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누가 간신(奸臣)인가?
[다산로] 누가 간신(奸臣)인가?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09.07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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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가? 예로부터 忠과 奸은 분명한 구분이 있었다. 하지만 '충' 과 '간'은 모두 개인적인 행위여서 겉모습에 미혹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大奸이 현명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오죽했으면 송조의 간신으로 불리우는 '채경'은 재상시절에 당시의 명인 309명을 오히려 간신으로 지목하여 전국에 비석을 세웠다가 일년 만에 철거하였다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이 간신으로 불리는가? 중국역사상 간신이라고 불리는 인사는 많다. 춘추전국 시대부터 나열하자면 제환공을 굶어 죽게한 '수조,개방,역아', 오나라와 월나라의 치열한 전쟁에서 결국 오나라를 망하게 했던 '백비', 그리고 진시황제 시절의 환관 '조고', 한나라의 '십상시, 등등 하나의 왕조의 부침의 이면에는 확실한 간신이 존재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가장 대표적인 간신을 꼽는다면, 역시 금나라와 내통하고 악비를 죽인 송나라 시절의 역적 '진회'를 꼽을 수 있다.

그럼 우리가 삼국지를 통해 간웅의 대명사로  알려진 '조조' 는 간신인가 충신인가? 일반적인 정서로 따지면 제갈공명은 절대적 충신으로 분류되고, 조조는 간신으로 분류되지만  쇠락해가는 한왕조를 위해 충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를 간신으로 치부하는 것은 언어도단일 것이다. 그는 간웅(奸雄)이지, 간신은 아니다.

그러면 어떤 유형의 인사가 간신일까? 여기 <간신론>라는 책자에 언급된 간신들의 성격, 주요 수법은 아래와 같다.

1) 부귀영화를 위해 국가를 기왓장처럼 버리며, 백성을 들풀만도 못하게 여긴다.
2) 이권싸움에서는 부모, 자식간이라도 양보하지 않는다.
3) 충성스럽고 선량한 사람을 배척하고 모함한다.
4) 현명하고 유능한 인물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죽음으로 몰아 넣고서야 통쾌해 한다.
5)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교태를 부려 귀여움을 독차지 한다.
6)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고 양심을 팔아버리며, 강을 건너고 나면 다리를 부수는 등 보통사람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7) 신의와 약속을 저버리고, 변덕이 죽끓듯 한다.
8) 공을 탐내고 잘못을 숨기며 죄와 책임을 남에게 미룬다.
9) 자신과 뜻이 다르면 배척하고, 어질고 뛰어난 인물은 조정에서 내쫒는다.
10) 겉으로는 떠 받들지만 돌아서면 등 뒤에서 화살을 쏘아 사람을 해친다.
11) 허구와 가식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여 위아래를 거리낌없이 속인다.
12) 사사로이 자기 측근을 기용하고 법과 이익을 아무데나 끌어들인다. 
13) 공을 탐내고 잘못을 숨기며 죄와 책임을 남에게 미룬다. 14) 두얼굴에 3개의 칼을 품고 다니며, 음모로 귀여움을 얻으려 한다.

사실 누구나 역사에 남는 간신이 될 수는 없다. 그들의 능력이 탁월해야 충신을 능멸하고 군주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간신론>에서 지적하는 공통의 능력은 다음과 같다.
1) 세상 돌아가는 일에 아주 밝음 
2) 생각이 민첩하고 눈치가 빠름
3) 마음 씀씀이가 여간 세심하고 주도면밀함.
4) 별도로 배우지 않아도 권모술수에 뛰어남
5) 임기응변에 뛰어남
6)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이런저런 괜찮은 일들을 주선함
7) 때가 도래하면 기꺼히 승부에 과감히 도박하며, 결코 우유부단하지 않음
8) 감추기를 잘하며, 상황이 어려울 때 말을 교묘하게 잘함 등이다.

사실 이 내용대로만 본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세상 물정에 빠삭하고 눈치빠르며, 필요할 때 정확한 판단 내려주고 행동하는 이런 사람, 능력있는 참모로서 손색이 없다. 그런데 해당 능력을 공익 보다는 사익, 정의보다는 조직의 이익에 활용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옛말에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는 현명한 신하 3명도 부족하지만,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는 간신 1명이면 족하다고 했다. 혹시 우리 주변에 이런 간신이 있는 것, 아닐까? 괜히 걱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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