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서평조선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웠던 반야
[서평] 서평조선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웠던 반야
  • 강진신문
  • 승인 2023.06.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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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_ 이소향

『반야』는 원고지 15,000 매의 분량이며, 1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이다. 한국 문단에서 이처럼 장대한 여성작가의 대하소설은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와 최명희 선생의 『혼불』이후 처음이다. 우리 민족의 신화와 설화, 영·정조의 역사적 사실 등을 기술한 『반야』는 조선 중기의 부패한 양반의 삶, 정치, 경제, 서민의 생활상 등을 밀도있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을 저술한 작가 송은일은 고흥 출생으로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꿈꾸는 실낙원』이 당선되었으며 『나는 홍범도』, 『매구할매』 등 20여권 이상의 책을 저술하였다.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우리 지역(강진군 군동면)에 터를 마련하고 지금도 열심히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강진군도서관에서 인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마련한 강의에 출강하였으며, 도서관 직원과 강진군도서관서평단이 군동면 소재 작가의 주택을 방문했을 때도 기꺼이 두 팔 벌려 환영해 주었다. 수수한 이미지와 열정으로 농촌 아낙처럼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벗 삼아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 차기작들이 기대된다.

무녀, 고대 모계사회 또는 제정일치의 사회에서는 제사장과 무리의 우두머리였으리라. 부계사회로의 역사의 시간이 흘러흘러 조선조에 이르러서는 가장 천시 받는 신분으로 전락한 그네들의 고단한 삶과 사신계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제정일치의 여성리더 '반야'를 만날 수 있다.

소설 속에서는 조선 영조와 뒤주에 갖혀 생을 마감한 사도세자 그의 아들 이산(정조)를 만날 수 있으며 그들과 관련된 여인들, 더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은 온통 '고해' 인지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술인을 찾아 답을 구하기도 한다. 무녀 반야의 예지력은 너무나 뛰어나 왕실과 양반, 반가의 여인 등은 그녀를 통해 인생이라는 난해한 실타래를 풀어가자고 한다.  

소설 속에서 반야가 주인공이라면 두 개의 비밀조직이 시실과 날실처럼 엮여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선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사신계와 만단사란 비밀조직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는 평등사상을 강령으로 이상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신계'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만단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당시의 권력자라는 세 축의 세력들이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반야 / 송은일 지음

 

그 치명적인 갈등 속에 사신계 중심에는 '칠성부'라는 주요 조직이 있다. 무녀들에 의해 반야가 빚어져 세상에 태어남으로 사신계와 만단사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간다. 일곱 살 때부터 점사를 보다 스무 살이 된 반야는 사신계로 들어가 그 세상의 중심인 '칠요'가 되어 왕실와 인연을 맺게 된다.

사신계四神界는 먼 옛날부터 존재해 온 세계이다. 하늘 아래 모든 목숨의 값이 같은 세계요 그와 같은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움직이는 세상이다.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을 정도의 연원을 지녔으며 장구한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존재의 양상이 변해 온 사신계는 백성들이 짠 그물이며 그들의 꿈으로 빚은 비단이다. 사신계가 오랜 세월 존재할 수 있었던 까닭은 사람살이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단사萬短嗣는 세상의 모든 아침을 잇는 사람들이다. 사신계와 그 연원은 같으나 개인의 사욕을 채우는 조직으로 변모하여 세상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세력으로 전략하여 현재의 사령 이록은 조선의 왕이 되고자 한다. 자기 사람이 될 수 없는 반야를 제거하고자 하는 만단사와 사신계는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 속에서 운영된다.

『반야』 및 드라마 조선변호사 등을 통해 조선 여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고려와 조선 전기 여인의 삶은 그나마 인간다운 삶이었다. 남녀가 차별없이 재산을 상속 받았으며, 제사를 지낼 수 있었으며, 재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여인에게 갖가지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남편 사후 열녀라는 칭호와 가문을 위해 부녀자는 정절을 지켜야 함은 물론 가문을 위해 때론 죽임을 당해야만 했다. 죽어야만 대문을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여성에게 주어진 칠거지악은 또한 얼마나 혹독한가? 갖은 홀대와 구박 속에서도 이혼을 청구할 수 없었고 설령 승소 하더라로 죄인으로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었던 조선 여인의 삶은 얼마나 기구한가? 조선 문인 작가로 동시대를 살다간 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삶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사임당의 경우 결혼 후 친정살이로 인해 가사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서 율곡 이이라는 거목을 키웠으며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던가. 반면 허난설헌은 결혼을 하자마자 시집살이를 시작한다. 문인으로 중국에서도 호평을 받은 그녀가 그 뛰어난 재주로 인해 남편에게 조차도 질시의 대상이 되었으며 아녀자로서의 삶은 고달프기만 했다. 결국 그녀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10권의 대작 속에서 우리는 책을 읽는 즐거움은 물론 다양한 사상(샤머니즘, 불교, 유교 등)을 접할 수 있으며, 조선 영·정조 시대의 전환기와 아름답게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서사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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