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 누가 신선이 되는가?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 누가 신선이 되는가?
  • 강진신문
  • 승인 2023.06.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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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23)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신선(神仙)이란 누구이며, 실제 존재할까, 그리고 누가 신선이 되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동진(東晉) 시대의 갈홍(葛洪)이 지은 <신선전>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신선(神仙)이란 누구인가? 사전적 의미의 <신선(神仙)>이란, "도(道)를 닦아서 현실의 인간세계를 떠나 자연(自然)속에서 사는 상상 속의 사람으로서, 세속적인 상식에 구애되지 않고 고통이나 질병도 없으며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하였으며, 좀 더 사상적인 면에서 풀어낸 설명은 "신선은 도교(道敎)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수련을 통해서 인간도 신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인식으로 결국 반인반신(半人半神)적인 존재로서, 불로불사(不老不死) 하거나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초인(超人)'으로 인식되었다."라고 묘사하였다.

<신선>의 배경은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남화진경>, 열자의 <충허지덕진경>을 바탕으로 한 도가(道家)의 학설에 근거한다. 이 학술은 한 대(漢代)에는 황로술(黃老術)이라 하여 음양오행설과 참위설(讖緯說:미래 예언설)을 낳았고, 위진 (魏晉) 때에는 삼현학 (주역, 노자, 장자)을 중심으로 현학의 심오한 경지를 보이면서, 불교의 영향까지 합하여졌고 당대(唐代)에는 종교 (도교, 선교)의 경지로 정착되었다.

신선(神仙) 은 실제 있었는가? 신선에 대한 인식은 중국 전국시대 (기원전 5세기~ 기원전 3세기) 또는 전한 (前漢) 초기 (기원전 1세기)에 성립되었다. 특히 진시황제가 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서복으로 하여금 동쪽의 신선이 살고 있다는 곳으로 파견하고, 한무제가 이 소군 (李少君:신선 84명 중 한 명)을 통해 장생술을 연마하게 된 것이 대중들에게 신선의 실체를 믿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럼, 동진(東晉) 시대의 갈홍이 지은 <신선전>에 언급된 신선 84명 중, 해당 인물의 행적이나 기록은 다소 불투명하고 과장될 수도 있지만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들이 대다수다.

누가 <신선>이 될 수 있는가? 원래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태어날 때부터' 일정 자격을 가진 인간이 신선이 살고 있다는 산으로 들어가 제사를 지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한(後漢) 시대 이후에 도교로 발전되면서 <신선>도 신의 영역에서 조금씩 인간의 영역으로 다가선 셈이다.

즉, 누구나 엄격한 수행의 과정을 거치면 신선이 될 수 있는 신선의 대중화가 열렸으며, 이것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각종 양생술(養生術)로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세속화되는 추락을 맛보게 되었다.

<신선전>을 지은 갈홍(葛洪 283~ 363년)은 동진(東晉) 때 도교 학자로 호는 포박자(抱朴子), 복파 장군 및 관내 후에 봉해지는 고위 관료였으나, 끝내 나부산(羅浮山)에 은거하여 연단과 저술로 생을 마쳤다. 그의 조부 갈현(葛玄 : 88명 신선 중 한 명)의 영향을 받아 신설술과 도교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로 인해 도가 학설의 총체라고 불리는 <포박자> 내편 20권, 외편 50권, <신선전> 10권 등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신선전(神仙傳)>은 갈홍이 84명의 신선들에 대한 기록을 모아 편찬한 지괴소설(志怪小設)이며, 도교 경전의 전기류(傳記類)에 해당되며, 한나라 때 유향이 지은 <열선전>에 기록된 71명의 신선전에 대한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84명의 신선 중, 필자의 마음에 와닿는 <신선> 몇 분을 소개해 볼까 한다.

