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가족이야기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다산의 가족이야기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 김철 기자
  • 승인 2023.12.04 0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 다산박물관·실학박물관 지역순회 공동기획전

 

다산박물관 특별전 개막, 내년 3월 30일까지 30여점 공개
딸에게 쓴 매화병제도 원본, 210년만에 첫선


다산박물관은 지난 1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24년 3월 10일까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시절 가족을 향해 쓴 애틋한 시와 편지를 주제로 '동백꽃은 지고 봄은 오고'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강진군 다산박물관, 실학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로 그간 다산의 학문적 업적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등 인간적인 면모를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18년간 유배지에서 좌절하지 않고 수많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던 원천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였다. 유배 시절에 가족을 항해 쓴 애붓한 시와 편지에는 동백꽃이 지더라도 다시 봄은 온다라는 정약용 선생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볼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이기도 하다.

정약용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저서를 남긴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유배기간 동안 저술되었다. 유배지에서 복숭아 뼈가 세 번이나 구멍이 뚫리는 고통을 이겨낸 결과였다.

정약용이 유배기간 동안 방대하고도 논리정연한 저서를 남길 수 있었던 저술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열정을 쏟아 낸 저술에는 속죄의 마음으로 깊이 눌러 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는 애민으로 승화되어 속죄의 마음을 토해내 듯 백성을 위한 저서를 완성해 나갔던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정약용과 가족들의 친필 편지와 그림, 저서 등 작품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관심의 대상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으로 시집간 딸에게 보낸 매화병제도 원본이 210년만에 강진에서 전시된다. 여기에 '이암추음권(개인소장)'은 정약용의 아들 정학연의 친필시집으로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되고 있다.

원본이 첫 선을 보인 매화병제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하피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다산선생의 부인 홍씨가 결혼 30주년을 맞아 유배지에 있는 남편 정약용에게 그리움을 담은 시와 혼례 때 입은 붉은 비단 치마를 보냈다. 1810년 정약용은 그 치마를 마름질해 두 아들에게 전할 글을 적고 첩으로 엮어 하피첩이라고 하였다. 본문은 다산의 저서 여유당전서에 대부분 실려있다. 아들들에게 집안의 부모와 형제간 화목을 강조하였으며, 근면과 검소한 삶의 자세를 갖추고 말을 신중히 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매화병제도는 정약용이 하피첩을 만들고 남은 천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적어 시집간 딸에게 선물한 것이다. 정약용은 강진에 사는 친구 윤서유의 아들이자 자신의 제자인 윤창모(1795-1856)를 사위로 삼았다. 딸을 강진으로 데려와 친구 아들과 짝지어 주고 나서 흐뭇한 마음을 매화나무 가지에 앉은 한 쌍의 멧새 그림과 시로 나타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시집은 이암추음권이라는 다산의 아들 정학연의 친필 시집이다. 전원추일삼영과 금즉해백년시권 두 시권을 합본한 것으로 그의 후기 시세계 및 문학적 관점, 교유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자료이다.

죽란시사계첩도 있다. 다산박물관에 구입한 책자로 축란시사는 정약용이 이웃에 사는 남인계 선비들과 조직한 친목모임이다.

참가자는 이유수, 홍시제, 이석하, 이치훈, 이주석, 한치응, 유원명, 심규로, 윤지눌, 신성모, 한백원, 이중련, 채흥원, 정약전, 정약용 등 15인이다. 둘째형 정약전도 시사 회원인 점에서 정약용의 다섯 형제 중 정약전과 각별했음을 알 수있다.

앞부분에 구성원들의 명단을 나이순으로 배열하고 각 계원의 이름, 자, 본관, 생년월일을 상세히 기록했고 그 뒤에는 모임의 규약인 사약을 적어놓았다. 사약은 8조로 구성되어 있고 구성범위, 덕의를 서로 권하고, 생일을 축하하고, 춘추가절해에 유람하고, 자녀를 얻고 벼슬이 높아지면 모임을 갖고, 세상 사람들의 과오를 애기하면 벌주 한 잔을 마시고, 사사롭게 작은 술자리를 만들거나 모임에 불참하면 벌주가 석 잔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전시회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 중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를 소재로 1부 유배길에 오르다, 2부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 3부 홍혜완의 남편, 4부 아버지 정약용, 5부 그리운 형제호 총 5부로 구성되었다.

 


1부 '유배길에 오르다'에서는 1801년 신유박해에 연루된 정약용이 유배길을 떠나며 가족·친지와 이별하는 순간의 심경을 시로 읊은 영상을 시작으로, 2부 '유배지 강진과 고향 마재'에서는 부모·형제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자 처자식이 있는 고향 마재(現 남양주시 조안면)를 그리워하며 읊은 시와 관련 유물을 만날 수 있다.

3부 '홍혜완의 남편'에서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유배지에서 자신을 대신해 집안을 건사해야 했던 부인 홍혜완을 향한 미안함과 애틋한 심경을 보여준다. 혼인한 지 30년된 1806년 겨울, 유배지에서 찬 겨울을 나고 있을 남편 정약용을 걱정하며 부인 홍혜완이 보낸 시도 감상할 수 있다.

4부 '아버지 정약용'에서는 유배지에서 접한 막내아들 농아의 사망 소식에 비통해하며 쓴 편지, 두 아들 학연과 학유를 다독이고 훈육했던 편지, 딸의 결혼을 축하하며 보낸 시화 등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조명한다.

5부 '그리운 형제'는 정약용이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둘째 형 정약전과의 형제애를 다룬다.

다산박물관은 이외에도 초의선사의 다산초당도를 토대로 재현한 다산정원과 뿌리의 길 등 실감 미디어 콘텐츠와 다산 유물을 디지털 콘텐츠로 검색 관람할 수 있는 미디어 아카이브월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마련했다.

이암추음권

 

죽란시사계첩

 

매화병제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