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트럼프 머그샷 - 편 가르기
[다산로] 트럼프 머그샷 - 편 가르기
  • 하종면 _ 향우, 변호사
  • 승인 2023.09.2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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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면 _ 향우, 변호사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불 관련 회계조작 사건, 지난 대통령 선거 직후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 등 여러 사건으로 연방 검찰 및 주 검찰에 의하여 몇 차례 기소를 당하였다. 트럼프는 기소 직후 법원에서 기소 사실의 인정 여부를 묻는 기소사실 인부절차(arraignment)를 거쳤는데, 이 때 구치소에 일시적으로 구금되어 범인 식별을 위하여 어깨부터 얼굴이 나오는 사진(일명 머그샷, mugshot)을 찍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그샷을 새긴 티셔츠 등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해서 우리 돈으로 1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금하였다고 한다. 머그샷이 새겨진 물품을 팔아 거액의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어떠한 것도 돈이 되는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 CEO 출신의 트럼트 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트럼프는 20여 년 전에  CNN의 간판 프로그램 'Larry King Live'에 출연하여 '돈 버는 비결 좀 하나 알려 달라'는 시민의 질문에 "항상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성공의 비결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뛰어드는 일이다. 그래야 그 일을 훨씬 더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위 인터뷰를 할 당시는 물론이고 힐러리와 맞섰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많은 미국 사람들은 그가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오늘날과 같은 트럼프가 있었던 것은 2000년 이후 극심한 빈부 차로 초래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트럼프와 같은 선동정치가(demagogue)가 편을 갈라 국민을 선동하고, 정당이 여과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강성지지가가 여론을 오도하는 미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며 자조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 및 미국(캘리포니아주) 변호사인 필자가 보기에는 트럼프가 기소된 사건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극성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아무 죄도 없는데 정치 탄압을 받고 있다면서 단 하루 만에 우리 돈으로 55억 원이 넘는 머그샷 제품을 사는 기록을 세웠다고 하니 한마디로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정치 영역에서 선전, 선동, 편 가르기 및 소위 강성 지지자들에 의하여 국민의 진정한 정치적 의사결정에 심한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리도 미국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인간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수렵 및 식물 채취를 하면서 오랫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약 12,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에 무리를 지어 한 곳에 정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 벌, 개미 등을 포함해서 20여 종류를 진(眞)사회적(eu-social) 동물이라고 부른다.

벌과 개미를 예로 들면, 암, 수로서 후손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평생 일만 하거나 남이 낳은 자손을 돌보다가 생을 마감하는 생명체가 있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보면 각자 번식을 하는 경우보다 이러한 역할 분담이 그 종족이 가질 수 있는 전체 자손의 수를 확대한다고 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어떤 과학적 이론으로 설명하든 구성원의 호혜적 이타행동(reciprocal altruism)으로 그 집단이 번창한다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다.

인간은 한 곳에 정착하여 살면서 자신이 살던 지역에 가뭄 등 자연재해로 농사가 망가지고 먹을 것이 없게 되면 다른 마을에 침입하여 먹을 것을 약탈하고 심지어는 다른 부족을 잡아먹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내 편, 네 편을 구분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나아가 인간은 종교적 또는 세속적이든 한 집단에 대한 뿌리 깊은 소속감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유전자, 언어, 도덕적 믿음, 지리적 위치, 사회적 목적, 심지어 복장 등의 면에서 동일 유사한 사람과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행복감과 자존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진(眞)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행동이 여기에서 머물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인간은 편을 가르면, 내 편이 네 편보다는 우월해 보이고, 상대편은 내 편보다 열등하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서는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라도 일단 편을 가르면 상대방 편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선전, 선동에 훨씬 쉽게 넘어가게 된다. 밖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으로는 다가올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편 가르기와 선전, 선동에 세상이 어수선하다. 인간의 행동이 벌이나 개미 등 다른 진(眞) 사회적 동물보다 못해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인간존재가 무엇인지, 과학에 기반을 둔 이성적인 자기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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