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의 차이는 무엇인가?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의 차이는 무엇인가?
  • 강진신문
  • 승인 2022.10.11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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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5)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자. 결코 전문적인 철학 강론이 아니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성선설(性善說)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라는 것이며, 성악설(性惡說)은 "인간은 천성적으로 악하다"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맹자는 선한 사람이고 순자는 악한 사람인가? 전혀 아니다.

두 분 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연구하면서, 인간에 대한 교육 방법의 차이를 맹자는 인간은 원래 착하니까,'덕(德)'과 '인의(仁義)'로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덕치주의'와 '왕도 정치'를 주장했고, 순자는 천성적으로 악한 인간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는 '예(禮)'와 '의(義)'를 바탕으로 확고한 규범에 의한 '법치주의'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자, 그럼 두 분의 역사적 배경은 어떤가? 두 분 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쯤, 중국 전국시대 중반쯤에 활약한 뛰어난 사상가다. 당시는 '백가쟁명(百家爭鳴)' 또는 '백화제방(百花齊放)'으로 불리는 시기로서, 맹자, 순자, 장자, 한비, 묵자, 혜시, 순우곤 등이 이 시기에 활약한 사상가들이다. 맹자와 순자 다같이 공자의 가르침을 받아 유가의 사상을 계승하였으나, 맹자는 유가 사상의 대표적 인물로 남았고, 순자는 유가의 사상에서 일탈하여 이후 법치주의를 주장한 한비자, 이사, 신불해 등의 스승으로 남았다.

우선 맹자의 사상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자. 맹자의 사상을 정리 한 책 <맹자(孟子)>는 양혜왕(梁惠王), 공손 축(公孫丑), 등문공(滕文公), 이루(離婁), 만장(萬章), 고자(告子), 진심(盡心)의 7편, 26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7편 가운데 전반 3편은 맹자의 유세 활동을, 후편 4편은 은퇴 후 기록된 그의 언설이다.

맹자는 기원전 370년 경, 제나라 인근의 소국 추(鄒) 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젊은 시절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문하생이 되어 유교사상을 배웠다. 40대 초반부터 등, 양, 임, 제, 노, 설 등의 제국을 돌며 인의(仁義)에 따른 '왕도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유세하였으나,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국시대 군주들은 맹자의 사상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아서 실패하였고, 고향으로 낙향 후 제자 양성과 저술에 몰두하였고, 84세에 세상을 떠났다.

맹자 사상의 핵심은 '왕도정치'의 실현이다. 그럼 왕도정치란 무엇일까? 실현 가능한 것일까? 맹자가 말한 '왕도정치'란 군주, 즉 위에 있는 사람이 '인(仁)'과 '의(義)'를 갖추고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다. '인'과 '의'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서 '인'이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나 애정을 의미하며, '의'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인과 의를 갖춘 왕도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왕도정치의 첫걸음은 민생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도모하는 것이다. 즉 요즘 말로 하면, '국민의 복지를 우선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맹자의 왕도정치는 '인간은 본래 선하다'라고 하는 성선설에 입각해서 선한 백성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윗사람이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고 덕을 쌓아 다른 사람들을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천성적으로 착한 백성들은 감화를 받아 더욱 선해진다는 논리다. 맹자의 왕도정치는 당시의 군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일견 실패한 듯 보이지만, 이후 역사적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 많은 사상적인 영향을 미쳤다. 즉, 좋은 지도자와 관리가 되려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답을 주었다.

그가 <맹자>에서 남긴 주요 명언은 살펴보자. "오십 보를 도망친 사람이나 백 보를 도망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 "천시는 지리를 따르지 못하고 지리는 인화를 따르지 못한다", " 마음을 써서 일하는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힘을 써서 일하는 사람은 남에게 다스림을 당한다",  "호연지기란 가장 광대하고 강건한 것이다. 항상 올바른 일을 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호연지기를 기른다면 그 기운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찰 것이다"

다음은 순자(筍子)에 대해서 알아보자. <순자>라는 책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순자가 직접 저술하였다고 한다. 권학 편(勸學篇)을 비롯하여 요왈편(堯曰篇)에 이르기까지 전부 32편으로 되어 있는데, 주요 내용은 개인 수양과 교육, 정치, 각 학파의 주장 비판, 인식론이나 논리학, 문학 및 잡기 등이다.

순자는 기원전 300년 경, 조나라에서 태어나서 기원 전 230년에 사망하였으며, 스스로 유가라고 생각했으나 공자의 가르침을 수정하여 맹자와 대립하고 '성악설'을 내세워 '예(禮)'를 통한 규범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법가에 가까웠다.

순자의 특이점은 유가에서 시작하여 유가를 벗어났다는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그는 가장 현대 지향적인 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순자의 기본 사상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는 것이다. 순자는 악한 본성을 방치하면 사회질서가 혼란해짐으로 교육을 통한 악한 본성을 교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악한 본성을 올바른 길로 교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노력만 하면 훌륭한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그럼 훌륭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가? 순자는 네 가지를 들었다. "먼저 좋은 환경을 선택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그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며, 어떤 일을 할 때는 철저하게 처리해야 한다"라고 했다. 순자는 위의 네 가지 마음 상태를 유지한다면 어떠한 사태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인격적으로도 완성단계에 도달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순자는 이론만 주장하는 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초나라에 초빙되어 20여 년 동안 지방 관리로 있으면서 현장 행정 경험을 쌓고, 전국을 다니면서 정치 실정을 시찰하기도 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치, 군사적인 많은 의견을 제출했다.

즉, 현명한 군주로서 부하를 다루는 법, 신하는 어떤 군주를 선택해야 하고, 어떻게 섬길 것인가에 대한 지식, 군주가 지녀야 할 기초적인 군사 병법, 아울러 인간은 "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가, 착오 없이 판단을 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인식론에 대해서도 해박하게 제시하였다.

인간의 마음에 미혹함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순자는 그 이유를 사물의 한 단면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한 면에 사로잡히지 않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순자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허(虛)'이다. 잡념이 많으면 괜히 머뭇거리거나 고민하고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명경지수'라고 하듯이 착오 없이 판단을 내리려면 '허'로서 맑고 고요한 심정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는 '일(壹)'이다. 한가지 일에만 몰두한다는 뜻으로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저것 욕심을 내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며, 머리만 복잡해질 뿐이다" 선택과 집중이 요체다.

셋째는 '정(靜)'이다. 마음이 들뜨고 동요될 때나 환경이 소란하여 초조할 때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바쁜 사람일수록 때로는 조용한 곳에서 마음의 휴식을 가져야 한다.

순자의 사상은 다양하며 현실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는 실사구시적이다. <순자> 어록 중 명언 몇 가지를 발췌하였다. "청색은 쪽이라는 풀에서 얻어낸 것이지만 쪽보다 더욱 푸르다('靑出於藍'의 고사 성어)",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 시킬 수도 있다", "강폭한 나라에 쓰임 받기는 어렵고, 광폭한 나라를 조종하기는 쉽다", "이기는 것에 급급하여 패배하였을 때를 잊어서는 안된다", "사물의 한 면에 사로잡혀 전체를 파악하지 못함이 가장 큰 병폐다", "모호한 것으로 모호한 결정을 내리면 반드시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역시 순자 다운 촌철살인이다.

맹자와 순자, 유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익히 들어 본 이름이다. 특히 맹자의 '맹모삼천지교'와 순자의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엎을 수도 있다'라는 말은 요즘까지도 희자되는 말이다. 그들의 가르침이 시대를 초월해서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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