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차를 좋아해서 차를 만들었어요"
"20여년간 차를 좋아해서 차를 만들었어요"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3.07.04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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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제16회 강진야생차 품평대회 대상 조영례씨

 

귀동냥으로 시작한 제다, 야생녹차 매력에 흠뻑 빠져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강진아트홀에서 강진차의 전통성을 이어가는 제16회 강진야생수제차 품평대회에서 녹차를 출품한 강진읍 조영례(66)씨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조 씨는 20년 전 주민들이 강진의 야산에서 자생하는 녹차를 채취해 차로 만들어 마시는 붐이 일어났을 때 인연을 맺었다. 그때 알고 지냈던 지역에서 야생녹차 선구자로 알려진 김정훈 씨를 비롯해 유명숙 씨등 친구와 후배, 언니들을 따라다니면서 야생녹차를 따기 시작한 것이다.

4월이 되면 지인들과 함께 새벽 5시면 산을 올랐고 기다렸다 6시 무렵 이슬이 걷히면 녹차 새순을 따기 시작했다. 조 씨는 야생녹차 매력에 푹 빠졌고 지인들로부터 야생녹차가 자생한다는 군동면 금곡사, 보은산, 군동 덕천, 성전 수암사까지 6개 지역산으로 따러 다녔다.

조씨는 녹차를 따러 계곡을 오르다 돌에 미끄러져 거꾸로 물에 빠져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따러 간 에피소드도 있다. 또한 짐승 울음소리가 나는 새벽 깊은 산속에서 빨간 목도리에 얼룩덜룩 군인복장을 연상하는 옷을 입은 지인을 마주치고 서로가 놀래기도 하였다. 또한 산을 누비면서 녹차 잎을 따다 배가 고프면 묵은지를 넣어 둘둘 말아온 김밥으로 허기를 달랬지만 야생녹차를 따고 만드는 일들이 너무나 재밌고 즐거웠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오전 11시경 집으로 내려온 조 씨는 따 온 찻잎은 이웃에 사는 친정어머니와 같이 만들었다. 친정어머니는 이전부터 녹차로 물을 끓여 마셨고, 물을 끓이기에 좋도록 타지 않는 정도로 볶아 만든 수준이었다. 조 씨는 새벽에 따 온 녹차잎은 검게 변하는 것을 막고자 그물망에 담아 처마에 걸어 바람을 쐬어 물기를 없앴다. 이후 솥을 걸어 불을 지펴 덖어 만들었다.

처음에는 친정어머니가 만든 녹차잎을 관찰했고 갈색으로 탄 것이 보였고 만들면서 답습했다. 또한 녹차 제다에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김 씨는 산에 올라 녹차를 따거나, 지인들을 만날때면 원불교에서 녹차 공부를 하던 언니들에게 묻고 지식들을 귀 담아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덖을 때 생 잎이 갈색으로 타 쓴맛이 나지 않게 센불과 약불로 덖어내는 과정과 잎이 부스러지지 않게 비비는 방법을 되새겨 몸소 체험하면서 실력을 높여 발전해 나갔다.

조 씨는 수많은 시간동안 지인들과 산을 올라 따고 덖으면서 야생녹차의 선구자였던 언니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녹차를 만드는 실력을 높이는 학식을 주었고, 녹차 한 잎의 소중함도 알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귀동냥으로 배우고 홀로서기로 녹차 제다를 배웠지만 지금까지도 차 맛을 모르겠고, 만드는 것이 이유 없이 좋다는 조 씨는 만든 녹차는 가족과 친척,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 현재 조 씨는 만든 차는 많은 양을 주전자에 넣어 진하게 끓여 식탁에 놓고 음용수로 이용하고 있다. 

조 씨는 강진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수제차품평대회에 가보고 싶었지만 전문적으로 녹차를 공부하지 않아 못 가봤다. 올해도 가족들과 나누고자 지난 4월 군동, 보은산 등 4곳의 산에서 잎을 따 세작과 우전녹차를 만들었고 지인에게 포장 용기를 얻으러 갔다 출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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