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시금석, 24절기는 언제인가?
계절의 시금석, 24절기는 언제인가?
  • 강진신문
  • 승인 2022.04.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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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0)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황하강 유역 기후 동식물 변화 기준
한국 기후와 맞지않는 경우도


어릴 적부터 어르신들로부터 익히 들어온 '입춘이 내일모레인데 날씨는 왜 이리 추운가?' '곡우도 지났는데, 비 한 방울 보이지 않네'라고 한숨짓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농사짓는데 24절기는 필수 요소였다. 차분하게 24절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24절기는 중국의 주나라 때 황하 강 유역의 기후에따라 동식물의 변화를 살펴보며 농사를 짓기위해 정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고려 때 도입하였으나, 24절기가 중국의 기후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또한 날짜가 경도에 따라 변하므로 매년 양력은 같지만 음력은 달라지기 때문에 음력 날짜가 계절의 차이가 많이 날 때는 윤달을 넣어 계절과 맞게 조정한다. 하지만 24절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으로 농사짓고 생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세월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즐길 수 있는 전통적 절기이다.

24절기는 계절별로 6개 절기로 나눠져 있는데, 이는 일년을 지구 360도로 보고 1절기당 15도씩 나눠서 24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절별로 절기를 알아보자. 우선 봄에는 입춘, 우수,경칩, 춘분, 청명, 곡우가 있다.

1. 입춘 (立春) : 양력 2월 4일경, 음력 1월, 태양의 황경이 315도이며,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가정에서는 콩을 문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대문 기둥,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글씨를 써 붙인다.

2. 우수(雨水) : 양력 2월 19일경, 음력 1월 중, 태양의 황경이 330도,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날이다. 이때 대동강 물이 풀리고 물고기가 올라오고, 기러기는 다시 추운 지방으로 찾아 떠난다.

3. 경칩(驚蟄) : 양력 3월 6일경, 음력 2월, 태양의 황경이 345도이며,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보리싹의 성장을 보고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했으며, 개구리나 도롱뇽 알을 먹는 풍습이 있다.

4. 춘분(春分) : 양력 3월 21일경, 음력 2월, 태양의 황경이 0도이며, 태양이 적도를 똑바로 비추고 있어서 낮과 밤의 시간이 같아진다. 농촌 지역에서는 흙을 일구고 씨 뿌릴 준비를 한다. 그러나 '2월 바람에 장독 깨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바람이 강해 흔히 꽃샘추위가 찾아온다.

5. 청명(淸明) : 양력 4월 5일경, 음력 3월, 태양의 황경이 15도이며, 봄이 되어 삼라만상이 맑고 밝으며 화창해 나무 심기에 적당한 시기다.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논밭둑을 손질하거나, 못자리판을 만들기도 한다.

6.곡우(穀雨) : 양력 4월 20일경, 음력 3월, 태양의 황경이 30도이며, 봄비가 내려 여러 가지 작물에 싹이 트고 농사가 시작된다.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이므로 사람들은 곡우 물을 먹으러 깊은 산이나 명산을 찾기도 한다.

여름절기로는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가 있다.

7. 입하(立夏) : 양력 5월 5일경, 음력 4월, 태양의 황경이 45도이며, 이때부터 여름이 시작된다.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며, 해충과 잡초가 많아져 농가 일손이 바빠진다.

 

8. 소만(小滿) : 양력 5월 21경, 음력 4월, 태양의 황경이 60도이며, 햇볕이 충만하고 만물이 자라서 가득 차게 된다는 날로서 초여름 모내기가 시작된다.

9. 망종(芒種) : 양력 6월 6일경, 음력 4~5월경, 태양의 황경이 75도이며, 밭보리는 베어 햇보리를 먹게 되며,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므로 농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이다. 망종이 일찍 들면 보리농사에 좋고 늦게 들면 나쁘다 하여 망종의 시기로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10. 하지(夏至) : 양력 6월 21일경, 음력 5월, 태양의 황경이 90도이며 12시에 태양이 가장 높게 있어 북반구에서는 낮 시간이 1년 중 가장 길고, 일사량과 일사 시간도 가장 많다. 햇감자가 나오고,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낸다.

11. 소서(小暑) : 양력 7월 7일경, 음력 6월, 태양의 황경이 105도이며 차츰 더워진다. 한국은 장마전선이 걸쳐있어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온다. 농사에 쓸 퇴비를 준비하고 논두렁에 잡초를 뽑는다.

12. 대서 (大暑): 양력 7월 7일경, 음력 6월, 태양의 황경이 120도이며, 더위가 극도에 달한다. 대부분 중복이 겹치며, 장마전선으로 비가 자주 온다.

가을 절기로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 있다.

