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흙 농사·사람농사·사랑농사에 도전하라"
[특집] "흙 농사·사람농사·사랑농사에 도전하라"
  • 김철 기자
  • 승인 2022.03.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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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업의 큰별 영동농장 김용복 명예회장 별세

영동농장 창립자인 김용복 명예회장이 지병으로 지난 14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김 명예회장은 지역농업을 이끌어왔던 선두주자이고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원해온 인물로 평가 받는다.

김 명예회장이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얼굴을 보였던 것은 지난 2019년 4월 20일이다. 신전면 강진영동농장 영농조합법인에서 서울영동농장그룹 창립 40주년 기념식 및 제13회 한사랑농촌문화상 시상식 행사에서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승옥 군수, 황주홍 의원 등 각 기관단체장과 주민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시상식이 열린 날은 재단의 모태인 (서울)영동농장그룹 창립 40주년이 되는 날이고 이날 김용복 명예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 김태정 총괄회장에게 모든 것을 넘기는 자리라고 밝혔다.

김용복 명예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화 7달러를 들고 사우디아리비아 사막에서 한국산 무배추를 생산해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80평생을 통해 이룬 재산을 정리해 유능한 후배들에게 이미 운영을 맡겼고 앞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히 삶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끌었던 회사를 넘기는 자리에서도 김 명예회장은 강진을 사랑했고 대한민국을 좋아했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애국자였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현장에서 뛰고싶다는 의지가 담길정도로 건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운 고향을 멀리하게 됐다.

지난 2017년 4월에는 농촌에 생명을 심고 가꾸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 강진영동농장 나라사랑 '월정나라바람 무궁화꽃 산책길 공원' 준공식이 열렸다.

월정나라바람 무궁화꽃 산책길 공원은 전국에서 친환경 유기농업 1번지로 손꼽히는 영동농장에서 바람이 가장 많이 부는 뒷동산에 나라와 농촌, 농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나무 500그루, 무궁화 5천그루, 동백나무 200그루 등의 꽃과 나무를 심어 조성됐다. 공원에는 흙, 사람, 사랑농사라는 주제로 한 전시관을 포함, 총 19,800㎡ 규모에 사비 7억원을 투자했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자비 2억원을 투자하여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30m 대형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했다. 또한 땀 흘려 번 귀중한 수익으로 나라사랑, 농업농촌사랑의 일념으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1989년 (재)용복장학회, 2005년 (재)한사랑농촌문화재단, 2016년 (재)월정어린이재단을 설립 사회봉사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전남도는 전남농업을 빛낸 사람들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지난 1945년부터 2015년까지 70년간 전라남도의 농업을 이끈 선구적인 농업인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각 부분별로는 식량작물, 원예·특작, 과수, 임업, 축산, 가공, 농촌운동·연구로 나눠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 책자에 강진농업을 대표하는 인물로 김용복 명예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김 명예회장하면 떠올리는 것이 사막의 김치이다. 김 명예회장은 농업으로 큰 재산으로 만들었고 그의 삶은 드라마고 생각은 철학으로 평가받았다. 가난, 불행한 가족사, 전쟁 통에서의 치열한 생존, 창업(創業)과 실패들, 기발한 성공, 그리고 끝없는 베풂 등 일련의 과정으로 그가 얻은 통찰과 지혜는 가슴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또 김 명예회장은 늘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작정이 서면 과감하게 실천하는 성품이 그런 마음공부를 가능하게 했다. 난관마다 주저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했다. 실패에서 마저 얻은 배움이 성공과 수성(守城)의 동력이 됐다. '사막에 승부를 걸고' '그때 처절했던 실패가 오늘 이 성공을 주었다' '흙 농사, 사람농사, 그리고 사랑농사' '끝없이 도전하고 아낌없이 나눠라' 등 김 회장의 저서들의 제목이 그 통찰을 그대로 드러낸다.

수도 없이 주저앉았던 김 명예회장이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은 1979년 사우디에서였다. 뜨거운 사막에 우리 배추와 무를 심었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 무렵 중동은 한국 기업들의 공사판이었다. 현지에서 재배해 수확하고 담근 '신선한 김치'는 실로 노다지였다. 사우디의 전라도 김치, 김 명예회장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의 오랜 꿈은 고향 강진에서 착한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사우디에서 번 돈은 강진의 척박한 뻘밭 1백만 평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 시켰다. 1983년부터 신전면의 영동농장이 가동됐다. 사우디의 농사의 비결을 물으면 늘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사회, 내 나라가 거기 있었다."고 답한다. 이제 그 성과물을 되돌려 이제까지 입은 은혜에 작으나마 보답하고자 한다는 '베풂'의 이유로 대화는 이어진다.

너르디너른 영동농장의 벼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큰다. 그의 '착한 농사'의 한 얼굴이다. '음악농법'은 작물을 대하는 영동농장, 그리고 농업인 김용복의 마음자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아이들에게 주저 없이 기쁘게 먹일 수 있는 유기농 쌀만을 생산한다.

김 명예회장은 여기에서 번 돈을 값지게 사용한다. 서울의 '용복장학재단' '한사랑 농촌문화재단'은 흙, 사람, 사랑을 향하는 큰 농업의 도구다. 농사로 번 돈의 보람이기도 하다.

김 명예회장은 "저에게는 세 가지 굶주림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난해서 배를 곯았던 굶주림,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사랑도 새어머니에게 빼앗긴 사랑의 굶주림, 또 배움에 대한 굶주림입니다. 육신과 사랑, 그리고 배움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젠 넘치도록 채우며 삽니다."라고 자서전을 통해 전했다.

항상 고향 강진을 사랑하고 후배들에게 공부할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 명예회장의 발자취는 반드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본받고 따라야할 길이기도 하다.

김용복 명예회장 경력
·1933년 강진출생
·1979년 사우디에서 배추, 무 재배 성공
·1982년 석탄산업훈장
·1982년 강진 간척지에 영동농장 설립
·1989년 (재)용복장학회 설립
·2003년 (재)한사랑농촌문화재단설립
·2016년 (재)월정어린이복지재단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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