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기분좋은 병영 불금불파
[다산로] 기분좋은 병영 불금불파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07.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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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요즘 시골은 일 년 행사 중 가장 중요한 모내기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이제 약간의 망중한의 때가 온 것이다. 필자야 직접 모내기할 일은 없었지만 고생한 친구들 위로차, 3가족 부부동반 불고기 파티에 초청했다. 우리 강진군 병영면에서 행사하는 <불금불파> 다. 그런데 뜬금없는 <불금불파>는 무슨 뜻인가? "불타는 금요일에 불고기 파티" 행사 약칭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금요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불고기 구워 먹으면서 버스킹 공연, 장기자랑, DJ와 함께하는 화려한 음악과 댄스파티로 모내기로 고생한 심신을 달래주는 것이다. 또 어느 날은 유명 가수가 불쑥 출연하여 흥을 돋우곤 한다. 그럼 이 더운 날씨에 매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한시적이다. 상반기는 5월 말부터 6월말까지, 하반기는 9월초부터 10월말까지 행사한다.

사실 강진군 병영면은 예부터 불고기와 막걸리로 유명한 지역이다. 숯불로 구운 돼지불고기와 상추, 고추, 마늘, 멸치 젓갈, 홍어 등 병영 지역에서 생산하는 식자재와 함께 먹는 불고기 요리는 전통 남도 음식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거기에 병영 설성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최고의 성찬이 된다.

최근 중국 산둥 성의 한 도시 쯔보시에서 <불고기 파티 행사>를 가졌는데, 이른바 대박이 나서 중국 전역에서 관광객이 쇄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동 행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요즘, 지자체 행사가 대세다. 순천만 세계 꽃축제, 곡성 장미축제, 함평나비축제, 완도 청산도 유채꽃 축제 등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 특화 시켜 성공하면 전국적인 행사가 되고 해당 지역은 저절로 전국적인 핫플레이스가 된다. 사실 행사의 원천 아이템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 상품이라고 볼 수 없는 일반 아이템이다. 단지 누가 그것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지자체 행사가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어떤 행사는 시작은 요란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용두사미 격으로 슬며시 사라지거나, 지자체 장이 바뀌면 폐지되곤 했다. 하지만 행사 폐지의 핵심은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관광객은 적고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 하는 것에 있다.

병영 <불금 불파>행사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 현시점에서 논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해당 행사를 위해서 사전 투입된 예산이 적고, 대부분 현지 주민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행사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해당 행사는 적은 예산과 병영면의 전통 음식을 바탕으로 소박하게 축제를 벌이고 인근 주민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높은 의미를 주고 싶다.

모든 행사가 처음부터 거창하고 전국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선 적은 예산과 지역 특화성을 바탕으로 지역 중심의 행사를 하다 보면 이웃면으로 소문나고, 그 소문은 발을 달고 경향 각지의 친지들에게 입소문 나게 될 것이고, 결국은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될 것이다.

강진 병영 <불금불파>, 행사장에 자리가 부족해서 불고기 식사는 별도의 장소에서 했지만, 행사 분위기, 주민들의 호응도, 외부 인사들의 호기심 등을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는 괜찮은 행사였다. 6월 중순, 벌써 한낮의 더위가 심상치 않았지만, 병영 행사장의 저녁은 시원한 밤바람에 실려오는 구수한 불고기 냄새와 시끌벅적한 행사 분위기가 기분을 들썩이게 한다. 시원한 한 잔의 설성 막걸리, 구수한 불고기, 정다운 옛날 시골장 분위기, 기분 좋은 강진 병영 <불금불파> 행사 뒷맛이다.

참, 강진군 병영면은 조선시대 제주도와 전라도 육군을 총지휘했던 병영성의 흔적이 있으며, 조선 효종 때 표류 중인 네델란드 하멜 일행의 기념관도 있고, 남도의 다도해와 명산들을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수인산(562미터) 도 있다.

불고기 파티 이후 어스름한 저녁, 하늘에 총총히 빚나는 별과 함께 병영성 근처를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며, 옛날 다방, 약국, 떡방앗간, 철물점, 만물상, 동네병원, 학교, 농기수리점 등 전형적인 시골 풍경속에서도 약간 도시티가 나는 면소재지의 멋을 맛볼 수 있다면 불금불파 행사와 함께 시골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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