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의 일생]-고추2
[작물의 일생]-고추2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5.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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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에서 결실까지 작물의 일생을 통해본 강진의 농산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땅에 작물을 재배했다. 땅에 씨앗을 뿌려 정성들여 보살피면 하늘에서 비가내려 수분을 제공했다. 인간은 자연이 선사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며 이 기나긴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 작물들은 어떻게 재배되고 있을까. 이 일은 너무나 오랫동안 행해져 온 일이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밖의 일이 됐다. 그래서 우리 밥상에 오르는 식품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우리농산물의 소중함도 마찬가지다.
강진신문은 연중기획시리지로 작물이 씨앗에서부터 밥상까지 어떻게 올라오는지 우리지역 작물의 일생을 연재한다./편집자 주

1.고추:
1.1월~2월

▲ 주민들이 이식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밥상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중에 김치가 있다. 그 김치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 고춧가루다. 고춧가루가 어디 김치에만 들어가는 양념인가. 김치찌개, 생선찌게, 돼지고기찌게, 각종 젓갈에도 뺄 수 없는 식품이다.

고추가 어디 고춧가루만 먹는 음식인가. 삼겹살을 비롯한 각종 육류를 먹을 때 풋고추는 없어서는 안된다. 고cnt잎을 된장에 잘 버무리면 훌륭한 밑반찬이 된다. 고추씨의 기름은 식용으로 사용되고, 고추를 따낸 앙상한 나무는 농촌에서 땔감으로 활용된다.

▲ 김종식씨.
그러나 이 고추라는게 만만치 않은 작물이다. 가장 추울 때 재배를 시작해서 가장 더울때 수확을 한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고추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힘겨운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농촌의 풍경이다. 고추따는 기계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매운맛을 내기위해서는 꼭 그렇게 농민들을 힘들게 해야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고추는 김장철에 가장 많이 소비되지만 이때 사용되는 고추는 1월초부터 일대기를 시작한다. 기자는 고추의 일대기를 밀착취재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30년의 고추재배 경력을 자랑하는 신전의 김종식(51.신전면 영수리)씨를 만났다.

앞으로 고추가 수확되는 8월까지 김종식씨의 고추가 어떻게 재배되는가를 따라 가 볼 참이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모종을 구입해 고추를 식재하지만 김씨의 경우 씨앗파종에서부터 모종판매, 자가재배등을 일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나름데로 고추의 일생을 알아보기에 격이 있다.   


▲ 고추씨앗.
고추는 1월초 씨앗을 구입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고추씨앗의 종류가 수십가지에 이른다. 예전에는 자체적으로 씨앗을 조달했으나 요즘에는 종묘상들이 잘 소독된 씨앗을 내놓고 있다. 농민들은 어떤 고추를 심을 것인지, 만약에 판매용으로 고추를 심으면 소비자들이 어떤 고추를 원할 것 인지를 감안해 씨앗을 선택하면 된다.


지난 1월 20일 영수마을 비닐하우스 앞에서 김종식씨가 파종을 위해 고추씨앗 봉지를 뜯어 내자 약간 붉은 빛의 좁쌀같은 씨앗이 쏟아졌다. 붉은색은 씨앗소독 때문이다.


▲ 모판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씨앗을 준비하기 전에 준비해야할 것이 많다. 가장 먼저 비닐하우스를 정리해 두어야하고 종묘상에서 씨앗과 함께 상토(床土.모판흙)도 함께 구입한다. 모판도 필수 기구다. 또 단열을 위해 전열기구를 설치한다.

예전에는 단열을 위해 땅속에 두엄등을 넣어 열을 냈지만 지금은 땅에 농사용 전선을 깔아 모판을 데운다. 고추가 전기담요위에서 크는 셈이다. 보온을 위해 부직포도 준비해 두어야 한다.


▲ 모판에 씨를 뿌린지 15일 후 모습.
자재준비가 끝나면 모판에 상토를 채운다. 씨앗이 뿌려질 침대다. 김씨는 상토가 모판 구석구석에 고루 배치되도록 두손을 모아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졌다.

