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컬푸드 판매장의 정겨운 풍경
[기고] 로컬푸드 판매장의 정겨운 풍경
  • 국령애 _ 다산명가(주)대표
  • 승인 2023.08.16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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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령애 _ 다산명가(주)대표

강진 로컬푸드 판매장을 칭찬합니다. 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판매장에 가면 강진의 텃밭 풍경이 펼쳐 진다. 제철 식재료들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정겹다. 아, 요즘 호박잎 쌈이 맛있겠구나. 양념장 만들어서 싸 먹어야지 생각하고 돌아보면 대파도 있고, 쪽파 대신 넣어도 좋을 솔(지정구)도 있다. 마늘도 모두 까서 자식들에게 줄 것처럼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다. 모두 사도 5천원을 넘지 않는다. 식구가 적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귀한 장터다. 

순남씨가 호박잎을 11장이나 포장해서 차곡차곡 쌓아 천원에 진열해 놓았다. 요즘 천원짜리 돈은 강아지도 안 받는다고 농담하는데, 아 이 착한 가격,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순남씨 얼굴을 떠올린다. 양념장에 알싸한 청량고추가 빠지면 안 되지. 돌아보면 있다. 금호씨가 한주먹 봉지에 담아 역시 천원대에 진열해 두었다. 석단씨가 포장해다 놓은 정갈한 마늘도 사고, 부추도 사고. 호박잎쌈 한상을 차릴 재료를 모두 샀다. 

2~3일에 한번씩은 로컬푸드 판매장에 간다. 오늘은 뭐가 나왔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둘러본다. 요즘 꼭 사오는 것은 손두부와 콩물이다. 진한 콩물에 선영씨 오이 사서 채 썰고, 두부 반모만 넣고 휘리릭 갈아 국수에 말아 먹으면 시원한 콩물국수 한 그릇으로 뚝딱 한 끼가 지나간다.

말일이 다가오니 감순씨가 바쁜 걸까, 아니 내외 중에 누가 아플까. 판매대에 손두부와 콩물이 하나도 없으니 괜한 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집에 가서 차분히 안부전화라도 해 봐야지 생각하고 와서는 음식 만드느라 잊어버린다. 이처럼 로컬푸드 판매장은 비대면이지만 소통의 장이다.

로컬푸드 판매대를 죽 돌아보면서 늘 감사한다. 철현씨가 딱 먹기 좋은 짓푸른 여주를 4개나 묶어서 3천원에 진열해 두었다. 누가 모두 사가 버릴세라 얼른 장바구니에 담는다. 여주는 이렇게 씨가 덜 여문 것으로 요리를 해야 효능이 최고다.

쓴데 어떻게 먹느냐고? 나는 주로 전으로 부쳐 먹는다. 어슷하게 썰어서 여문 씨를 빼고 함초소금을 뿌려 간을 한다.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돼지감자 전분을 묻혀서 계란물 입혀 애호박전처럼 부친다. 생여주의 쓴맛은 모두 없어지고 약간의 쓴맛만 남아 건강함이 느껴진다. 운이 좋으면 청계란이나 유정란을 득템하여 사용할 때도 있다.

당뇨 걱정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약이 되는 음식 아닌가. 돼지감자도 당뇨에 좋고, 여주도 식물인슐린이라는 별칭을 갖을 만큼 좋은 식재료이니 말이다.

강진 로컬푸드 판매장에 진열된 식재들을 볼 때면 밥식구의 정이 느껴진다. 식구들에게 주는 것처럼 주부의 관점으로 포장을 해서 내 놓는 식재료들을 접할 때가 많다. 정희씨가 비트를 일일이 다듬고 조각을 내서 진공 포장하여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진열해 두었다.

650g 담아서 2,500원밖에 안 한다. 포장지에 붙은 정희씨 사진이 나를 보고 웃는 듯 하다. 아이고 착한 사람. 나는 정희씨 어깨를 만지며 칭찬하듯 비트를 쓰담쓰담 하면서 구매한다. 샐러드에 그냥 올려도 좋고, 쥬스를 갈아 먹을 때 따로 손질하지 않고 바로 믹서에 갈 수 있어 바쁜 아침이 풍요롭다. 출하자 모두 그렇겠지만, 미영씨의 채소도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 너무 고마워서 언제가 페북에 댓글로 미영씨를 직접 칭찬한 적도 있다.

자연주의 음식 연구가 고)임지호 쉐프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음식을 '맛본다'는 표현보다 '몸에 담는다'고 표현한다. 내 몸에 건강한 음식을 담아 주는 강진 로컬푸드 매장의 출하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폭염에 지치지 않기를 그래서 오래도록 우리 군민들에게 또 로컬푸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몸에 건강한 식재료를 담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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