<전설상의 선인, 팽조 (彭祖)>팽조는 황제 전욱의 현손이며 은(殷)나라 말기에 이미 그 나이가 760세였는데 늙지 않고 있었다. 당시 소녀경을 지은 채녀(采女)라는 여성이 젊어서 도를 얻어 270살이지만 그의 모습은 열대여섯 정도였는데, 왕의 명을 받고서 팽조에게 남녀 교접의 도와 장수의 도를 물었다.

우여곡절 끝에 팽조가 답하길, "사람이 하늘로부터 기를 받았으니 비록 방술(方術)을 모른다 할지라도 평소에 수양하기만 하면 평균 120살을 살 수 있는데, 그 수명을 누리지 못한 자는 기를 손상 당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를 알게 되면 240세까지 살 수 있으며, 거기에 더하여 노력을 한다면 480세까지도 살 수 있으며, 그 이치를 아는 자는 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평소의 수양' 이란 무엇인가? 물었더니,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하여 사시의 조화를 위배하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에 미혹되지 않고 적절함을 유지하고, 수레와 의복을 취함에 적절함을 유지하고, 음악을 듣는데도 마음으로 즐거움을 느껴야 하며, 먹고 마시는 것에서 적절함을 유지하며, 쓸데없는 사색과 억지의 기억을 자제하며, 슬픔과 비애, 분노와 지나친 걱정, 정과 즐거움이 지나침 등 생활의 한계를 넘지 않음이다. 즉 물이나 불이 적당한 용도를 벗어나면 해를 당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철학자이면서 신선이 된, 묵자(墨子)>묵자는 송나라 사람으로서, 대부 벼슬을 하였으며 밖으로는 경전을 연구하고 안으로는 도술을 연마하여 10편의 저술을 남겼다.

그의 철학은 유가와는 다르게 검약을 강조하고 공자를 폄하했으며, 전쟁을 반대했다. 특히 초나라가 공수반이라는 공인을 통해서 운제를 만들어 송나라를 공격하려고 할 때, 초나라를 방문하여 저지하였다. 그는 82세 때부터 입산하여 신선의 모습을 사색하였으며, 결국 득선하여 승선은 하지 않고 지선(地仙)이 되어서 3산 5악을 유람했다.

<조조를 조롱한 삼국시대 신선, 좌자 (左慈)> 좌자는 어려서 오경에 밝았으며 천문과 참위설에 통달하여, 천주산에서 도술을 배워 능히 귀신을 부리고 온갖 변화를 부렸는데 모두 기록할 수가 없을 정도였으며 연단을 제조하였다. 특히 조조가 그를 초빙하여 시험하였을 때, 갖가지 방법으로 그를 농락하였으나 조조는 그를 죽이지 못했다.

이것은 삼국지에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좌자는 구전단이라는 단약을 완성하자, 신선이 되어서 사라졌다.

<신선전>은 요즘 과학적인 시각으로 평가한다면 황당무계한 신비소설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황당무계한 것처럼 보이는 <신선전>에도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 핵심이 들어있다.

첫 번째는 팽조가 언급한 보통 사람들의 수명에 대해서 '생활 중 수양' 을 하게 되면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정상적인 수명, 120세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욕심을 버리고 적절함을 유지하며, 돈과 명예에 집착하지 말고 적은 것에 만족하며, 평상심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누구나 도를 얻으려고 하지만, 인연이 있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며,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아가고, 자연에 순응해서 물흐르는 것처럼 살아간다면, 불쑥 도의 인연이 찾아 온다고 언급하였다.

세속적인 지위나 명예를 벗어던지고 죽음마저도 초월하는 <신선>의 풍모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는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오래 산다고 행복하다고 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마음이 신선이면 몸도 신선이며, 이 세상을 선계라고 여기면 이보다 즐거운 신선 세계는 없으며, 병도 내 몸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죽음도 새로운 순환의 한 고리라고 생각하면 그것이 불사(不死) 아니겠는가?" 이것이 신선의 경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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