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다산로]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08.16 0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책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귀로 듣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되었다. 최근 발간한 쇼펜하우어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책을 낭랑한 여자 목소리로 읽어주는 영상물이었다. 책 읽어주는 영상물은 딱딱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쉽고 편안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내용도 신박했다. 9가지 측면에서 인생의 질곡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그 해법을 제시했다.

1. 누구나 자신의 산에 오르기를 꿈꾼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산을 정복하기를 바라는데, 산을 자주 다녀 본 사람은 산을 오른다는 것이 정상을 꼭 찍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고, 자신만의 방법과 힘으로 묵묵히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그 과정을 즐기려면 인내와 신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쇼펜하우어는 "인내를 그대의 의복으로 삼아라, 의복을 벗고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 지리라. 신념을 그대의 양식으로 삼아라, 육신의 굶주림으로 고통받지 않으리라. 신념을 잃은 인간처럼 불행한 인간은 없다. 실패하고 낙오한 자들은 대개 참을성이 부족하거나 신념을 갖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던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2.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허물을 남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일갈하였다.

3.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되며,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으며, 최종 깃발을 얻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실천과정에서 중간에 만나는 한 모금의 물을 마시는 것과 같으며, 사소한 것에서 즐거움과 위로를 찾았을 때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라고 했다.

4. 아파하고 싶지 않다면 아픔과 친해져야 한다. '꽃길만 걸기를 바란다'라는 덕담을 종종 듣는다. 과연 덕담인가? 사실 폭언이다. 인생의 길은 사계절이 있고, 핵심은 가장 어려운 상태인 거친 비바람과 폭우, 혹한을 이겨내야 진정한 계절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곧 아픔의 진수를 알아야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5. 인간의 불행 중 상당수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쇼펜하우어 철학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그는 "사교성이란 지성과 반비례하며, 사교성은 정신적 평정을 해치는 위험한 행위이며, 비사교성이란 지적(智的)으로 뛰어난 사람들의 행위로서 자기 자신과 친해지고 타인으로부터 자유스러움을 찾는 지름길이다." 라고 언급했으며, 음식을 절제하면 신체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교제를 줄이면 정신이 건강해진다 라고 주장했다.

6. 다수는 그저 많은 숫자일 뿐, 많다고 정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7. 인생에서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죽음은 정해진 상수이며,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났으며, 항시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예로부터 죽음에 초연한 자는 오래 살고, 죽음을 두려워한 자는 조기에 죽게 되는 역설적인 관계가 되었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더 나은 삶을 살려고 현재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8.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푹 자는 것이 최고다. 삶이 지쳤을 땐 냉정한 반성마저도 힘들다. 피로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실패하고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울 때 반성은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쇼펜하우어는 괴롭다면 평소보다 많이 먹고, 자고, 일찍 일어나라고 충고했다. 9. 오직 질문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날마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등이다. 결국 이러한 질문을 자신에게 묻고 답을 구하는 행위가 철학(哲學)이다 라고 설파했다.

'염세주의(厭世主義)'는 무슨 뜻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세계나 인생을 불행하고 비참한 것으로 보며, 개혁이나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향이나 태도>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21세기에 갑자기 웬 18세기 염세철학자인 쇼펜하우어 책인가? 그것은 "그대의 오늘은 최악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쁠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대의 청춘은 내일을 준비한다" 라고 말한 그의 염세주의 철학 속에서 오늘날 어려운 현실에 대한 역설적인 답을 구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