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느 무기계약직의 정년 퇴임식
[기고] 어느 무기계약직의 정년 퇴임식
  • 박선덕 _ 다산박물관
  • 승인 2022.07.04 1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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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덕 _ 다산박물관

"박선덕 주사님 6월 27일 박선덕 주사님 정년 퇴임식이 있을 예정이니 가족 친지분들 초대하세요" 권동식 팀장님의 말씀이다.

무기계약직의 정년 퇴임식도 하나요? 나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무기계약직 자리도 작고 내세울 것 없는데 부끄럽게 어떻게 가족·친지를 부르라고... 최소한 과장님이나 면장님 정도는 돼야 어깨 힘주고 으쓱하며 무사히 공직생활을 마감한 것을 남 앞에 내세우고 초청한 가족·친지들도 자존심도 세워 줄 것 아닌가요 "

극구 사양했다. 안 할 거예요. 미안한 맘 대신 제가 음식 대접은 할게요.

이 정도로 이별식을 하고 떠나려 했지, 난 다른 어떤 무기계약직의 정년 퇴임식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남의 눈도 의식했다.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자기 주제에 정년 퇴임식이란 말인가? 내 맘을 이해 못 하고 퇴임식 준비를 착착하고 계셨나 보다.

알 듯 모를 듯…. 염치도 없고 주변에 전혀 퇴임식에 대해 함구하고 그냥 모르는 체하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눈물이 쏟아졌다. 나를 위해 저 밑 말단직원을 위해 이렇게나 애쓰고 계셨단 말인가?

직원들 이별 메시지 동영상 제작, 감동을 자아내는 색소폰연주, 초대 가수 초청, 사진작가님 불러서 직원들 사진까지 그리고 박물관 자체적으로 프로필 넣어 재직기념패까지 그리고 출장뷔페까지. 관장님 퇴임식도 이보다 감동스럽지는 않았을 거다.

난 참 인복이 많은가보다. 지위 고하를 떠나서 사람으로서 대접을 받았다. 살면서 이렇게 찡하는 감동하여 본 적이 있었던가? 60년 세월이 참 잘 살아왔구나. 얼마나 다행인가.

아마도 나 스스로 무기계약직의 장벽을 치고 긴긴 세월을 공직에 임하는 어리석음에 갇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자격지심에 적당히 선을 그어놓고 넘지 않으려 적당히 책임 회피하며 근무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스스로 다가가지 못하고 늘 뒷자리를 차지하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직사회의 직위는 있었을지언정 똑같은 공직자였음을, 그리고 다 같이 살아가는 인간관계였음을 이제 퇴임이 되고서야 깨닫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이제 다시 성숙해진다.

무명 가수처럼 조용히 잊힌 듯 공직생활을 마감하려다가 글을 남기는 것은 나처럼 쓸데없는 자존심에, 아니 자격지심에 스스로 넘지 않을 선을 그은 실수를 하지 말기를 조언해 본다.
제게 도움 주셨던 선후배 공직자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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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문 2022-07-05 17:46:04
요가 동기 이면서 조경기능사 동기인 박선덕님의 정년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니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됐나요. 아직도 오십대로 보이는데, 암튼 건강관리 잘 하시고
그동안 수고 하셨으니까 이제부터는 즐겁고 행복한 장기휴가 즐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