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면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차를 이어오다
성전면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차를 이어오다
  • 김철 기자
  • 승인 2023.12.19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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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강진차 고려시대를 알리다(3)

강진차는 다산선생이 강진에서 생활하면서 중흥기를 맞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앞선 고려시대에도 각 사찰을 중심으로 널리 차를 마시고 있었다는 말들이 있다. 문헌과 각종 유물을 통해 고려시대 강진차를 하나씩 되짚어보고 역사적 의미를 찾아본다. 편집자주/

 



고려시대 청자완, 청자발우 등 다수 발견

원주 이씨의 백운동 원림은 성전면 월출산 아래 월하리에 자리한 조선시대의 별서(別墅)로 이름나 있다. 오랜 동백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대나무가 어울린 숲속 계곡가에 자리한 백운동 별서는 장흥의 부춘정, 담양의 소쇄원, 명옥헌, 독수정 그리고 강진의 다산초당, 해남의 녹우당과 일지암 나아가 보길도의 세연정 등과 더불어 호남 전통 원림의 원형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서 즐길 수 있는 유상곡수(流觴曲水)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원림구조로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제 22호)으로 지정되었다. 17세기에 이담로(李聃老, 1627-?)가 둘째 손자 이언길(李彦吉, 1684-1767)과 함께 이곳에 은거하면서 현재까지 11대에 걸쳐 이어져온 유서깊은 차문화 원림공간으로 또한 주목되는 곳이다. 이담로의 6대손인 이시헌(李時憲, 1803-1860)은 다산 정약용에게 직접 공부와 차를 배운 막내 제자였다. 그는 이곳 월출산 자락에서 나는 찻잎을 따서 선생이 일러 준대로, 전과는 달리 삼증삼쇄(三蒸三曬)의 떡차를 또 만들어 그의 스승이었던 한강 능내리의 다산에게 보냈던 것이다.

지난번 보내준 차와 편지는 가까스로 도착하였네. 이제야 감사를 드리네. 올 들어 병으로 체증이 더욱 심해져서 잔약한 몸뚱이를 지탱하는 것은 오로지 떡차[茶餠]에 힘입어서일세. 이제 곡우 때가 되었으니, 다시금 이어서 보내 주기 바라네. 다만 지난 번 부친 떡차는 가루가 거칠어 썩 좋지가 않더군. 모름지기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아주 곱게 빻아야 할 걸세. 또 반드시 돌 샘물로 고루 반죽해서 진흙처럼 짓이겨 작은 떡으로 만든 뒤라야 찰져서 먹을 수가 있다네. 알겠는가?

1830년 다산이 제자 이시헌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자신이 체득하였던 구증구포의 제다법을 삼증삼포의 방법으로 간략하게 전환할 것을 충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백운동은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차 인연을 담아낸 곳이기도 하다. 다산과 초의선사는 월출산 백운동을 방문으로 함께 13승경을 노래했다. 다산은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와 「다산초당도(茶山草堂圖)」를 그리게 해 『백운첩』을 만들게 했다.

백운동도

 

가경 임신년(1812) 가을, 내가 다산에서 백운동으로 놀러가서 하루밤 자고 돌아왔다. 남은 미련이 오래도록 가시지 않아, 승려 의순을 시켜 백운도(白雲圖)를 그리게 하고, 이를 이어 12승사(勝事)를 읊어서 주었다. 끝에는 다산도(茶山圖)를 붙여서 우열을 보인다. 9월 22일

이 『백운첩』의 맨 앞장과 뒷장에는 초의 선사가 그린 그림 2점이 실려 있다. 맨 앞장에는 『백운동도』가 있고, 뒤에는 다산초당을 그린 『다산초당도』가 있다. 시는 백운동을 감싸는 아름다운 12가지의 경치를 담아내고 있다.

다산이 꼽은 백운동 12승사는 옥판봉(玉版峯) · 산다경(山茶徑) · 백매오(百梅塢) · 취미선방(翠微禪房) · 모란체(牧丹砌) · 창하벽(蒼霞壁) · 정유강(貞蕤岡) · 풍단(楓壇) · 정선대(停仙臺) · 홍옥폭(紅玉瀑) · 유상곡수(流觴曲水) · 운당원(篔簹園)을 주제로 시를 쓴 것이다. 바로 백운동에서 바라본 옥판봉 및 동백숲길, 백매화 언덕과 모란 둔덕, 단풍 등이 어울린 백운동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다. 그러면서 벗들과 함께 흥겨운 차와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백운동 계곡의 상류에는 350년 전에 폐찰이 된 무위사 소속인 백운암(白雲菴)터가 있다. 이 백운암이 진각국사의 시문에 나오는 그 백운사(白雲寺)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차유적지로서 주목된다.

백운동 유상곡수 정비사업부지 발굴조사에서는 고려 초의 다완인 해무리굽완이 출토되었다. 주목할 점은 스님들의 공양 그릇인 청자鉢盂와 함께 연꽃을 조각한 청자음각연화문범종 편이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이 출토유물들을 통해 고려시대에는 백운동 원림 경내에 사찰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정비사업 발굴조사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시작돼 4월 정밀발굴조사의 중간보고 및 자문위원회의를 갖고 현장을 공개했다.

호남의 3대 정원인 백운동정원에서는 차를 마시는데 활용한 다양한 완 종류와 청자발우, 청자접시, 청자잔 등 다양한 고려청자 편(片)과 고려시대 명문 기와가 다수 출토되어 고려시대 상당기간 유지된 사찰이 존재했음이 확인됐다.

그해 2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고 발굴을 시작하여 기존 안채(1970년대 건축) 아래에서 정약용 선생이 다녀간 조선후기의 온돌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물지 1동을 발굴하고 그 건물지 앞쪽에서 고려시대 유물이 쏟아진 배수시설 및 기단열 등을 발굴하여 상층과 하층 유물이 조선과 고려시대로 나뉘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조선시대 건물지는 조선백자와 기와유물 등이 많이 출토되고 기단열이 백운첩에 나타난 안채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여 안채 복원 및 정비에 많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지 아래층과 배수로 등 하층부에는 고려청자와 고려기와 등이 다수 출토돼 고려시대 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 유물은 정연하게 쌓아 올린 석축 사이의 배수로에서 청자완이나 청자발우 등 사찰과 관련 고려청자 유물이 다수 출토되고, 명문(戶, 卍, 瓦草, 成)이 새겨진 다수의 고려기와가 출토되어 조선시대 건물이 들어서기 전 고려시대 사찰관련 유적이 그 아래 있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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