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정치적인가, 정무적인 것인가?
[다산로] 정치적인가, 정무적인 것인가?
  • 김재완 _ 시인
  • 승인 2023.07.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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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_ 시인

오해가 있다. 와전된 소문으로 곤란하다. 그래서 풀어야 하는데 육하원칙에 의한 행정적 차원의 정공법으로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기름진 언사로 호기롭게 대처할까? 묘하게 맞는 것 같지만 뒤끝이 찝찝하다. 상대가 아직도 씩씩거린다.

이젠 정치적인 MSG를 가미해서 오해를 바로잡을 차례다. 먼저 상대방의 처지를 인정하고 들어가는데 그 스탠스가 유연하다. 고의로 비틀어 코너로 몬 장본인이 오히려 쩔쩔매는 모양새다.

흔히 쟤는 너무 정치적이야!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평가지만 우리 삶 구석구석이 정치적이지 않은 곳은 없다. 이타심이 발현되는 시발점도 정치적인 꾼들이 모이는 곳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것과는 거리를 둔 장황한 정치적 담론이 아닌 일상사의 선의적인 사고를 논하고 싶은 소박한 열망을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가까이는 인상적인 '상호작용'과 '측은지심'이다. 개인적으로 유시민의 해박함과 초지일관 새로운 영역에의 탐구 정신과 그것을 쉽게 풀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좋아한다.

당연히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열독 했다. 과학자들은 상식인 것이 나에겐 난해한 학문임이 틀림없지만 작가는 인문학과의 접목을 통한 생물학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모든 생물체에서 자연적인 진화와 멸종은 과학이지만 우생종을 위한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는 우주의 질서를 거스르는 반인륜적인 행태라 지적한다. 여기서도 그는 진보적인 상념을 가진 생물체는 보수적인 것에 비해서 나누고 공존하는 감성 능력이 앞선다고 말한다.

과학을 공부하고 난 후에 좀 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하등 동물에게서도, 생명력이 없다는 물체에서도 사랑과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작가의 소회가 나를 빠져들게 했다. 결국 공감하고 나누고 소통하는 종들이 처음에는 도태되는 것 같지만 서로 우성의 힘으로 유대하고 공통 결속력으로 활성화되어 나가는 그 힘의 근원이 이른바 맹자의 인문학적 인본주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유난히 인기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약약강강'의 태도와 정의로운 지점의 따뜻함이다. 약자에게는 무한정 약하며 강자에게는 굽히지 않는 결기를 보이는 정의로운 우리 이웃들! 그들이 우생학적으로는 최상의 DNA 보유자다. '약강강약'의 비열한 권력자들의 말로가 가까운 역사에도 있듯이 측은지심을 품고 공존하는 사람들에게 맹자를 대신해서 존중을 담아 응원한다.

힘든 임차인들의 임대료를 받지 않는 임대인. 허기진 입이 부끄러울까 봐 1천 원을 받아서 인격을 세워준 식당 사장님. 배고파서 빵 하나 훔쳐 먹은 가난한 이웃에게 두 손 가득 먹을 것을 준 마트 총각 사장님. 추운 겨울 노상에 누워있던 취객에게 따뜻한 옷을 입혀주던 학생. 그들의 따뜻함이, 그들의 공감 능력이, 그들의 측은지심이 질서를 만들고 안정감을 구축한다.

'나폴레옹', '처칠', '드골', '링컨'이 프랑스의 영웅이고 영국, 미국의 영웅이지만, 이름 없이 스러져간 젊은 군인들의 죽음과 남북전쟁 속에서도 적군들의 고통을 함께했던 민초들의 도움 없이는 한낱 지휘자에 불과했을 것이다. 물론 역사 속의 영웅들은 정치적으로나 정무적으로 조화로운 판단과 이해를 구했을 것이고, 국민은 믿었고 그래서 그들은 전쟁에서 이겼고 국민은 그 후광을 입고 있다. 사심 없이 오로지 공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신념으로 국가를 이끄는 모습에서 청년들은 자원으로 입대했으며 부자들은 자발적으로 재산을 헌납했고 인류애를 발휘하는 업적을 남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타심이 던진 커다란 파고는 평화라는 구심점으로 세계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고 할 수만 있다면 너무 정치적이지도 않고 너무 정무적인 것도 아닌 중간지점에서의 보편타당성과 상식이 있는 인간적인 담론의 사회를 만들고자 각자의 위치에서 결속하고 유대하며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을 배가하는 일에 나도 그 몫을 하고 싶다. 추함은 아름다움을 이기지 못하고 악함은 선함을 이기지 못한다. 정치색이 투명하고 공적이면 그 정치적인 것은 항상 향기가 난다! 비가 그치면 머잖아 뜰 무지개는 우리에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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