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諸葛孔明)이 남긴 제갈량집(諸葛亮集)의 향기
제갈공명(諸葛孔明)이 남긴 제갈량집(諸葛亮集)의 향기
  • 강진신문
  • 승인 2023.01.2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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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8)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삼국지의 주역, 신출귀몰한 병법과 술수...끝내 천하통일 이루지 못해

삼국지를 통해 '삼고초려(三考草廬)'와 '수어지교(水漁之交)', '읍참마속(泣斬馬謖)' 등 숱한 고사를 만들어낸, '우리의 우상' 제갈공명이 남긴 '제갈량 집(諸葛亮集)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자.

제갈량(諸葛亮 자는 공명)은 삼국지연의(나관중 지음)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소설 속에서는 다소 과장된 듯한 신출귀몰한 병법과 술수,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듯한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천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앞두고는 "아, 아득한 하늘이여, 언제 끝이 나겠느냐?"라고 한탄하면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는 영웅의 뒷모습이 안타깝기 때문일 것이다.

제갈공명은 <삼국지>의 주역으로, 촉한을 일으킨 유비를 보필하며 재상으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 그가 남긴 저작은 전부 24편으로 10만 4천여 자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으나, 대부분은 소실되고 고작 <제갈량 집> 이 남아 있을 뿐이다. 훗날, 제갈공명의 저작과 그에 관한 유문을 편집한 책이 여러 권 쓰였으나 그중에서도 청나라 시대의 장주(張澍)라는 사람이 편집한 <제갈량 집>이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문집 4권, 부록 2권, 고사 5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에서는 최근에도 재 편집 출간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자, 먼저 유명한 제갈공명의 인간 됨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자. 제갈공명은 서기 181년에 지금의 강소성 서주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뛰어난 천재성으로 주변으로부터 '와룡(臥龍)' 혹은 '복룡(伏龍)'으로 불렸다. 당시 중국은 200년 동안 지속되었던 후한이 내란으로 붕괴되고 수많은 영웅들이 세력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난세의 영웅으로 천하 통일을 꿈꾸는 조조와 유방의 후손으로 황족이지만 빈털터리인 유비는 조조의 공격을 피해서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는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47세인 유비는 불과 27세의 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라는 유명한 고사를 만들어내며 공명을 군사로 삼았다.

어려운 시기에 군사가 된 공명의 책략은 '천하삼분지계'로, 힘 있는 조조의 세력을 손권과 연합하여 저지함으로써 삼국을 대등한 관계로 만든 후, 마지막에 유비가 천하를 통일한다는 것이다.

 

제갈공명의 책략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각본대로 진행되었으며, 적벽대전의 승리를 발판으로 서기 221년 촉한을 세우고 유비가 황제가 되어서 삼국 정립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제갈공명은 건국과 동시에 승상이 되어서 20년간 내정을 관리 총괄하였으며, 유비가 죽고 그의 아들 유선을 보필하며 6번에 걸쳐서 천하 통일을 위한 북벌을 단행하였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오장원에서 54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병사했다.

정통 역사서인 <삼국지>의 저자인 진수는 제갈공명에 대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관중'과 '소하'에 견줄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럼 <제갈량 집>에 언급된 사실을 바탕으로 제갈공명의 정치와 병법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진수의 역사서인 <삼국지>는 제갈공명의 정치적 특징을 요약하여 "충성을 다하고 이익이 되는 자는 원수지 간일지라도 반드시 상을 내렸다"라고 평했다.

구체적으로는 "법을 어기고 게으른 자는 친분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벌을 내리고 죄를 인정하고 정을 쏟는 사람은 죄가 무거울지라도 반드시 용서했으며, 말로 사람을 희롱하는 자는 죄가 가볍더라도 반드시 사형에 처하고 조금이라도 착한 일을 하면 칭찬하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내렸다. 그러자 백성들이 그를 따랐고 매사에 공평하고 옳고 그름이 명확하여 아무리 형벌이 가혹해도 원망하는 자가 없었다" 즉 '신상필벌 주의'라고 평했다.