13. 입추(立秋) : 양력 8월 7일경, 음력 7월, 태양의 황경이 135도이며, 가을이 시작되어 서늘한 바람이 분다. 농촌에서는 다소 한가하며, 김장용 무 배추를 심는다.

14. 처서(處暑): 양력 8월 23일경, 음력 7월 중순, 태양의 황경이 150도이며, 더위가 멈춘다는 뜻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하고 논 벼가 익는다. 이때 조상의 묘를 찾아가서 벌초하며, 여름 동안에 습기 찼던 옷가지와 이불 등을 햇볕에 말린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침과 저녁으로 서늘해 일교차가 심해진다.

15. 백로(白露) : 양력 9월 8일경, 음력 8월, 태양의 황경이 165도이며, 가을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데, 이슬 맺힌 것이 하얗게 보인다는 뜻이다. 장마가 끝나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나, 때로는 늦은 해풍과 해일의 피해를 입기도 한다.

16. 추분(秋分) : 양력 9월 23일경, 음력 8월, 태양의 황경이 180도이며, 춘분으로부터 꼭 반년이 되는 날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계절의 기준이 된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각종 여름 채소들과 산나물 등을 말려두기도 한다.

17. 한로(寒露) : 양력 10월 8일경, 음력 9월, 태양의 황경이 195도이며,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여 농촌에서는 추수로 바쁜 시기이다. 예전에는 이때를 전후에 국화전을 지져 먹고, 국화 술을 담갔으며, 수유를 머리에 꽂아 잡귀를 쫓았다.

18. 상강(霜降) : 양력 10월 23일경, 음력 9월, 태양의 황경이 210도이며, 찬 이슬이 계속되나, 밤 기운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 이때쯤이면 추수가 거의 끝나고, 동물들은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겨울 절기로는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이 있다.

19. 입동(立冬) : 양력 11월 7일경, 음력 10월, 태양의 황경이 225도이며,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각 마을에서는 햇 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집안 곳곳에 놓으며, 이웃은 물론 농사에 힘쓴 소에게도 나누어주면서 1년을 마무리하는 제사를 올린다. 또한 가정에서는 이날을 기준으로 김장 준비를 한다.

20. 소설(小雪) : 양력 11월 22일경, 음력 10월, 태양의 황경이 240도이며, 땅이 얼기 시작하고 살얼음이 얼며 차차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몹시 바람이 불어 어촌에서는 뱃길을 금했다.

21. 대설(大雪) : 양력 12월 7일경, 음력 11월, 태양의 황경이 255도이며,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이다. 예전부터 이날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했다.

22. 동지(冬至) : 양력 12월 22일경, 음력 12월, 태양의 황경이 270도이며, 북반구에서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추위도 점차 강해지기 시작한다. 이날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고, 집안 곳곳에 놓아 잡귀를 쫓았다. 새 달력을 만들어 걸었으며, 뱀 사(蛇) 자가 씐 부적을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놓기도 했다. 이날 날씨가 따뜻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고, 눈이 많이 오고 추우면 풍년이 들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23. 소한 (小寒): 양력 1월 5일경, 음력 12월, 태양의 황경이 285도이며, 본격적으로 추워진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춥다.

 

24. 대한 (大寒): 양력 1월 20일경, 음력 12월, 태양의 황경이 300도이며, 겨울의 매듭을 짓는 절후로 추위가 절정기이나, 소한에 얼었던 얼음이 대한에 녹을 정도로 따뜻한 해도 있다. 이날 밤에 콩을 땅이나 마루에 뿌려서 악귀를 쫓아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24절기 외에 특별히 기념했던 절기는 한식(寒食), 단오(端午), 삼복(三伏) 등이 있다. 한식은 양력 4월 5~6일경,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데, 이날 국가적인 행사로 종묘와 능원에 제사를 지내고, 각 가정에서도 성묘를 살피고 참배한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이며 명절의 하나로 예로부터 풍작을 기원하는 제삿날로 수리취 잎을 넣어 만든 절편을 만들어 먹었으며, 여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뛰기를 하고 남자는 씨름을 하던 풍습이 있다.

삼복은 더위가 시작되는 날로 소서 (양력 7월 7일경) 뒤에 초복 (양력 7월 20일경), 대서 (양력 7월 23일경) 뒤에 중복 (양력 7월 30일경), 입추 뒤에 말복 (양력 8월 9일경)이 온다. 말복이 지나야 더위가 완전히 지났다고 하며, 복날은 더위를 이기는 음식인 삼계탕이나 개고기 등을 먹었다.

현대 사회에서야 과학적으로 발달하고 보다 정확한 정보로 날씨와 기후를 판단하게 되어서 절기의 흐름을 중시하지 않지만, 농경사회에서 24절기는 하늘만 쳐다보면서 제때 농사를 짓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선인들의 지혜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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