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신화, 산해경(山海經)
동양의 신화, 산해경(山海經)
  • 강진신문
  • 승인 2023.08.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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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26)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산해경(山海經)>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地理書)이면서도, 현실에서는 만나 볼 수 없고 그리스 신화 속에 서나 나올 법 한 얼굴은 사람 모습, 몸통은 짐승, 다리는 새 발톱 등 상상 속의 동물이나 기화요초가 무궁무진하다. 자, 신비한 동양의 신화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

<산해경>의 작자는 누구인가? 작자에 대해서는 홍수 예방을 위해 천하를 섭렵한 하(夏) 나라 우왕(禹王) 또는 백익(伯益)이라는 설과 BC 3~4세기 전국 시대 방사들이나 여행가들에 의해 쓰였다는 설이 대립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저자는 한두 사람에 의한 것이 라기보다는 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직접 방문하여 조사 한 결과를 바탕으로 후세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추가 발전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산해경>은 원래는 23권이 있었으나 전한(前漢) 말기에 전국책의 저자인 유향(劉向)과 그의 아들 유흠(劉欽)에 의해서 교정한 18편만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남산경(南山經)> 이하의 <오장산경(五藏山經)> 5편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한나라 초인 BC 2세기 이전에 편집되었다고 추정되며, 그다음으로 <해외사경(海外四經)> 4편이 이어졌고, 이후 <대황 사경(大荒四經)> 4편, <해내경 (海內經)> 1편이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산해경>이라는 책은 한대(漢代)에 세상에 출현하였으며, 선진(先秦) 시대에는 그 어떤 고서에도 산해경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한다. 현존하는 문헌 중에서는, 사마천의 <사기> 대원전 중에서 <산해경>이란 이름이 나오고, 후한 시대의 반고가 지은 <한서> 중의 예문지에서 '산해경 13편'이 등장한다.

<산해경>에 기록된 각종 산이나, 하천, 동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산해경에는 550개의 산, 300개의 하천, 50개의 부족 국가, 400여 마리의 괴수 동물, 100여 명의 인물이 포함되어 있으나, 산해경 속의 산이나 하천, 동물, 산신, 식물 등의 실제적인 존재 여부에 대해서 후대 사학자들은 숱한 연구를 통해서 주석서를 내놓았다. 즉, 태산이나 화산, 곤륜산 등 실제 존재하는 산과 하천, 동물, 광물, 약초도 있었으나, 많은 산은 상상 속의 산물이었으며, 특히 괴이한 동물들에 대한 기술은 신화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산해경>은 무엇 때문에 썼는가? 산해경을 무엇 때문에 썼는지에 대해서 그것을 설명하는 서문이나 발문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산해경이 여러 시대를 거치고, 복수의 저자들(전승의 기록자)에 의해서 이루어지다 보니 명쾌한 목적을 표시한 적은 없으나, 책의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몇 가지 성격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지리서로서 몇 가지 성격이 있다. 어느 산에서 동방 몇 백 리에 어느 산이 있다는 식으로 산들의 위치를 보여 주거나, 어느 강은 어느 산에서 나온다는 수원을 명기하기도 하는 등 거의 전부가 산천에 관한 것이며, 지리서로서의 성격인 동물식물, 광물을 기록하였다.

둘째는 이물지(異物志)로서의 성격이다. 어느 산에는 어떤 동물이 산다고 할 때, 곰이나 범 등 일반적인 동물 외에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괴이한 동물들이 출현하고, 식물이나 산물들이 그렇다.

셋째는 제사(際祀)의 책으로서의 성격이다. '오장산경(五藏山經)'에 특히 두드러지지만, 산들의 신의 이름을 들어 그 제사법을 기재하는 것은 제사의식을 고려한 참고서로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넷째는 제사에 관련하지만, 점복 (占卜)의 기준으로서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즉, 기괴한 동물의 형상, 울음소리 등을 기술한 다음에 이 동물들이 나타나면 천하에 병란이 생기거나, 가뭄이 든다거나, 홍수가 생긴다는 등, 예언적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산해경의 내용을 잘 들여다본다면, <산해경>은 한편으로는 각종 도해를 통한 종합적인 지리서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산악 신앙을 위한 일종의 점복(占卜) 책으로 볼 수 있다.

<산해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상상력의 근원이 되는 <산해경>은 역사 소설인가? 신화 소설인가? 산해경은 신화집이지만 고전 소설은 아니다. 여기에 비하면 같은 신화라도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나 인간 중심적이고 구조도 소설처럼 잘 짜여 있다. 그런데 산해경은 온갖 괴물들이 제각기 출현하지만 일정한 줄거리가 없으며, 파편화된 이미지의 행진일 뿐이다. 내용은 어느 산에 가면 무엇이 있고, 다시 어느 산에 가면 또 무엇이 있다는 식의 연속으로 다소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림을 통해서 상상 속의 동물을 소개하고, 산신을 소개하는 식의 재미있는 만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산해경은 그냥 편한 마음으로 마치 물 흘러가듯이 그림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펴면 된다. 만약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해경을 보고 나서 한편으로는 산속의 기이함과 기괴함에 가슴이 서늘해 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으로 그곳에 꼭 가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산행의 가이드 북이 되는 셈이다.

산해경(山海經)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이 책이 황당무계하고 기이하고 유별난 말이 많기 때문에 모두들 의혹을 품지 않은 이가 없다. 하지만 산해경을 순수한 허구의 창작으로 보지않는 것은 그 내용 중에는 기원전 중국과 동아시아의 역사적 사실이 기록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관련해서는 고조선을 최초로 언급하였으며, 한반도의 무궁화나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개념 및 백두산 천지에 살고 있는 뱀 같은 괴수 설을 주장하고 있다.

산해경의 고전적 가치는 무엇인가? 산해경은 한편으로는 황당무계한 허구의 창작물로 터부시하여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각자의 해설과 판본으로 내려오고 있으면서,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 전에 성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신화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산해경>은 괴력난신(怪力亂神)에 해당하는 이런 환상적인 것에 마음을 쓰는 것은 군자 답지 못하다는 공자의 유교 적 가르침에 의해서 봉건적 체제인 중국이나 조선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않았지만, 근래 들어서는 고대인들의 지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 뿐만 아니라, 기발한 상상력과 기이한 동물, 식물 등을 묘사한 신화 집으로서의 성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 젊은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가져다주는 각종 판타지 게임의 테마는 산해경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도 많다고 한다. 아울러 사기(史記)를 저술한 사마천은 <산해경>에 대해서 믿을 수 없는 책이라고 정의했지만, 이 책에서 인용한 신비한 이야기를 고대사 인물과 사건에 인용하기도 했다.

현대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기발한 창작물이 세상의 변화를 유도하고 새로운 재화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었다. 고정된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 경지를 거닐려고 한다면, 우선 <산해경>같은 기이한 책을 탐독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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