노인이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6. 그럼, 노인이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것들로 시간을 채워야 한다. 즉 신나게 여행을 다녀오거나, 새로운 삶을 받아들여 한층 젊어지는 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특화된 활동으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소일거리와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상기 물음 외에도, 죽음을 앞두고 의식을 잃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에 대해서 죽음 앞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탐문한 내용도 있다.

공통점은 사고를 당한 순간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것이다. 짧은 순간에 고통을 받거나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 사람은 없었다고 정리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삶과 마지막 투쟁을 벌이는 순간, 정신이 시골 생활의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과 순진무구한 놀이 등이 등장하는 목가적인 이미지와 어렸을 때의 즐거운 기억들을 생각하며 임종을 맞이한다고 서술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노인이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어떻게 노년을 맞이할 것인가? 순전히 마음먹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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