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하와이 마우이 섬 산불
[다산로] 하와이 마우이 섬 산불
  • 하종면 _ 향우, 변호사
  • 승인 2023.08.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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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면 _ 향우, 변호사

안드레아(46)씨는 죽기 14개월 전에 폐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그녀와 가족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었다. 그녀는 해외여행이라도 떠나자는 남편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그녀는 해안가 모래사장에 누워 바다를 쳐다보면서 친구에게 '여기에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남편의 제의를 거절하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18년 전 젊은 나이에 하와이에 들어와서 남편을 만났고, 지금 14살이 된 딸을 낳았다. 그녀는 제2의 고향, 마우이 섬 서부에 있는 라하이나 역사지구의 지역사회 활동에 열성적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학부모 교사모임, 걸스카우트 모임, 그리고 지역공동체 모임 등에 참여하였다. 그녀는 마치 사랑하였던 라하이나 지역의 경치, 그리고 친구, 가족들과 함께 하였던 소중한 순간의 기억을 간직하려는 듯 마지막 생애 몇 달 동안은 라하이나 지역의 풍경과 냄새를 음미하여 보냈다. 

그녀는 스스로 장례식을 계획하면서 안식을 찾았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편안하게 숨을 거두었고, 화장되었다. 라하이나 주거지역의 옛 교도소 건물에서 개최된 그녀의 장례식에는 약 300명 정도의 친구들이 모였다. 알로아 셔츠 등 화려한 복장을 한 조문객들은 꽃과 화환들을 들고 있었다.

참석한 친구들과 친척들은 그녀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암 환자 후원 모임에서 그녀를 알게 되었던 젊은 여자가 있었는데, 그 젊은 여자는 '안드레아는 저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장례식이 끝난 후 조문객들은 라하이나 항구에서 한 척의 배에 같이 탔다. 그리고 유리처럼 빛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해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항구를 출발하였다. 달이 마우이 섬의 산 너머로 떠올랐고, 수면에 반사되어 여럿이 되었다. 라하이나 지역 사람들의 풍습에 따라 예쁜 꽃들로 장식된 작은 배 4척이 나타났다. 그녀의 딸과 남편은 그녀의 재를 뿌렸다. 화환들, 그리고 수많은 꽃잎들이 수면에 떠다녔다.

안드레아와 꽃들이 먼 바다로 흘러나가자 한 친구가 스코틀랜드 노래를 불렀다. 항구로 돌아오면서 손님들은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었고, 덕담을 하면서 서로 친해졌다. 그 모든 것이 그녀가 생전에 계획한 데로 진행되었다.(이상은 2005년 출판된 책 So You Want to Live in HAWAI'I 중에서 Andrea's Farewell(안드레아의 작별)을 번역하여 옮긴 것이다.)

안타깝게도 안드레아가 생의 마지막을 보내던 라아히나 해안과 그녀가 가슴속에 담아가려고 하였던 라하이나 지역의 풍경과 냄새들은 2023. 8. 10. 마우이 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화재는 마우이 섬 중부 산간지대에서 시작하였는데 태풍으로 인한 강풍을 타고 서부지역으로 번져 라하이나 항구를 비롯하여 라하이나 역사지구의 오래된 건물들을 태워버렸다. 하와이는 1959년 미국의 주로 편입되었는데, 편입 전인 1946년 쓰나미로 158명이 사망한 이래 최고의 인명 피해를 낸 재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가뭄, 강풍, 그리고 파인애플, 사탕수수 농장이 쇠퇴하면서 그 자리에 유입된 강풍에 잘 타는 외래종 초목들이 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하와이 주지사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화재경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아니하여 수많은 피해자들이 불이 난 것을 미리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불을 피하기 위하여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불길 속에서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자연재해에 인재가 겹친 것이다.

마우이 섬은 면적이 제주도 보다 약간 넓고, 마우이 섬이 속한 마우이 카운티의 인구는 16.4만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여행 전문 잡지에 의하면 마우이 섬은 세계 최고의 섬에 속하고, 한 해에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마우이 섬은 하와이 주 전체 인구 145만 명 중 100만 명이 모여 사는 호놀룰루의 바쁜 도시 생활과 다른 섬들의 평온하고 차분한 생활(placid life)이 섞인 삶을 즐길 수 있는 행운의 섬(lucky island)이라고 한다.

라하이나는 1820년부터 1845년까지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었고, 라하이나의 프론트 스트리트는 미국도시계획협회가 선정한 미국 10대 거리 중의 하나이었다. 하와이 관광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유래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지상낙원, 천국이 사라졌으니 이제 어디서 천국을 찾아야 할까?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마 독자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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