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공(百工) 친구
[기고] 백공(百工) 친구
  • 김승복 _ 前 강진군노인회 사무국장
  • 승인 2023.02.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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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복 _ 前 강진군노인회 사무국장

나는 가끔 내가 백공 친구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집안 청소만은 내가 그 친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청소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몸이 불편하기 전부터 다양한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있었고 부지런한 친구다. 사진작가 수준의 사진촬영 실력, 매년 연말이면 월출산 정상에서 텐트를 치고 새해 해맞이를 하는 등산 열정, 어설프지만 가요주점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음악 기질 등등, 그런 친구가 어느 날 페러글라이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위험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위험하지는 않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페러글라이더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활공을 즐기던 1998년도 4월 어느 날 관내에서 개최된 축제에 초대되어 축하비행을 하게 됐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날 비행중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행중 돌풍을 만나 추락했는데 바위에 부딪혀 허리를 다치는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 후 하반신 마비의 1급 장애인이 되었고 삶에 대한 회의로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했던 한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지체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 못지 않는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친구 잘하는 것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첫째, 취미목공이다. 30여㎡ 정도되는 작업실에는 갈수록 작업기계가 늘어 간다. 그는 거의 매일 작업실에서 생활에 필요한 생활가구(diy), 즉 시중에 있는 규격제품을 제외한 비규격 용품을 용도에 따라 필요한 생활용품 등을 만들기 위해 휠체어를 바쁘게 움직인다. 그렇다고 돈 벌자고 하는 일은 아니다. 그저 아는 지인들이 부탁하고 만들고 싶은 작품이 생각나면 작업을 시작한다. 침대가 필요해서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편백나무 더블침대를 주문했다.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만들려나, 무겁고 어려운 일은 다른 사람 도움을 받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체일블럭을 설치해서 위로 옆으로 움직여서 혼자 작업하고 있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아주 튼튼하고 편백향 풍기는 더블침대를 만들어 줘서 잘 사용하고 있다.

둘째, 한문서예와 문인화 예술 활동이다. 강진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생교육의 문인화와 한문서예반 총무를 맡아서 하면서 전국단위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여 입상하였음은 물론, 22년도에는 한국예술문화협회 예술대전과 목민심서대전에서는 문인화초대작가로 선정되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셋째, 고등학교 학창시절 악대 활동을 통해 익힌 기초 실력을 바탕으로 색소폰을 꾸준히 연마하여 지금은 강진군 음악단체인 소리조아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기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고 샘이 난다. 몇 년 전 친구들을 초대해서 수변공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아직까지 그 약속을 지키기 못하고 있어서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미안하다. 

넷째, 국화 작품 만들기와 대국 재배이다. 바쁘고 불편한 몸으로도 영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국화작품교육에 참여하여 매년 2 ~ 3종의 작품을 만들어서 영암국화축제에 출품하고 있으며, 틈틈이 집 마당에 대국을 재배하여 지인들에게 나눠 주는 여유도 있다.

다섯째,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이다. 이 친구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소한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말이다. 때론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하지만 이 친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각종 모임의 총무를 스스럼없이 맡아 처리하고 남 칭찬하기를 좋아하고 술도 잘하고 잘 살 줄도 안다. 그러나 남 앞에 나서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목암 최석범 친구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하반신 마비의 장애를 극복하고 항상 긍적적인 생각과 차분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써 본다. 백공친구가 더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토록 살아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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