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시골 논둑에 불길이 세어지니 소방관, 경찰관이 바빠진다
[다산로] 시골 논둑에 불길이 세어지니 소방관, 경찰관이 바빠진다
  •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 승인 2023.02.06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오늘은 섣달 보름이다. 하늘은 옅은 구름과 황사로 인해 약간 뿌옇지만 그래도 도시에 비하면 공기 좋은 시골이다. 공기 좀 뿌옇다고 하더라도 섣달 보름달은 감상해야 하지 않겠는가? 저녁 5시 반에 평소대로 산보 길에 나섰다.

산보 코스는 평균 50분 정도 소요된다. 코스 중 가장 즐거운 곳은 동령 저수지를 건너는 다리를 넘는 것이다.

저수지에는 겨울 철새들이 끼리끼리 모여있고, 지나가는 나그네 발걸음에도 끼룩 끼룩 끼루룩 소리를 내며 하늘로 치솟고 있다. 부산한 철새들의 모습은 겨울 저수지의 상징이다.

그런데 오늘 동령 저수지에 이르자, 저수지 건너 회룡마을 밭둑에 불길이 환하다. 어둠이 다가오자 빨간 불빛 색깔은 더욱 선명했다. 무성한 논둑 풀에 불이 붙은 것이다.

주인의 고의성인지 아니면 실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길의 정도가 약간 거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타오르는 불길 옆에는 야산이 있다. 어두워지는 이 시각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은 약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불, 소방서에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잠깐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경찰 순찰차, 소방 순찰차, 소방 살수차가 빨간 경고등을 켜고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누군가 이미 신고한 것이다. 아, 고마운 공권력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손님들이다.

소방 살수차 2대, 경찰 순찰차 1대, 소방순찰차 2대 등 일사불란한 그분들의 지휘로 논둑 불은 금새 진화되었다. 금요일 저녁, 남들은 편하게 주말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을 시각에 그분들은 만사제쳐놓고 화재 진압을 위해 우리 동네로 출동한 것이다.

화재 진압 후 돌아가는 그분들께 처음으로 감사의 손길을 흔들어 주었다. 사실 산불 조심 안내 방송은 매일 저녁 동네 방송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특히 잔여 농자재 폐기물과 논둑 밭둑 잡초 처리를 위한 불태우기는 절대 금한다는 안내 방송이었다.

하지만 일부 농촌 어르신들의 마음은 예전의 추억을 답습하고 있다. 어릴 적에 논둑과 밭둑에서 불놀이하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일종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논둑 밭둑에 남아있는 잡초가 무성하지 않았으며, 불을 지켜보는 동네 사람 또한 많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요즘 시골에는 인적이 드물다. 만약 사소한 불이 대형 화재로 번진다고 하더라도, 동네 사람들만의 화재 진압은 거의 불가능한 편에 해당된다. 그래서 화재의 기미가 있으면 즉시 관련 기관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늘 같은 경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 예방이 우선이다. 옛말에 '열 명이서 한 명의 도둑을 막을 수 없다'라고 했다. 소수의 소방관들이 모든 화재를 책임질 수는 없다.

한 개인이 생각 없이 저지른 금지된 행동이 대형 화재로 이어지고,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여야 한다. 소방관 그분들도 우리의 가족이다.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각성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오늘 처음으로 시골 현장에 출동하여 불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방관과 경찰관의 모습을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왠지 불편할 것 같은 공권력의 고마움을 실감하였다.

섣달 보름날, 50분간의 길지않은 산보길에 논둑의 화재를 보고, 신속한 소방관의 활약을 보고, 동쪽 산에서 불쑥 떠오르는 보름달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괜찮은 년초의 밤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