김씨의 손에 누워있던 수백개의 씨앗이 검은색 상토위에 뿌려진다. 깨알같은 씨앗이 세상을 향해 대장정을 시작하는 순간이다.


씨가 뿌려진 모판에는 물이 수북히 뿌려졌다. 씨앗과 흙이 만나고, 물이 끼어들어 윤활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모판에서 한달된 모습.
모판이 드디어 비닐 하우스안으로 들어갔다. 가지런히 차곡차곡 놓여진 모판은 비닐이 씌워져 5~6일간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물은 충분히 뿌렸기 때문에 이 기간은 물을 줄 필요는 없다.


단지 씨앗과 흙의 조용한 대화가 있을 뿐이다. 씨앗은 30도 정도의 온도에서 상토에 들어있는 각종 거름성분을 마음 껏 흡수할 것이다. 온도는 물론 모판아래에 깔아놓은 전열선이 조절한다.


새싹은 그렇게 한달을 지낸다. 한달 후인 지난 23일 오후 김씨가 아들과 함께 비닐을 열어 제치자 그안에는 별천지가 펼쳐지고 있었다. 시커멓던 모판에 새싹이 돋아나 푸른바다가 일렁거렸다.


싹들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쪽으로 실낱같은 줄기를 뻗었다. 당당했다. 이미 씨앗은 역할을 끝내고 거름이 되어 있었다. 잎사귀는 2~3개가 되고 잔뿌리가 상판을 빼곡히 채웠다.

모종들의 키가 크다면 그 아래에 자리를 깔고 누워 모종사이로 불어오는 실바람을 느끼고 싶을 정도였다.


이때가 되면 김씨는 다른 비닐하우스에 포트라는 기구를 미리 준비해 그 안에 상토를 채워둔다. 1개의 포트에는 25개의 구멍이 있다.

모판에서 몸을 부대끼며 한달을 자란 고추모종은 포트로 옮겨져 개인의 방을 갖게된다. 1개의 구멍에 한주의 고추모종이 심어졌다.

▲ 모판에서 한달된 모종을 포트에 이식하는 모습.
고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다. 이곳에서 고추모종은 본격적인 출하시기인 4월 중순이 되기 까지 충분한 워밍업을 하면서 밭으로 나갈때까지 체력을 단련한다.  


이 작업을 위해 5명의 이웃주민들이 김씨의 일손을 도왔다. 주민들은 손가락 크기로 자란 모종을 하나하나 골라서 커피수저로 홈을 판 다음 정성스럽게 뿌리를 심었다.


뿌리가 밖으로 드러나 순식간에 맥이 풀린 모종은 이식 후 수북히 물을 주어 하루정도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를 되찾는다.


▲ 김종식씨가 1차 이식한 모종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주민 이순안씨(여. 68)는 “요즘에는 터널고추를 많이 재배하기 때문에 고추에 들어가는 일손이 더욱 늘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씨앗을 직접 뿌리거나 모종을 구입해서 밭에 심으면 그만이었지만 요즘에는 밭에서도 비닐하우스를 깔고 그 안에 모종을 심기 때문에 일손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터널고추재배는 일반재배 방식보다 수확이 절반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넓은 곳으로 이사를 끝낸 고추 모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온도 조절을 해주어야 한다. 이때의 관리가 고추모종의 품질을 좌우하게돼 주인은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모종을 돌봐야할 때이다.

▲ 1차 이식끝낸 모종 비닐씌우기 작업.
김씨는“어린아이 다루듯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낮의 온도는 25도 안팎을 벗어나면 안되고, 밤에는 15도 정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외부 기온변화에 따라 하우스안이 돌변하기 때문에 김씨는 수시로 비닐하우스를 들락거리며 모종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온도가 차거나 습도가 많을 경우 줄기가 주저앉는 잘록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면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주어 환기를 해야 잎이 시들지 않는다. 온도가 떨어지면 신속하게 부직포를 씌워야 정상적인 성장이 계속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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