제갈공명의 통솔력의 비결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 된다. 첫째, 신상필벌 주위를 철저하게 지킨다. 둘째, 매사에 사심 없이 공평하게 임한다. 셋째, 솔선수범하여 부하와 백성들을 대하는 것이었으며, 제갈공명의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특징은 장수를 아홉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서 장수의 특징과 상황에 맞게 보직을 주고 관리했다는 점이다.

즉, 첫째, 인장(仁將)으로 덕과 예를 갖추고 부하와 고충을 함께 나눈다. 둘째, 의장(義將)으로 책임감이 강하여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자기의 이익을 챙기지 않으며, 명예를 소중하게 여긴다. 셋째, 예장(禮將)으로 지위가 높아도 교만하지 않고 싸움에서 이겨도 자랑하지 않으며, 참을성이 강하다. 넷째, 지장(智將)으로 기발한 계략으로 종횡무진하며 어떠한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어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다. 다섯째는 신장(信障)이며, 여섯째는 보장(步將), 일곱째는 기장(騎將), 여덟째는 맹장(猛將), 아홉째는 대장(大將)이다.

아울러 장수를 여섯 등급으로 나누고, 능력에 맞게 배치했다.  "사람을 분별할 줄 알고 위기를 예측하며 부하를 잘 통솔하는 사람은 10인의 장수이며, 온종일 일에 전념하며 신중하게 말하는 사람은 백인의 장수이며, 남에게 아부하기를 싫어하고 사려가 깊으며 용감하며 전투 의욕이 강한 사람은 천인의 장수며, 용맹하며 가슴에 이상을 가지고 부하들의 고충을 배려하는 장수는 만인을 감당한다. 아울러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꾸준히 자신을 수양하며 신의가 있고 너그러우며 초심을 잃지 않은 사람은 10만 인의 장수며, 마지막으로 백성을 사랑하고 신의가 있어서 이웃 나라의 존경을 받으며, 천문, 지리, 인사 등 모든 일에 능통하여 백성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천하 만민의 장수다" 라고 평가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그것 말고도 제갈공명은 장수가 전쟁 전에 먼저 파악해야 할 임무와 장수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 4가지를 '5선 4욕'이라는 말로서 정리했으며, 장수의 좋은 조건과 나쁜 조건을 '5강 8악'으로 정리하였으며, 장수가 전쟁에 나가서 이기기 위한 준비 사항을 세세하게 정리하여 교육했다. 

 

아울러 '조직을 활성화 시키는 지혜', '부하를 지도하는 방법과 인재를 감정하는 방법', '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구체적 병법' 등을 상세하게 정리하고 준비하여서 훌륭한 장수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준비해야 하고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인 가에 대해서도 매뉴얼로 대비했다.

한마디로 제갈공명은 현실적인 정치인이자 노력파였다. 지금껏 막연하게 우리가 알고 있던 조금은 초 현실적이고 신출귀몰한 제갈공명은, 사실 아주 신중하며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와 훈련에 의한 실사구시 전략의 전형인 셈이다. 마치 호수 위에 우아하게 노닐고 있는 백조의 물갈퀴는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듯이 말이다.

다음은 <제갈량 집>에 나온 명언의 일부다. "사람의 성품은 알기 어렵다", "장수는 거만함을 멀리해야 한다, 거만한 장수는 무례를 범하게 되고 그러면 민심을 잃게 된다", "전쟁의 근본은 화합하는 데 있다. 화합하면 시키지 않아도 절로 싸운다",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손해 보는 쪽도 고려해야 하고, 성공을 하려면 실패했을 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등이 있다.

제갈공명은 젊은 학생들의 사표이자 우상이다. 누구라도 제갈공명처럼 한번 세상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해보고 싶고 통쾌하게 적을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중국에 있을 때 제갈공명의 흔적을 찾아서 전쟁 중 전사한 오장원을 현지 답사한 적이 있었다.

현지에서 그의 유적을 보면서 제갈공명은 머리만 좋은 천재가 아니라 공부하고 노력하며 철저히 준비하는 천재였음을 알 수 있었다.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 만큼 위대한 천재는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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