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심리학에서 배우는 행복한 삶을 위한 지혜
[다산로] 심리학에서 배우는 행복한 삶을 위한 지혜
  • 주신영 _ 강진교육미래연대 대표
  • 승인 2023.11.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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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영 _ 강진교육미래연대 대표

사람들이 세상을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역사 이래로 계속된 물음이었다.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다. 돈을 벌고, 명예를 추구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도 결국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1970년 미국인들 삶의 만족도를 측정했는데 "일정 수준의 소득으로 일상의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하는데, 일단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면 그 후 추가되는 경제적 부는 행복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이 나타난 이유는 사회적 비교 때문이다. 사회적 비교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능력, 특성, 의견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회적 비교가 그 어느 때보다 널리 퍼졌다. 며칠 전에 새로 산 옷을 입고 모임에 갔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것을 보면 기분이 상한다. 어렵게 마련한 승용차가 한없이 좋아 보여도 다른 친구가 타고 온 고급 승용차와 비교하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행복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남들이 행복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어느 작가의 유머는 행복과 사회적 비교 관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쾌락적 적응'이라는 용어도 행복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쾌락적 적응은 말 그대로 쾌락적인 일에 적응한다는 뜻이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내 집이 생기는 순간에는 그 기쁨에 취해 영원히 행복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쁨은 시들해지고 만다. 이러한 현상을 쉽게 설명해주는 심리학 이론이 '쾌락의 쳇바퀴'이다. 쾌락의 쳇바퀴는 어떤 일로 유발된 심리, 정서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제자리로 돌아가는 적응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일은 물건을 살 때 쉽게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물건을 구매했지만, 더 좋은 물건을 보면 다시 사들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물건을 다시 구매하게 되고 그 물건을 갖게 되면 기대감만 더 커져서 또 다른 물건을 찾게 된다. 갖게 되는 물건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기대감만 커지고 처음보다 더 행복하지 않게 된다.

미국 금융전문가 데이브 램지는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돈으로 우리가 필요 없는 것들을 산다."라고 말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은 자기 눈이 아니라 타인의 눈이다. 자신만 제외하고 모든 세상이 시각장애인이라면, 멋진 옷이나 가구에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획득한 물건이 꼭 자기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런 물건을 원한다는 것은 물질로 메워야 할 어떤 사회적, 감정적, 심리적 결핍이 있음을 의미한다.

물질의 소유와 행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물질의 가치를 추구할수록, 쾌락의 쳇바퀴에 오래 머물수록 참다운 행복과는 멀어지게 된다. 그러면 쾌락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된 후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삶에 만족한 가난은 훌륭한 재산이라는 말처럼 더 많은 것을 갖는 것을 갈망하기보다는 자족하며 사는 삶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스털린의 역설과 쾌락적 적응, 쾌락의 쳇바퀴에서 살펴보았듯이 물질적 가치 추구로 인한 행복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가족, 성실함, 친절, 존경, 양심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가격을 매길 수 없으며 이런 가치들이 진정한 행복의 척도가 된다.

그러므로 보다 나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자족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며, 물건 보다는 경험에 투자해야 한다. 물건과 달리 경험은 우리의 태도와 해석에 따라 그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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