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배짱과 바보는 동행 중이다
[다산로] 배짱과 바보는 동행 중이다
  • 김재완 _ 시인
  • 승인 2023.11.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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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_ 시인

어느 날 노무현이 송영길에게 묻는다. "정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배짱입니다"

초선 국회의원 시절 전두환 노태우를 상대로 명패를 던지며 결기 있는 자세로 그들의 만행을 단죄하는 청문회에서 세상 거칠 것 없던 노무현의 배짱도 우직하리만큼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안전핀인 PK를 떠나서 종로를 택해 고난을 자초한 아웃사이더 외곬으로 결국 대통령까지 오른 신념도 배짱 하나로 귀결된다. 그런 노무현을 바보라고 애칭하는 이유도 영악하게 사는 것이 우직한 뚜벅이보다는 영달의 길이 빠르다는 것이야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토트넘을 향한 무한 애정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케인과의 브로맨스는 환상적인 골 사냥으로 이어졌고 챔피언스리그까지 오른 기염을 보인 시즌도 있었다. 운동선수의 최종 목표는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는 것이다. 케인도 우승 반지를 찾아서 뮌헨으로 둥지를 틀었고 프리미어리그 득점 1, 2위를 달렸던 주장 케인이 떠난 토트넘의 신세는 처량하기까지 하였다.

적어도 반짝 그 시계 속에서는 - 그런데 반전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주장 손흥민이 뛰고 있다. 스타들의 꿈의 무대라는 프리메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 영입 제안도 리버플 감독인 쿨롭의 부름도 귓전으로 흘렸고 손흥민의 계산기는 멈춤을 시전했다. 예지 능력이 있었던 것일까?

토트넘은 리그 1위를 달리다 1경기를 덜 치른 현재(10월 24일) 4위에 랭크가 된 최상의 성적을 내고 있으며 아시아인 최초의 토트넘 주장에 오른 손흥민의 리더십이 조명을 받고 급기야는 <9월의 선수> 영예까지 안았다.

리그 우승 확률도 어느 때보다 높아 우승 반지도 먼 얘기가 아니다 보니 역시나 우직한 손흥민의 행보가 토트넘을 향한 바보 같은 짝사랑이 위대한 배짱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하였고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을 실천하여 지금까지 그 유지가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며 사회사업가 교육자인 유일한 박사는 국민의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주권이 바로 선다는 일념으로 유한양행을 세운다. 후세 교육의 절실함이 유한공업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모든 학비는 무료로 운영되어 인재들의 양성소가 되었다.

이렇듯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하여 회사를 성장시킨 유한은 재벌들의 상속에 따른 잡음 하나 없이 굳건히 서 있다.

이 또한 유일한 박사의 좌고우면하지 않는 모든 것은 사회에 환원한다는 우직함으로 거함 유한은 순항 중이다.

결국 처음에는 손해를 보는 것만 같은데 긴 호흡의 삶 속에 얼기설기, 씨실 날실로 얽혀진 인생극장은 이른바 생채기도 면역성도 공격도 방어도 이기심도 이타심도 존중도 배신도 겪으며 집단 지성의 힘으로 보편타당성이라는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바보는 또 다른 배짱이다. 혹자는 말한다. 쉬운 길을 두고 왜 험지를 택하냐며 노무현을 책망하고, 주급을 더 많이 준다는 팀을 마다하고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는 토트넘을 택한 손흥민에게 일부 팬들은 원망도 하고 2세 경영을 배척하고 직원들 지주제를 실시한 유일한 박사에게 서운함도 보였을 터-영악함은 영리함의 돌연변이 숙주다. 영악함은 이기적인 숙주를 먹고 자라지만 영리함은 더불어 공존하는 지혜를 키운다.

그래서 자명하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힘들어도 의리를 지키며 함께 나누는 배짱 좋은 영리함이 이긴다는 사실을 그것을 우리는 낭만이라고 부른다. 그들에게는 그런 바보 같은 낭만이 있다.

각자도생이라는 외로운 화두가 던진 현실이 마냥 버겁지만은 않은 이유도 우리 곁에 있는 그런 파수꾼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축제의 시작은 설렘이지만 축제의 마지막은 공허함이 아닌 기다림이라는 명제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이 세상의 모든 바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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