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 생활습관 소식이 건강비결
규칙적 생활습관 소식이 건강비결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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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를 누리는 사람들]도암 월하마을 98세 윤봉현 옹
▲ 윤봉현 옹.

산 깊고 물 좋은 도암면 월하마을에서 70여년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는 윤봉현옹은 98세라는 나이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다. 청력이 떨어져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뿐 두 눈의 총기는 젊은이 못지 않다.

20대 중반 고향인 도암면 항촌마을에서 월하마을로 가족들과 함께 이주한 윤옹은 해남윤씨 항촌파 선산을 돌보는 일을 한평생 도맡아왔다.

최근까지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마을 입구에 위치해 있는 선산을 둘러보는 것이 윤옹의 하루 일과에서 빠지지 않는 일이었다.

8년 전부터 항촌파 문장을 맡고 있는 윤옹은 문중 행사에는 모두 참석하고 있으며 문중 내력에 대해 소소한 사항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깨끗한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윤옹은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한복만을 계속 착용하고 있다. 자식들이 다른 옷을 권하기도 하지만 윤옹은 겨울에는 명주 한복을 즐겨 입으며 여름에는 시원한 모시 한복만을 찾고 있다.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소식을 건강의 비결이라고 꼽는 위옹은 아침 7시면 항상 잠자리에서 일어나 찬물로 세수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윤옹은 추운 겨울에도 더운 물을 사용하지 않고 찬물로 세수하는 습관을 지켜오고 있다. 물을 데워 사용하기를 권하는 큰 아들 내외의 성화에도 윤옹은 찬물로 세수하는 것을 고집한다.

매일 아침 7시30분이면 윤옹은 아침상을 받는다.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는 윤옹은 세끼 식사를 거르는 법이 없이 밥 한 그릇의 식사량을 유지하고 있다.

항상 정해진 식사량으로 아무리 맛있는 진수성찬이 차려져도 과식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가는 윤옹은 상에 오른 반찬을 모두 맛보며 천천히 식사한다. 윤옹은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고 약간 싱거운 음식을 즐겨하고 있다.

식사 이외에 별다른 간식을 먹지 않는 윤옹이 유일하게 즐기는 음식은 우유다. 윤옹은 물 대용으로 하루 500㎖의 우유를 마신다. 방에는 언제나 우유가 준비돼 있으며 윤옹은 목이 마를 때마다 우유를 즐겨 마시지만 정해진 양을 넘게 마시는 일은 없다.

또 윤옹은 저녁 식사를 하고 난 후 밤 10시가 되면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한다. 윤옹은 한번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맘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는 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의 한 가지임을 윤옹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약간 마른 체격의 윤옹은 잔병치레로 병원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다. 평소 건강한 체질의 소유자인 윤옹은 지금까지 종합검진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지만 당뇨,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윤옹은 아직까지 밝은 기억력을 자랑한다.

30여명에 이르는 증손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으며 지난 일들의 세세한 사항까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스스로 건강관리에 철저한 윤옹은 이삼일에 한 갑 정도 피우던 담배를 끊고 20년 넘게 금연하고 있으며 술은 반주로 한두 잔 마시는 것을 제외하곤 평생 과음하는 일이 없었다.  

나이에 비해 건강을 유지하던 윤옹도 최근에는 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지난 2003년 윤옹은 백내장 수술을 받고 1주일 정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지난해 말부터 변비 증상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윤옹은 TV를 보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활동적인 성격을 가진 윤옹은 3년 전까지 3㎞ 거리를 걸어서 도암면소재지에 위치한 경로당에서 하루를 보냈지만 다리 근력이 약해지면서 바깥나들이를 자제하고 있다.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윤옹은 농번기철에 집안 텃밭에서 콩, 깨, 고추 등을 심고 키우는 일을 맡아 하고 있으며 선산을 둘러보는 일로 소일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윤옹에게도 근심거리가 생겼다. 윤옹을 50여년 남짓 수발해온 큰며느리 최봉례(72)씨가 고혈압 등을 앓으면서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윤옹은 “싫은 내색없이 정성을 다해온 며느리를 보면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하루 빨리 건강이 좋아져 예전처럼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며느리 최씨의 건강을 걱정하는 윤옹의 모습에서 시아버지의 사랑이 넘쳐났다. 

장수하는 윤옹에게는 모든 수발을 들어주는 가족들이 있다. 홀로 된 윤옹을 위해 자식들은 자주 찾아와 즐거움을 주고 큰 아들 내외는 기쁜 낯으로 수발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자식들이 있어 큰 행복을 느끼는 윤옹에게는 가족이야 말로 가장 큰 장수비결이다.

윤옹은 “문중에서 증손까지 본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한평생 궂은 일 안 보고 기쁘게 살아왔으니 나처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큰아들 윤순종씨

▲ 큰아들 윤순종씨.
50여년 넘게 윤옹을 모시고 있는 큰아들 윤순종(74)씨는 “가리는 음식이 없지만 과음, 과식하지 않고 절제된 생활을 해오셔서 나이에 비해 건강을 유지하고 계시다”며 “지난 2002년 노인의 날에는 도암면 장수노인으로 선정돼 군수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정정하시던 아버님이 최근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며 “밥 한 공기라도 따뜻하게 해드리고 드시고 싶은 음식은 꼭 상에 올리는 등 건강을 지키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옹의 성품에 대해 윤씨는 “잘못된 일이나 경우에 어긋난 일은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대쪽같은 성품”이라며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으시고 집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분”이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병영에 살고 있는 동생이 자주 찾아와 아버님의 말벗이 되어주고 이발도 시켜드리고 있다”며 “형제들이 모두 아버님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한결같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고생한 아버님을 모시는 것은 자식된 도리”라며 “남은 여생동안 근심없이 지내실 수 있도록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윤봉현옹의 생활엿보기
키 : 170㎝
몸무게 : 62㎏
식사 : 아침 7시30분, 오후 1시, 저녁 6시
좋아하는 음식 : 육류, 채소, 과일, 해조류
싫어하는 음식 : 없음
술 : 소주 한두잔
담배 : 20년 전부터 금연
간식 : 매일 우유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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