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노인)대구면 청용마을 유태님(95) 할머니
(장수노인)대구면 청용마을 유태님(95) 할머니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3.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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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 식사습관, 지속적인 운동...식초즐겨

대구면 청용마을에서 아들내외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유태님(95)할머니는 여장부와 같은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고자 하는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며 원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젊은 시절 장에서 배, 엿 등을 팔아 생계를 꾸려왔던 유할머니의 억척스러움이 성격에 그대로 배어있다.


왜소한 체구의 유할머니는 틀니를 사용하고 있지만 90대 중반의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청력과 시력은 젊은이 못지 않은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바늘귀에 실을 끼울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밝다는 것이 가족들의 설명이다.  

유할머니는 일반적인 장수노인들의 생활방식과는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은 유할머니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유할머니는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기상하고 밤늦게까지 TV를 시청하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청한다. 아들 내외가 아침식사에 맞춰 깨우지 않으면 유할머니는 오전 9시를 넘도록 일어나질 않는다. 한번 잠이 들면 숙면을 취하는 것도 유할머니의 특징 중 하나다.

잠에서 깨면 유할머니는 밤새 사용한 요강을 욕실에 내놓고 속옷을 직접 빨아 널어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할머니의 식사습관은 세끼를 거르지 않고 충분한 식사량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유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육류. 특히 오리고기를 즐긴다. 생강, 한약재를 오리와 함께 푹 고아낸 탕요리는 유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유할머니는 오리 한 마리를 세끼 식사로 먹을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가지고 있다.

돼지고기도 유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감기에 걸리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먹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 않고 채소, 해산물 등 모든 음식을 고루 섭취하는 유할머니는 고등어, 꽁치 같은 비린내 나는 생선과 된장국만은 잘 먹지 않는다.
유할머니의 식사습관 중 특이한 것은 식초를 즐긴다는 것이다. 유할머니는 식초를 듬뿍 넣어 새콤한 맛이 도는 호박나물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반면 설탕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싫어한다.

또 유할머니는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잔을 반주로 즐기지만 결코 과음하는 일은 없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유할머니는 매일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후 6시까지 마을주민들과 음식도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활기찬 생활을 지켜가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유할머니는 틈틈이 간단한 팔다리 운동을 즐긴다. 양팔과 다리를 가볍게 흔들어 풀어주고 윗몸일으키기 등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건강관리에 철저한 유할머니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을 주위를 돌며 산책하는 것도 유할머니가 건강을 지켜가는 방법 중 하나다.

스스로 건강을 지켜가는 유할머니는 감기 등 잔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았으며 3년 전 처음으로 받은 종합검진에서도 당뇨,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였다. 
나이에 비해 건강한 삶을 유지해온 유할머니도 지난해 가을 양쪽 무릎에 생긴 고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40여일 입원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유할머니는 빠른 회복으로 주위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평소 건강한 체질을 가진 유할머니는 퇴원 후 10여일 만에 걷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빠른 회복속도를 보였다. 여기에 아들 김유남(59)씨는 사골을 푹 우려낸 국물을 식사 때마다 준비해 유할머니의 회복을 도왔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의식하지 않고 맘 편하게 살아가는 것이 유할머니의 장수비결이다. 또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해오는 것도 유할머니가 나이에 비해 젊음을 유지하는 한 방법인 듯 보였다.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는 날씨에도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마을회관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서는 유할머니의 모습에서 건강한 노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할머니의 생활엿보기
키 : 150㎝
몸무게 : 40㎏
좋아하는 음식 : 육류. 특히 오리고기
싫어하는 음식 : 고등어, 꽁치, 붕어, 된장국
술 : 반주로 한잔
담배 : 전혀 못함

 

인터뷰-며느리 정정숙(49)

19살의 나이에 시집와 30여년 시어머니 공양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정정숙(49)씨는 “2~3년 전까지 감기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체질을 가지고 계시다”며 “최근에는 건강이 예전만 같지 않아 어머니를 모시는 데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반찬 한 가지라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즐겨 드시는 오리는 지난해  100마리 이상 구입했을 만큼 자주 상에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할머니의 생활에 대해 정씨는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셔서 나이에 비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계시다”며 “원래 근심, 걱정은 맘에 담아두지 않는 호탕한 성격이 건강을 유지하는 길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정씨는 “싫은 것은 참지 못하는 어머니의 유별난 성격을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언제나 맘 편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며느리로서 할 도리”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나이 때문에 무릎 수술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도 빠른 회복으로 건강을 되찾게 되셔서 다행”이라며 “천수를 다하실 때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하셨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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