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낙화유수(落花流水)
[다산로] 낙화유수(落花流水)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05.08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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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4월 말이 되어가니 가끔씩 불어대는 강한 바람과 봄비에 화려했던 꽃들이 떨어지고 있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나온 인생에 대한 왠지 모를 쓸쓸함, 아쉬움, 그리고 대상도 이름도 애매한 그 어느 여인에 대한 묘한 그리움이 가슴을 메운다. 그래서 "바람에 떨어지는 꽃 잎보다도 더 가벼운 사람의 情을 믿고 지내온 지난 시절을 회고해 보니 감회가 새롭구나" 라고 서술한 어느 시인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예부터 피워왔던 복사꽃 자두꽃은 말을 할 수 없으니, 나는 도대체 누구와 함께 옛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인가?"라고 읊었으니, 화려했던 봄날의 그림자는 깊은 애상의 흔적을 남기나 보다.

화려했던 꽃나무에 봄바람이 강하게 불고 봄비가 내리고 나면 꽃잎은 더욱 우수수 떨어지고 떨어진 꽃잎은 물에 떠서 흘러간다. 이를 <낙화유수>라 한다. 낙화유수의 출처는 중국의 시인 이군옥(李郡玉)이 진연사라는 은사가 잠공산(岑公山)으로 들어가는 것을 송별하면서 쓴 시에서 마지막 구절인 '낙화유수' 즉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 떠나는 것이 원망스럽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시 번역본은 아래와 같다.

선 옹이 푸른 잠공산에 돌아가 누우니
하룻밤 서풍에 달은 골짜기에 깊어라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 향기로운 풀 가득하고
서간이야 읽지만 세속의 어지러움은 없어라

한가로운 구름 사방에 그림자 걸어매지 않은데
들의 학이 어찌 떠나고 머무는 마음을 알리오

난포의 물 푸르니 봄도 저무르려고 하는데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 떠나는게 원망스러워

사실 낙화유수란 말은 누가 먼저 사용했는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누구라도 화려했던 눈앞의 꽃이 바람에 떨어지고, 물 위에 둥둥 떠간다면 <낙화유수>를 생각할 것이고 마음 한곁이 찡해 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흘러간 옛 노래 남인수가 부른 낙화유수가 더욱 감칠맛이 난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위에 심은 사랑아,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홍도화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 사랑은 낙화유수 인정은 포구, 보내고 가는 것이 풍속 이러냐, 영춘화 야들야들 피는 들창에, 이 강산 봄소식을 편지로 쓰자

사실 이 가사의 느낌은 봄이 왔으니, 봄소식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려는 계몽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가사의 행간 속에 숨어있는 뜻과 구성진 남인수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됨은 화려한 봄날의 못다 이룬 아쉬움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환의 표현이다.

어느 봄날, 막걸리 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남인수나 장사익의 낙화유수를 듣노라면, 인생의 참 맛이 느껴진다. 인생이 별거인가? 마음먹기 나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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