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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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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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읍 송정마을

마을기행-강진읍 송정마을

수백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나지막한 동산을 뒤로 하고 넓게 펼쳐진 평야로 둘러싸인 강진읍 송정마을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섬을 연상시킨다.

마을주위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어 이름지어진 송정마을은 비옥한 송전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송정마을은 조선시대 중반 김해김씨가 처음 마을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한 내력은 전해지지 않으며 이후 밀양박씨, 탐진최씨 등이 이주해와 마을을 형성했다. 현재는 50여호 100여명의 마을주민들이 미맥위주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 전체적인 지형이 자라형국으로 ‘자래부리’로 통하는 마을은 자라등에 해당하는 곳을 중심으로 집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마을회관 부근은 자라앞발에 해당하며 마을 주위를 따라 흐르는 송전천 양측면이 자라뒷발이다. 또 마을회관 남쪽에 펼쳐진 들녘이 자라목 부분이며 마을 북쪽에 남아있는 독립가옥이 자라꼬리에 해당한다.

과거 마을주민들은 자라등에 샘을 파면 마을에 흉사가 생긴다고 믿어 샘 개발을 막기도 했으며 서산저수지가 들어선 이후 마을 주위의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게 되면서 자라에게 물을 공급하는 형상으로 풍수학상 마을에 이롭게 되었다고 믿고 있다.

누워있는 소형국인 강진읍의 동쪽에 위치한 송정마을은 소의 귀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하여 부른 하이변에 원래 터를 잡았지만 가구수가 늘어나면서 송정마을까지 촌락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이변에서 강진읍 서문마을을 통해 남성리 등으로 통하는 귀밑재는 소귀의 바로 밑재라는 뜻으로 예전 마을주민들이 읍소재지를 왕래하는 데 이용했던 고개였다.

또 귀밑재 밑에 있는 수렁논이어서 부른 흐리논, 하이변 뒤쪽에 있는 등성이인 청룡등, 구밑재 밑에 있는 구렁으로 밀양박씨가 살던 터였던 안태구렁 등의 정겨운 지명이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1m 높이의 황금측백이 양편으로 심어진 진입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서 마을회관을 찾았다. 2층 건물인 마을회관은 런닝머신 등 운동기구와 물리치료기가 갖춰져 주민들의 건강관리실로 활용되고 있었다. 마을회관 안에는 최경호(57)이장 등 마을주민들이 모여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최이장은 “주민들간의 단합심이 좋고 특히 애경사에는 상부상조하면서 한가족처럼 지내고 있다”며 “지난 2001년 마을회관을 신축할 때도 출향인사들과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공사비 1억여원 중 5천여만원이 부족하자 전국에 흩어져 있던 출향인들이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금을 모금해 완공한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었다.

최이장은 “마을출신인 정정희씨는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을회관을 신축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마을로 찾아와 100만원을 희사하기도 했다”며 “출가외인이 고향을 위해 거금을 희사한 것은 보통 정성이 아니다”고 칭찬했다. 주민들과 출향인들의 정성으로 건립된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15종의 운동기구와 노래방기기, 찜질방 등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태양열 온수기를 이용해 온수를 제공하고 있다. 이 모든 시설이 출향인사와 주민들의 정성으로 마련된 것이다.

송정마을은 연이어 국회의원 두 명이 배출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3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호 의원과 4대 김향수 의원이 송정마을 출신이었다.

 4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당시 자유당 공천을 받은 김향수 의원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성호 의원이 맞붙어 마을에서 선거열기가 치열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주민 윤경현(75)씨는 “마을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두 명이 함께 나오면서 인근 마을의 주목을 받았다”며 “마을 내에서도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 주민들의 의견이 양분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옆에 있던 주민 양변섭(74)씨는 “국회의원이 두명이나 나온 곳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마을로 시집오려는 처자들이 많았다”며 “그래서인지 멀리 칠량에서 마을로 시집온 아낙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정마을은 매년 3월 주민들 사이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단체관광에 나선다. 노인회, 부녀회, 마을자치회로 구성된 주민들은 마을기금과 회비를 모아 온천관광을 하는 등 한 가족처럼 정겨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농한기에는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를 함께 하고 윷놀이 등을 즐기며 오붓한 정을 나누고 있다. 

정들어 사는 사람들은 이웃주민이 친형제보다 낫다는 말이 송정마을에서 유난히 떠오른다. 힘든 농사일로 휴식을 취하며 쉬고 싶은 상태에서도 이웃들의 일이라면 먼저 달려나간다는 마을주민들의 모습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마을 출신으로 완도경찰서장을 역임한 김호욱씨,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창국씨, 완도경찰서장을 역임한 양희봉씨, 삼성조선소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종윤씨 등이 송정마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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