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량 숙마마을 주민들 불우이웃 합동장례식치러줘
마량 숙마마을 주민들 불우이웃 합동장례식치러줘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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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장만에서 입관까지 주민들 도맡아

가난과 질병으로 외롭게 숨진 80대 주민을 위해 마을주민들이 장례를 마을장으로 치러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30여년전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어렵게 생활하던 마량면 숙마마을 권천례(여·80)씨는 지난해 11월 식도암 선고를 받고 한달 정도 입원치료에도 회복되지 못한 채 지난 9일 숨졌다. 권씨는 3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워 장례식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숙마마을 주민들은 지난 10일 권씨의 장례를 이틀간 마을장으로 치렀다. 주민들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게 살았던 권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쌀과 밑반찬을 십시일반으로 모으고 장례비용을 마련해 장례절차에 따라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100㎏정도의 쌀을 모아 장례때 쓰일 떡과 밥을 준비하고 100만원의 기금으로 상복, 관 등 장례용품을 구입하는 등 장례 준비에 80여명의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이윤석(60)이장과 정광심(여·59)부녀회장이 모든 장례절차를 도맡았다. 이이장과 정부녀회장은 마을회의를 열어 권씨의 장례식을 마을장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50여명의 부녀회원들이 쌀과 밑반찬을 가지고 와 장례에 필요한 각종 음식을 장만했다. 또 남자주민들은 고인에 대한 염과 입관절차에 참여했다. 

권씨의 장례식은 마을회관에서 치러졌으며 모든 마을주민들은 장례를 치르는 동안 일을 하지 않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이장은 “고인의 가족들이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어 마을에서 마을장을 준비하게 된 것”이라며 “마을에 초상이 나면 주민들이 장례기간 일을 나가지 않고 장례절차에 함께 참여하는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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