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또다시 어둠이 짙어질 때
[기고] 또다시 어둠이 짙어질 때
  • 홍요환 _ 강진군민행동 대표
  • 승인 2023.09.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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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요환(동문교회 목사) _ 강진군민행동 대표

"깨어있는 인간 정신의 주된 특징은 연민이다. 선동의 주된 특징은 그 연민을 억누르는데 있다"- 조셉 캠벨(신화학자)

연일 어그로 끄는 말들이 쏟아지는 뉴스, 지도자라는 자리에서 내뱉는 말의 품격을 따지기도 어려운 저급한 언사와 행동, 이를 당당히 떠드는 무지와 허세에 혀를 내두른다. 물론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보통의 국민이 바라는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잇따른 참사에도 여전히 반성은 커녕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는 비겁함, 법전 글자에 갇힌 사고의 한계와 공감 능력의 부족을 마치 능력인 양 포장하는 반쪽짜리 똑똑이들이다.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극우 뉴라이트, 유튜버들이나 할 만한 역사관을 드러내는 무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나 구체적인 범죄는 눈감고, 사과 한마디 안 하는 후안무치. 스스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입을 꼭 닫은 채, 회 매운탕 먹방으로 입장을 대신하는 그들을 보면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급기야 헌법을 부정하며 기본적인 역사 상식을 뛰어넘는 육사의 정체성을 들고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옮긴다는 어처구니없는, 아니 분노하게 하는 졸렬하고 무식한 근현대 역사 인식을 갖고 있으니 헌법 수호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국민들의 고통과 불안한 미래는 아랑곳없이, 가까운 검사들만 국가 주요 요직에 앉히고 우리가 제일 잘한다는 오만과 어리석음을 한껏 자랑하는 오늘의 우리 현실이 암담하다. 통일부 장관은 한술 더 떠 모든 국민에게 주권을 주면 안 된다는, 근대 이전의 세계관을 당당하게 밝힌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 모진 현대사의 아픔속에서, 피로 얻은 민주와 인권, 평화를 향한 열망을 이어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던가 할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무엇이든 넘치거나 과하면 탈이 난다. 정치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기에 극좌나 극우는 지지받기 어렵다. 소신은 인정한다. 자유이니. 그러나 그 소신이 국민 대다수를 적으로 보는 것은 매우 질 나쁜 행위이다. 국가 요직에 앉은 이들이 벌이는 행태가 심히 우려된다. 역사가 얼마나 뒤로 후퇴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위한 여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유와 인권을 얻은 민족이다. 거룩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오늘이다. 촛불로 상징되는 혁명은 분노를 평화와 축제로 바꾼 위대한 승리였으며, 그렇게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은 물러나게 되었다. 역사를 보고도 배움이 없다면 둘 중의 하나 일 게다. 무지하던가, 무모하던가.

지금이라도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상생의 정치를 해라. 자기들 외에는 모두 적이라는, 오로지 권력에 눈먼 어리석음을 깨닫기를 바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한다. 브라질의 룰라도 사법 쿠데타의 희생양이었다. 결국 다시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간의 브라질은 국격이 한참 추락했다. 양분된 국민들의 정치의식도 쉬 회복을 전망하기 어렵다.

그토록 좋아하는 미국은 어떤가? 두 쪽으로 갈라진 채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득세하는 혼란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가. 역사의 교훈은 미래를 여는 길이다. 그것이 고통의 역사였던 찬란하였던, 모든 순간이 어우러져 지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운다고 지워지는 글이 아니다. 왜곡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땅에 두 발 디딘 모든 이들의 가슴에 담긴 DNA다. 불확실한 시대 전망 속에서 봉인된 괴물들이 몽땅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가 괴롭다.

그러나 이마저도 곧 빛이, 아주 작은 빛 한줄기가 스며들기 시작하면 곧 사라질 어둠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깨어있는 사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어둠의 시대 빛으로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거대한 빛으로 어둠을 거두어 내어야 한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면 기꺼이 일어서고 걷고 연대하여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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